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은빛 울림은 무엇을 비추고 있나.
GQ 워터밤의 소감을 한 단어로 표현해본다면?
EW 샤워? 시원함?
GQ 사진을 보니까 정말 흠뻑 젖었더라고요. 와중에 표정은 또 활-짝 웃고 있어서 ‘은우 씨 정말 즐기고 있구나’ 싶었어요.
EW 왜 땀 흘리고 샤워하면 개운한 느낌 있잖아요? 워터밤 무대가 꼭 그래요. 여름에만 즐길 수 있는 소중한 축제니까. 저도 이때다 싶어서 아주 시원하게 즐긴 시간 같아요.
GQ 최근 팬 콘서트도 마무리됐죠?
EW 네, 그 시간이 정말, 너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GQ 은우 씨가 팬들로부터 얻은 에너지도 상당하겠어요.
EW 그럼요. 꼭 차에 기름을 가득 넣은 것처럼 빵빵하게 충전되는 그런 시간이었어요. 오히려 저만 너무 많은 사랑을 받은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굉장한 에너지를 얻었어요. 팬분들도 좋은 추억으로 간직될 시간이었길 바라고요.
GQ 팬콘 무대에서 유독 선명히 기억되는 순간이 있다면요?
EW 사실 모든 순간이 선명해요. 2월에 했던 한국 팬콘은 제 첫 솔로 앨범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였는데, 그래서 더 무대를 어떻게 봐 주실지, 노래는 또 어떻게 들어주실지 설렘 반 걱정 반, 끝나기 직전까지 내내 긴장했던 것 같아요. 다행히 좋은 반응을 전해주셔서 그제야 싹- 안도했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게 남아 있고요.
GQ 또 3월에는 일본에서 팬콘을 열었어요.
EW 네, 저의 첫 돔 공연이었어요. 이후에도 투어가 열린 모든 나라에서 매 순간 환영, 사랑 듬뿍 받았고요. 특히 남미 공연 때는 콘서트 시작부터 공연장을 나오는 마지막 순간까지 정말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주셔서 뭐, 제가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찬 에너지를 받고 왔어요.
GQ 아까 빵빵하게 충전했다는 은우 씨의 대답이 확 이해되네요.
EW 너무 감사할 뿐이죠. 아직 구체적으로 다음이 정해진 건 없지만 그래서 더 좋은 모습, 새로운 모습들 꾸준히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러려면 제가 더 부지런히 준비하고 노력해야 하고요.
GQ 생 로랑을 입은 오늘 촬영은 어땠어요?
EW 잠시 잊고 있던 감정이나 표정들을 다시 만난 순간 같아요. 신선했고, 즐거웠고, 사이사이 긍정적인 에너지도 받은 것 같아요. 무엇보다 장마철이라 걱정했는데! 날씨까지 완벽했다. 덕분에 쨍한 여름 빛 아래서도 찍을 수 있었고요.
GQ 은우 씨가 생각했던 생 로랑의 이미지는 어떤 모습이었어요?
EW 생 로랑만의 분명한 무드가 있죠. 실은 원래 알고 있던 것보다 더 자세히 알고 싶었어요. 잘 알아야 잘 표현할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생 로랑의 역사나 쇼, 모델분들까지 전부 찾아봤어요. 덕분에 오늘 촬영에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됐고요. 사실 유튜브로 보면서 제가 입어보고 싶었던 룩이 진짜 많았거든요.(웃음) 오늘 그 룩들을 직접 입어볼 수 있어서, 또 이렇게 화보로 표현해볼 수 있어서 설레고 너무 재밌었죠. 음, 생 로랑은 특별하니까. 그 특별함을 경험을 할 수 있어 영광이기도 했고요.
GQ 가수로, 또 배우로. 무대를 훌쩍훌쩍 바꿔가며 아주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은우 씨는 두 역할을 분명히 구분해두고 몰입하나요? 요즘처럼 때때로 모습을 바꿔야 하는 바쁜 시기에는 어떤 태도로 임하는 것 같아요?
EW 감정을 표현하고,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것. 이 지점에 연기와 노래의 교집합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게요, 생각해보면 둘은 비슷한 점이 정말 많은데, 차이점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고요. 먼저 가수로 무대에 설 때의 매력이라면 즉각적인 반응에 있어요. 짧은 시간 동안 폭발적으로 에너지를 다 쏟아부었을 때, 확 전해지는 팬들의 환호 소리! 거기에서 큰 희열을 느끼거든요. 반면 배우로서는 분명 속도의 차이가 있고요. 아무래도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작업이니까요. 인물들 간의 관계도 얽혀 있으니 좀 더 긴 호흡이 필요하죠. 마치 은은하게, 오래 지속되는 잔향 같이요. 그래서인지 반응도, 감정도 잔향처럼 깊게 남는 것 같고요.
