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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테가 베네타의 라지 안디아모를 경험해보다

2024.06.29정유진

유연한 가죽에 단호한 태도.

HOW TO FEEL

에디터에게는 유독 충성심을 자극하는 브랜드가 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개는 ‘내돈내산’의 만족감에서 비롯한다. 보테가 베네타도 그런 브랜드 중 하나. 늘어지고 해질 때까지 쓴 가죽 지갑, 십수년을 써도 멋스러운 토트백이 그 증거다. 이번 체험기는 사심을 가득 담았다. 주인공은 보테가 베네타의 캐리 올 백인 ‘안디아모’. 평소 아주 작거나 아주 큰 양극의 스타일을 선호하는 에디터는 이번 시즌 캠페인에 등장한 라지 사이즈 안디아모를 경험했다. 컬러는 눈부신 다홍색에 가까운 형광빛 오렌지 컬러. 조명과 태양빛에 따라 쿨 톤과 웜 톤을 오가는 매력적인 팔레트다. 체험 첫째 날. 만나는 사람마다 가방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의 포문을 열었다. “가방 샀어?” 묻는 말 속에는 호기심과 놀라움, 그리고 약간의 부러움이 섞여 있었다. 그날 에디터는 하얀색 티셔츠에 연한 네온빛이 도는 연두색 팬츠를 입었는데, 안디아모의 형광빛 오렌지 컬러와 맞춘 듯 어울렸다. 마치 걸어 다니는 봄이 된 것만 같은 기분. 다음 날은 보다 클래식하게 즐겼다. 흰색 슬리브리스 톱에 블랙 팬츠를 입고, 쌀쌀한저녁을 대비해 가벼운 셔츠도 걸쳤다. 이날은 랩톱을 갖고 외출했는데, 14인치의 맥북 프로가 거뜬히 들어갔다. 지갑과 립밤 같은 작은 소지품은 이너 포켓에 수납하니 필요할 때마다 꺼내기가 수월했다. 다만 소지품이 커지니 가방도 눈에 띄게 무거워져 어깨가 눌려 불편했다. 문득 컬렉션에서 본 장면이 떠올라 클러치처럼 들어봤지만, 톱 핸들을 활용하는 편이 훨씬 나았다. 안디아모를 처음 본 순간이 떠오른다. 때는 보테가 베네타의 2023년 여름 컬렉션.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을 한 남자 모델이 안디아모를 허리춤에 끌어안은 채 걸어 나왔는데, 덕분에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가방의 실루엣이 돋보였다.(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청바지도 가죽이었다. 데님의 텍스처와 워싱을 프린트로 입혔다고.)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유려한 실루엣, 움직임에 따라 반짝이는 매듭 모양의 메탈 놋 디테일의 조화는 마치 잘 짜인 하나의 퍼포먼스 같았다. 모델이 런웨이를 누비는 건 찰나였지만, 안디아모의 매력을 보여주기에는 조금도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2024년 여름 컬렉션, 안디아모는 소재에 변화를 주기 시작하며 격동기를 맞았다. 이번 시즌에는 가방의 상단과 하단의 모서리 부분에만 가죽을 유지한 채, 전면은 내구성이 높은 캔버스 소재를 사용했다. 덕분에 무게가 훨씬 가벼워졌다. 그러면서도 시그니처 놋 디테일로 본래의 매력은 놓치지 않았다. 이 집, 가죽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캔버스도 잘한다. 일주일 간의 경험으로 브랜드에 대한 애정과 신뢰는 근거 있는 확신이 되었다.

HOW TO TAKE

라지 안디아모는 하나의 톱 핸들과 하나의 스트랩으로 이루어져 있다. 구조는 단순하지만 3-way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특장점. 이음선이 없는 스트랩은 한쪽으로 길게 빼면 크로스로, 양옆으로 빼면 숄더로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 스트랩에는 세 개의 영역으로 나뉜 이너 포켓이 달려있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가장 큰 포켓에는 지퍼가 달려 중요한 소지품을 수납하기에 용이하다.

HOW TO STYLE

안디아모와 집을 나서는 날은 ‘Simple Is The Best’ 공식이 정답이다. 가방 자체가 포인트이기 때문에 더하기보다 뺄수록 멋스러워진다. 지난 컬렉션을 살펴보면 마티유 블라지 역시 같은 의견인 듯 보이는데, 가장 자주 등장하는 룩은 화이트 톱에 데님. 너무 단조롭게 느껴진다면 여기에 가벼운 셔츠나 카디건을 더해보자. 어깨 또는 허리에 무심하게 두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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