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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뮤직클래시컬’이 바꾼 클래식 세상

2024.07.09신기호

클래식 음악 초보자들은 쇼팽의 ‘녹턴’이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같은 알고리즘에서 다음 문을 열기 어려웠다. 애플뮤직클래시컬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글 / 최인선(아트 디렉터)

음악의 기원은 단순히 소리의 조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음악은 인간의 원초적 욕망과 신성한 금기의 경계를 넘나드는 마법적 행위다. 오늘날 광활한 클래식 메타데이터를 통해 우리는 음악이 어떻게 인간 존재의 깊은 곳에서 비롯되어,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힘을 가지게 되었는지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 음악은 인간이 현실을 초월하고자 하는 갈망의 표현이자 단순한 예술을 넘어,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니까 가장 깊숙한 욕망과 고결함을 담고 있는 신비로운 현상이 음악이라고 믿는다.

비밀을 풀 수 있는 진동, 숫자로 조합된 은유의 상징으로 자리하는 음악이 ‘애플뮤직클래시컬’이라는 강력한 터미네이터를 통해 우리를 매료시키고 있다. “과거는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현재 속에서 끊임없이 재생된다”라는 파스칼 키냐르의 말처럼, 애플뮤직클래시컬의 카탈로그를 탐험하는 것은 시간의 강을 따라 흐르는 인류의 여정을 관망하는 의식이다. 클래식 시대정신은 이렇다. 바로크의 복잡한 화성과 정교한 대위법에서, 고전주의의 하모니 그리고 낭만주의의 감정적 격동과 자유로움에 이르기까지, 세상에 모든 음악은 당대의 시대정신을 반영한다. 헨델과 바흐의 음악을 듣는 것은 규칙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상반된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는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다. 이는 현대 전자 음악에서 발견되는 변칙적인 리듬과도 연결된다. 마치 미니멀리즘 음악에서 단순한 패턴이 반복되면서도 끊임없이 변주되는 것처럼, 바로크 음악의 대위법은 현대 음악을 이해하는 정확한 방법이다. 고전주의 음악은 어떠한가, 그 시대는 균형과 조화를 중시한다. 모차르트와 하이든의 작품들은 마치 수학적 정밀성을 지닌 건축물처럼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띠는데, 이는 팝 음악의 명료한 곡 구조와 선율의 모태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시공간을 관통하는 음악적 유전은 심연 위를 달리는 부테스처럼 죽음 속에 살아 있다.

애플의 이번 도전은 우리가 클래식 음악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의미가 크다. 애플은 이 앱을 통해 클래식 스트리밍의 복잡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스트리밍 시대에 클래식 애호가들은 많은 이유로 불평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스포티파이, 타이달, 아마존, 유튜브와 같은 애플 뮤직클래시컬 이전의 스트리밍 폼은 테일러 스위프트나 두아 리파의 최신곡을 찾는 팝 음악 팬들을 위해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클래식 음악 초보자들은 쇼팽의 ‘녹턴’이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같은 알고리즘 루프 속에 갇혀 다음 세상으로 가는 문을 열기 어려웠다. 애플뮤직클래시컬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똑똑하고 현명한 도서관 사서가 정리한 듯한 인터페이스, 유려한 검색 엔진,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중세부터 21세기까지의 음악을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최적화했다. 여기에는 시대별 초보자 가이드와 첼리스트 요요마,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 같은 연주자들이 에센셜 플레이리스트를 큐레이션하고 자신의 디스코그래피에 대한 해설을 올리는가 하면, 도이치 그라모폰과 베토벤 250주년을 기념하는 ‘베토벤 룸’을 개설해 오디오 및 비디오 콘텐츠를 포함한 포괄적인 컬렉션도 제공한다. 이 앱은 무엇보다 숙련된 애호가를 위한 음악 탐색 도구와 초보자를 위한 충분한 가이드 포스트를 균형 있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칭찬받아야 한다. 예를 들면 이전 프라임포닉의 큐레이션 책임자였던 가이 존스가 현재 애플 뮤직의 클래식 편집자로 활동하며 장르의 주요 역사를 아우르는 아홉 부분으로 구성된 오디오 가이드 ‘The Story of Classical’을 진행하고, 작곡가 카탈로그에는 청소년 서양음악사에 있을 법한 초상화가 미소 짓게 만든다. 다만 작곡가 초상화는 지나치게 엄숙하거나 이해하기 힘든 유사성을 보이기도 한다. 불쌍한 바그너와 심술보 쇼스타코비치가 그렇다. 지금 바로 애플뮤직클래시컬 앱에서 확인해보길. 확실한 건 애플뮤직클래시컬이야말로 시대정신을 잘 반영한 ESG 경영의 좋은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팝 음악의 경우 아티스트, 트랙, 앨범만 있으면 충분하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에서는 작곡가, 작품, 시대, 레코딩, 발매 연도, 솔리스트, 앙상블, 악기, 지휘자, 악장, 별명(예: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 차이콥스키 ‘비창’) 등 메타데이터의 뉘앙스가 정말 많다. 이러한 요소들은 클래식 음악 세계 외부의 청취자들에게는 불필요해 보일 수 있지만, 각각이 검색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쇤 베르크의 ‘정화된 밤 Verklärte Nacht’이 듣고 싶을 때 현악 6중주 버전을 찾는지, 오케스트라 버전을 찾는지, 글렌 굴드의 첫 번째 ‘골든베르크 변주곡 Goldberg Variations’은 1955년 초기 레코딩인지 전설의 1981년 음반인지에 따라 결과가 극과 극으로 달라진다. 많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라흐마니노프가 자신의 작품을 연주한 녹음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애플뮤직클래시컬에서는 라흐마니노프의 녹음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와 피아니스트 또는 지휘자로서의 라흐마니노프를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음악 작품을 찾는 과정을 훨씬 쉽게 만들어주었다. 또 의미가 깊은 작품들에 대해 내부 음악학자와 작가들이 기고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이 훌륭하다. 작품 제목과 기타 필수 메타데이터를 체계화함으로써 음악 검색 과정이 매끄럽게 최적화되었으며, 이전과 비교하면 2만 명의 작곡가, 11만7천 개의 작품, 35만 개의 악장, 트랙 7백만 개를 포함한 앱을 서핑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워졌다.