GQ 그럼 연기를 하며 잔향처럼 남아 있는 캐릭터들, 인물과의 감정들은 어떻게 대하는 편이에요?
EW 상황에 따라 다른데, 대부분은 억지로 지우려고 하진 않는 것 같아요. 어떻게든 제게 남아 있는 감정이라면 그건 억지로 지울 수 없는 감정이지 않을까요? 또 연기였지만 그건 제가 직접 느끼고 표현했던 감정이기도 하니까, 벅벅 지우개처럼 문질러 지우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서서히 빠져나오면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두는 편이 좋겠어요.
GQ 모든 끝 뒤에는 늘 허전함이 남잖아요. 어때요? 가수로서의 무대도, 배우로서의 작품도 다를 것 같진 않아요. 모두 쏟아부었으니까. 모두 진심이었으니까.
EW 그렇죠. 그런데 어떤 여운이나 허전함도 저는 제가 참여한 공연이나 작품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서둘러 빠져나오려고 하지 않는 편이고요. 내 안에 두고서 함께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억될 거라고 믿어요.
GQ 무대와 작품을 통해 얻은 배움이 있다면요?
EW 음, 부끄럽지만 ‘유연함’인 것 같아요.
GQ 태도를 말하는 거죠?
EW 네, 무대에서 공연을 하거나 촬영장에서 연기를 할 때 생각보다 정말 많은 변수가 생기거든요. 그걸 잘 헤쳐 나가는 것, 나가는 방법을 아는 것, 그런 변수들을 대하는 태도들이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GQ 툭툭 튀어나오는 변수들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은우 씨만의 방법이 있어요?
EW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에요.(웃음) 교과서 같은 대답이긴 하지만 스스로 흔들리지 않도록 정신을 차리는 거죠. 또 어떤 상황이 생기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요. 무엇보다 변수에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하게 해두는 편이기도 해요.
GQ 은우 씨의 ‘유연함’은 단단한 태도가 만들어주는 것 같기도 하네요.
EW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는 것뿐이에요.
GQ 은우 씨의 인생 그래프를 그려본다면, 지금 어디쯤을 지나고 있는 것 같아요?
EW 배우고 느끼는 과정 안에 있는 것 같은데, 아마 인생을 살아가는 모든 시간이 그렇지 않을까요? 늘 끊임없이 배우고 느끼는 과정을 지나며 살아갈 것 같아요. 요즘 더 많이 떠올리는 생각인데, 세상에는 배울 것이 정말 많다는 거. 내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전부가 아니라는 거. 익숙했던 것에서도 새롭게 배우는 게 있더라고요.
GQ 지나오며 때때로 얻어낸 배움들, 마주한 경험들은 은우 씨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는 것 같아요?
EW 배움도 경험도 모두 직접 겪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잖아요. 이 자산들이 저를 좀 더 단단하게 다져주면서 무르익게 해주는 것 같아요.
GQ 대답을 들으면서 은우 씨가 가진 바른 태도는 이런 바른 생각에서 기인하는구나, 생각했어요.
EW 고맙습니다.
GQ 그럼 변하지 않은 것도 있어요? 데뷔 후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에 대해 물으면, 그건 차은우의 어떤 부분일까요?
EW 내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일에 대한 욕심. 좋은 건, 이 마음들을 지키기 위해 억지로 노력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활동을 하면 할수록 ‘이 마음들은 절대 변하지 않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어요.
GQ 올해 마음속으로 정해둔 목표가 있다면요.
EW 음, 꾸준하게 운동하는 거? 건강해야 뭐든 할 수 있으니까요. 몸도 마음도 단단해지는 게 지금 이루고 싶은 목표예요.
GQ 운동이라면?
EW 사실 스케줄이 많아서 늦은 시간에도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다 보니 웨이트 트레이닝이 가장 좋더라고요. 꾸준히 다니고 있어요. 투어 때도 호텔 피트니스센터는 꼭 찾을 정도로 열심히 하려고 해요.
GQ 재미를 붙였군요.
EW 무엇보다 스트레스가 풀리니까요. 하기 전에는 영 힘도 안 나고, 운동을 할 땐 또 당연히 힘든데 하고 나면 개운한 그 기분이 너무 좋아요. 사소하지만 오늘 이거 하나는 해냈다는 작은 성취감도 좋고요.
GQ 여름휴가 계획 있어요? 모든 것에서 차단된 휴가가 주어진다면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EW 와, 저 휴양지 가고 싶어요! 가서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편하게만 지내다 오고 싶어요.
GQ 선베드에 누워 있을 때 어떤 노래가 흘러나오면 좋을까요?
EW LP의 ‘Lost on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