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s

지난 여름 이비자를 추억하며, 롤스로이스에게 쓰는 편지

2024.08.07신기호

지난 6월, 이비자에서 당신과 함께 나눈 모든 경험을 추억하며.

dear ROLLS-ROYCE

컬리넌 시리즈 II LUXURIAN–Olivin. 롤스로이스 전면부 디자인의 핵심인 일루미네이티드 판테온 그릴 Illuminated Pantheon Grille이 번쩍인다. 그릴 상단과 주간 주행등 사이에 수평선을 새로 추가해 롤스로이스의 플래그십 모델인 팬텀 시리즈 II를 연상케 했다.

첫 만남은 니스에서였습니다. 그게 벌써 2년 전의 일이고요. 그날 푸르게 잠들어 있던 니스의 밤이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건 아마도 당신이 친절하게 준비해준 컬리넌 덕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컬리넌을 타고 호텔로 이동하는 동안 저는 내내 천장에서 빛나는 ‘스타라이트 Starlight Headlining’를 올려다보았거든요.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니스의 바다는 밤에도 빛난다’고 생각했는데, 아무튼 그 순간의 장면은 제게 아름답고 근사한 충격으로 지금껏 기억되고 있습니다.(그 후로 다른 곳에서 니스를 이야기할 때면 컬리넌의 별빛들이 함께 추억되곤 하고요.) 이유라면 그러해서, 지난 6월 저는 이비자에서 당신을 다시 만나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만남까진 어떤 모습의 기대들이 동행해준다 하던데, 그럼 재회에는 더 많은 기대들이 함께하겠지요. 그래서인지 당신이 전해준 초대장을 받고 이비자로 향하는 시간 동안 제 곁에는 잠들지 않는 기대들이 가득했습니다. 우습지만 요란하게 들썩이는 기대들은 때때로 그럴싸한 상상(이를테면 당신의 컬리넌 시리즈 Ⅱ를 몰고 이비자 곳곳을 누비는)으로 번지기도 했죠. 그렇습니다. 당신을 만나러 가는 시간 전부는 이렇듯 즐거운 흥분으로 충만했습니다. 당신이 선사하는 이비자에서의 두 번째 경험은 과연 어떠한 시간일지, 새로워진 컬리넌에는 그사이 어떤 변화들을 심었을지, 그것들을 하나씩 헤아려보는 일은 그래서 흥미로울 수밖에요. 이 편지는 지난 6월, 당신과의 재회를 추억하며 씁니다. 당신과 함께 나눈 경험들을 떠올리며. 그리고 이 편지를 쓰며 다시 그날의 기억과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음에도 고마움을 더하여 남깁니다.

게이지 클러스터 패널과 페시아 중앙에 혁신적인 디지털 기능인 ‘스피릿’을 삽입했다. 롤스로이스 고객 전용 애플리케이션인 ‘위스퍼스’와도 연동된다.

첫날 아침에는 이비자성castell d’ evissa에 올랐습니다. 비스킷처럼 바삭한 태양빛이 테라스의 테이블에, 누군가의 집 창문에, 널어놓은 빨래에, 오래된 벤에, 이곳저곳에 부딪치며 조각조각 부서졌습니다. 바닷바람은 예상과 달리 끈적이지 않았고, 하늘은 아래 놓인 바다를 거울에 비춰놓은 것처럼 그대로 고요했습니다. 구름은 황홀하리만큼 가볍게 흘렀죠. 성 위에서 이비자의 개운한 풍경을 내려다보며 당신이 왜 이곳을 새로운 컬리넌 시리즈를 경험할 장소로 정했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습니다. 어떤 희석도 없이 모든 존재가 투명하게 빛나는 이곳이라면, 컬리넌 시리즈 II도 오롯이 마주하고 경험할 수 있을 테니까요. 다행히 짐작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오후에 호텔 앞으로 새로운 컬리넌 시리즈 6대가 줄지어 들어와 있을 때, 이들의 존재는 각자가 다채롭게 실재했으니까요. 저는 당신이 보내준 새로운 컬리넌 시리즈를 타고서 이비자 북부로 향했습니다. 이건 당신이 선사하는 ‘매직 카펫 라이드 Magic carpet ride’를 다시 경험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죠. 슈퍼 럭셔리 SUV의 거침없는 힘을 당신이 어떤 방법으로 능란하면서도 점잖게 제어할지, 2년 전의 경험은 잊고서 저는 또다시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이비자 북부, 식스센스 Six sense 리조트로 향하는 동안 컬리넌 시리즈 II의 네 바퀴에 집중했죠. 평온하고, 유연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들썩이지 않는 진중함을 느껴보며 당신이 전하고자 하는 컬리넌 시리즈 II의 경험에 대해 잠깐 생각했습니다.

롤스로이스의 상징, 환희의 여신상.