애플은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방대한 클래식 레퍼토리를 다가가기 쉽게 만들었고, 유명한 곡과 그렇지 않은 곡을 조화롭게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다. 오페라, 르네상스 음악, 가곡, 미니멀리즘 등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고,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같은 일반적인 작곡가들뿐만 아니라 카이야 사리아호, 진은숙, 스티브 라이히 같은 현대 예술가들을 위한 목록도 있다. 스웨덴 여성들의 플루트 음악 모음집을 메인으로 소개한다거나 ‘감춰진 보석 같은 앨범’ 코너를 통해 간과된 앨범을 강조하는 용기도 있다. 애플은 더 많은 이가 클래식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클래식 특유의 엘리트적인 이미지를 벗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기묘하고 멋진 클래식 음악의 세계에 대한 안내서가 카테고리별로 펼쳐져 있고. 각 시리즈는 청취자를 바로크 시대부터 21세기까지, 그리고 중세와 르네상스 음악으로 모험하게 한다.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6번을 연주할 때 무대에서 벌거벗은 느낌을 받는다”라는 말을 앱을 통해 전하고 있다. 이는 애플뮤직클래시컬이 이미 매체적 성격을 띠고 사회 속에 적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나아가 애플의 사명 중 일부는 여성과 유색인종 아티스트들을 높이려는 것으로도 보인다. 작곡가 탭은 바흐, 모차르트, 바그너로 시작하지만 클라라 슈만, 캐롤라인 쇼, 에롤린 월렌, 그리고 윌리엄 그랜트 스틸로 확장되는 디자인이 이를 뒷받침한다.

음악의 소환이 이토록 자유롭고 방대해진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어느새 옥석을 가릴 새 없이 넘쳐흐르는 음악 시장을 지켜보며 혐오에 이르기 직전이었던 나는 애플뮤직클래시컬에 올라타 그들이 닦아놓은 길을 항해 중이다. 베를린 필하모닉 옆에 중세 시대 수녀이자 그레고리오 성가 작곡가인 힐데가르트 폰 빙엔의 초상화가 보인다. 힐데가르트는 1150년 베네딕토 수녀원을 설립했고 과학자, 신비주의자, 작가, 철학자로 묘사되며, 교황이나 황제와 교류할 정도로 심오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알려준다. 1980년대부터 2023년까지 녹음된 대표곡을 듣고 한글로 번역된 곡명과 설명을 읽고 있자니 1천 년 전 살았던 그녀에게 흠뻑 젖어버렸다. 이것이 마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음악의 주술적 소통은 우주의 파동을 이루며 결국 내 안에 이름을 강하게 불러낸다. 카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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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애플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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