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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과 AI의 만남, 브루넬로 쿠치넬리 솔로메이 프로젝트

2024.07.31임채원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발전시킨 인본주의가 이제는 최첨단 기술 아래 인간과 AI의 창의적 화합을 꽃피운다.

뜨거운 여름 햇살이 내리쬐는 밀라노의 떼아트로 삐꼴로.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새로운 브랜드 웹사이트를 소개할 장소이자 웹의 미래를 조심스레 내다보는 자리라고 할 수 있겠다. 브루넬로는 레드와인 색의 스트라이프 수트를 입고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건축가 마씨모 데 비코 팔라니, 브랜드의 인문 기술 책임자 프란체스코 보틸리에로와 무대에 섰다. 조금은 긴장한 동시에 흥분된 목소리. 오늘의 주인공 솔로메이 AI를 이 자리에 올리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AI 전문가 마크 베니오프, 리드 호프만과의 인연 그리고 그들과 나눈 인본주의와 AI에 대한 수많은 대화가 긴 여정의 씨앗이 된다.

솔로메이 AI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는 올 하반기 모습을 드러낼 솔로메오 도서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1년 6월 마씨모와 함께 솔로메오 도서관 디자인을 완성할 무렵, 도서관에 고대 이집트의 제노도토 (도서관의 책임자였으며 역사상 최초로 저자 이름의 알파벳 순서에 따른 도서 분류 방식을 생각해 낸 언어학자) 같은 역할을 할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누구든지 솔로메오 도서관에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언제나 제노도토처럼 대답해주는 현자의 역할을 할 플랫폼. 몇 달 후, 브루넬로는 수학, 공학, 철학, 예술 분야의 연구원들을 모아 팀을 꾸렸다. 인간의 가치와 AI를 접목한 플랫폼을 본격적으로 만드는 데 착수한다.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는 브루넬로 쿠치넬리.

솔로메이 AI라는 프로젝트 아래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브랜드 웹사이트를 개편했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결합하여 발명한 웹사이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는 항상 신기술에 관심이 많지만 우리의 영혼까지 빼앗아 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게 있었다.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인본주의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칙은 평화롭고 희망적인 태도를 추구하는 것. 우리가 제작한 웹사이트는 페이지와 메뉴의 개념을 없애고, 방문자 앞에 콘텐츠가 자유롭게 흐르고 결합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솔로메이 AI 플랫폼은 사용자가 찾고 있는 것을 시각적으로 즉시 표현하는 데 방점을 둔다.”

그의 설명대로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새 웹사이트는 페이지와 메뉴 같은 컨셉에서 벗어나 방문자가 자유롭게 검색하면서 AI가 실시간으로 방문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제안 및 구성한다. 브랜드 자체에 대한 콘텐츠만 아니라 브루넬로 개인, 기업가로서의 삶에 깊은 영향을 주었던 책, 장소, 사람도 엿볼 수 있다. 브랜드 스토리와 관련 없는 질문은 친절하게 답변을 거부당할지도 모른다. 솔로메이 AI를 통해 브랜드의 역사와 철학, 그리고 방향성을 심도 있게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다.

인간 지성과 AI의 만남을 그린 로고.

마씨모가 솔로메이 AI 로고에 관해 설명을 덧붙였다. “심볼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방향성을 볼 수 있다. 서로 마주 본 채 입맞춤을 할 듯 보이는 옆모습이다. 왼쪽은 고대 그리스 신의 얼굴 즉, 인간의 지성을 의미한다. 오른쪽 얼굴은 AI를 표현한다. 뇌에 별들을 그려 넣은 이유는 언젠가는 AI도 하늘의 쏟아지는 별들을 보며 감동하지 않을까 하는 하나의 바램 같은 것이다. 인간 지성과 테크놀로지의 아름다운 만남을 뜻한다.”

브루넬로 쿠치넬로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솔로메이 AI는 지금까지 브랜드가 걸어온 길, 이룩한 것들, 브랜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이야기를 AI 기술로 보여주는 매우 ‘인간적인’ AI 플랫폼이다.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향상한다는 믿음으로 지속적인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박정연
    이미지
    브루넬로 쿠치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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