떠올려보면, 당신의 새로운 컬리넌 시리즈 II는 감각의 경험이었습니다. 사물로서, 자동차로서의 의미보다 그건 감각의 의미였고, 감각의 경험이었습니다. 이는 APAC 디렉터, 아이린의 설명으로 더 명확해졌습니다. 아이린은 이렇게 말했죠. “롤스로이스를 이해하려면 단순히 자동차가 아닌 라이프스타일의 영역에서 살펴봐야 합니다. 라이프스타일은 경험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고요. 당신을 이곳으로 초대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컬리넌 시리즈 II를 직접 운전하며 왜 이 모델이 롤스로이스를 젊어지게 만들었는지 느끼고,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2010년부터 10여 년간, 롤스로이스 오너들의 연령층이 56세에서 43세로 젊어졌다는 결과를 들었을 땐 굉장히 흥미로웠죠. 또 전형적인 쇼퍼드리븐에서 이제는 직접 운전하는 차량으로 진화했다는 사실도 대단히 놀라웠습니다. 당신의 이미지를 더 젊게 만들고, 나아가 직접 운전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으로 변신한 이 차가 더, 더 궁금해지는 건 당연한 반응이겠죠. 분명한 건, 컬리넌 시리즈 II의 변화를 더 깊이 경험할 수 있었던 건 디자인의 영역에서였다는 것. 근사한 모습의 컬리넌 시리즈 II를 직접 보고, 만지고, 체감했던 감각의 경험들은 컬리넌 시리즈 II의 디자인을 느끼고 이해할 때 대부분 완성됐으니까요.

뒷좌석 스크린. 스트리밍 기기를 2개까지 연결할 수 있다.

당신의 디자인팀은 새로운 컬리넌 시리즈 II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당신의 유산을 지키기 위한 ‘디자인 원칙’에 대한 내용이었죠. 고백하자면 저는 당신의 디자인팀에게 설명을 듣기 전까진, 컬리넌 시리즈 II가 얼마큼 새로워졌는지에 대해서만 궁금했습니다. 허술하게도 이전 모델에 비해 어디가 어떻게 변했는지만 알고 싶었죠. 그러고 보니 디자인팀의 크리스틴은 새로워진 컬리넌 시리즈 II의 디자인을 설명할 때, “신뢰의 변화”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계승해야 할 것과 변화해야 할 것 사이의 ‘균형’을 이야기하면서 이런 근사한 단어를 가져와 설명한 그 덕분에 당신의 변화는 더 명확하게 정리되어 전달되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핵심은 당신의 ‘실루엣’이었어요. 우아한 긴 보닛, 역동적인 숄더 라인, 수직으로 떨어지는 일루미네이티드 판테온 그릴 Illuminated Pantheon Grille, 헐 라인 Hull Line까지. 이 모두를 하나로 연결하면 과거의 당신과 지금 내가 경험하고 있는 컬리넌 시리즈 II가 하나로 겹치는 마법이 펼쳐지더군요. 특히 많은 요소 중에서도 요트의 뱃머리부터 꼬리까지 이어지는 라인을 그대로 적용한 ‘헐 라인’의 우아한 실루엣은 당신의 상징과도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을까요, 롤스로이스? 문을 열고 앉았을 땐, 당신의 새로운 고객들이 왜 쇼퍼드리븐을 마다하고 운전대를 잡았는지 너무도 명확하게 이해되었습니다. 우아하고 점잖던 인테리어가 과감하고, 현대적으로 진화했으니까요. 무엇보다 ‘스피릿 Sprit’으로 불리는 디스플레이는 쾌적했고, 스피릿에 척척 띄워지는 정보들은 직관적이었습니다. 여기에 당신의 고객 전용 어플인 ‘위스퍼스’와 연동되어 원격으로 차의 위치와 목적지 전송, 컬리넌의 잠금까지 관리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을 땐, 당신의 변화 혹은 진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많은 변화가 적용된 건 당신의 스펙터를 만난 이후로 처음이었거든요.

새 컬리넌의 트렁크에는 미니 테이블과 의자가 숨어 있다.

초대 마지막 날에는 당신과 대화하는 기분으로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이비자 북부에서 다시 아래로 내려오며 1시간 남짓 컬리넌 시리즈 II를 체감했죠. 다른 무엇보다 당신의 V12 엔진은 저 혼자 들썩이거나 왕왕 울려대지 않아서 특히 좋았습니다. 언덕을 꽤 높이 오르고, 다시 내려가는 와인딩 구간에서는 슬쩍 욕심을 내어 달려보기도 했는데, 빠르게 지나치는 창밖 나무들과는 달리 실내는 여전히 고요했습니다. 그 순간의 감각이 낯설어 고개를 갸웃했던 기억도 어렴풋이 납니다. 기억을 좀 더 모아볼까요. 컬리넌 시리즈 II는 포장되지 않은 거친 지면을 통과할 때면 강하고 믿음직한 전투병처럼 돌파했고, 이비자의 전원 풍경을 돌아 나올 땐 하나의 작품처럼 근사히 존재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컬리넌 시리즈 II를 마주한 뒤로 새로움은 매 순간 은은하게 흘러나왔고, 또다시 잇대어져 새로 연결되는 감각적 경험의 확장을 연속해서 만났습니다.

Dear. 롤스로이스. 당신의 초대에 응해 컬리넌 시리즈 II를 경험한 며칠, 제가 느꼈지만 미처 표현하지 못한 경탄과 감격, 존경과 흥분의 마음을 여기 인사와 함께 남겨 둡니다. 만나 경험하는 것이 그 어떤 일방적인 도그마나 설명보다 더 큰 힘을 전한다는 것을 당신의 초대 덕에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비자의 황금빛 태양 아래서 당신의 새로운 유산을 경험하게 되어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