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내일도, 변우석.
GQ 덥죠? 이 계절을 어떻게 보내고 있어요?
WS 여름이라 그런지 오후 6시인데도 밝게 해가 떠 있네요. 해가 긴 만큼 하루를 더 오래 살아가는 느낌이에요. 덥기도 하지만, 이 계절이 주는 그 색다른 기분이 나쁘지 않아요.
GQ 눈에는 어떤 풍경이 들어와요? 대면 인터뷰가 아닐 땐 늘 이런 게 궁금해요.
WS 이런저런 일을 체크하러 소속사 사무실에 나와 있는데, 사무실이 통창으로 되어 있거든요. 5층 높이의 통창으로 보이는 풍경을 묘사해볼게요. 여름이라 길어진 해가 천천히 지면서 저희를 비추고 있고, 고된 하루를 마치고 퇴근하는 많은 직장인분들의 모습이 보여요. 그분들께 제 목소리가 전달될 수 있다면, 이렇게 말을 건네고 싶어요. “모두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GQ 마음이 1도쯤 올라간 기분이네요. 요즘 변우석의 온도는 몇 도쯤이에요?
WS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에는 너무 낯간지러운데.(웃음)
GQ 체온계를 대기 전에.(웃음)
WS ‘몇 도’라고 하기보다는 다만 ‘뜨겁다’라고 말해야 할 것 같아요. 전에 비해 정말 많은 분이 알아봐 주시고, 사랑받고 있다고 몸소 느끼고 있어요. 최근에는 첫 아시아 팬미팅 투어로 각국의 팬분들을 가까이에서 만났어요. 늘 동경하고 꿈꿔왔던 것들이 실현되고 있는 것 같아서,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에요.
GQ 지금의 온도가 마음에 들어요?
WS 너무나 소망하고 동경하던 온도니까, 감사하죠.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인 것 같아요. 부담감과 책임감도 느끼지만, 더 나은 모습을 기대하시는 팬분들의 기대에 어떻게 부응할 수 있을지 진중하게 생각을 하게 돼요.
GQ 작품이 끝나면 맡은 배역을 차분히 떠나보내는 편이에요? 혹은 자신 안에 차곡차곡 쌓아둬요?
WS 차곡차곡 쌓아두려고 노력해요. 작품 하나, 캐릭터 하나 모두 제게 좋은 자양분이니까요. 쉽사리 놓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제가 임한 캐릭터를 빚기 위해 많은 분이 함께 고생하셨다는 사실, 그 마음을 잘 아니까요. 제가 좀 금방 정이 들어버리는 성격이라.(미소)
GQ “선재는 어디쯤 있나요?” 결국은 이 질문을 하고 싶었는데, 하지 않아도 되겠어요. 변우석이 지나온 인물들에 결국 수많은 얼굴이 담겨 있는 셈이겠고요.
WS 맞아요. 과거에 했던 캐릭터를 생각해보면, 주변에서 같이 고생하신 분들의 얼굴이 너무 많이 떠올라요.
GQ “선재가 된 내가 잘 그려졌다.” 시나리오를 읽고 이런 마음이 피어올랐던 것이 <선재 업고 튀어>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라고 이야기했죠. 어떤 인물이 된 내가 상상이 잘될 때, 그 역할을 더 해보고 싶다고 느껴요?
WS 대본을 읽으면서 상상이 잘되고 그 역할이 된 저의 모습이 잘 그려진다는 건, 그 캐릭터에 녹아들 수 있는 충분한 경험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점점 연기를 하면서 경험의 중요성을 많이 깨닫게 돼요.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다양한 경험을 하려고 노력해요. 캐릭터에 더 잘 녹아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GQ 변우석은 무엇에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인 것 같아요?
WS 어떤 누군가의 선의요. 누군가가 베풀어주는 선의, 배려가 제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정말로 커요. 제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요. 삶에서 그런 분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을 들여다보면, 늘 배울 점이 많더라고요. 굳이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상대를 스스로 돌아보게도 하고, 단점도 자각하게 하고, 그러면서 극복해 나아가는 힘도 주는 것 같아요. 저도 그런 분들의 좋은 점을 배우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GQ 자신이 그랬듯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따뜻하게 데우고 싶어서요?
WS 그런 것 같아요.
GQ 변우석에게 ‘사랑’이란 무엇이에요?
WS 저에게 사랑이란 감정은···, 순간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 동시에 제게 행복을 주는 감정인 것 같아요.
GQ ‘사랑’이란 단어를 다른 단어로 표현한다면요?
WS 행복, 그리고 즐거움.
GQ 그러면 지금은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즐겁다고도 말할 수 있겠네요.
WS 많은 분의 사랑을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해요. 내가 이렇게 벅찬 사랑을 받아도 되나? 그러니까 더 감사하고, 거기서 받는 힘이 커요. 그러니까 제게 사랑은 삶에 큰 힘이 되어주는 것,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요.
GQ 여전히 아버지와 뽀뽀를 한다고요? 그런 환경이 변우석에게 어떤 선물을 한 것 같아요?
WS 표현 부자가 됐다는 점?(웃음) 저는 제가 표현하고 싶은 감정을 다른 말로 돌려 말하지 않아요. 사랑하면 “사랑한다”, 고마우면 “고맙다”,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서슴없이 의미 그대로 표현하죠.
GQ 쉬운 것 같지만 사실은 아주 어려운 일이죠.
WS 또 표현이 잘 전달되려면 상대의 기분이나 상태도 잘 살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도 조금은 자신 있어요. 말하자면, 눈치?(웃음)
GQ 그런 점은 연기에도 분명 도움되죠?
WS 그렇죠. 연기에서 감독님, 작가님, 상대 배우, 스태프들과의 합이 너무 중요하잖아요. 저는 비교적 상대가 원하는 바를 빠르게 알아채어 합을 잘 맞추려고 해요. 일종의 순발력? 하하하. 그렇게 해서 빚어진 유연한 소통이 겹겹이 쌓이면 좋은 작품으로 완성되는 데 조금이라도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GQ “제가 운이 진짜 좋아요.” 얼마 전 <유퀴즈 온더블록>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내가 운이 좋다고 여기는 마음은 쉽게 갖게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내 곁의 크고 작은 운을 감각하는 눈, 센스, 태도는 어떻게 길러진 것 같아요?
WS 돌이켜보면 분명 힘들었던 순간은 있었어요. 모델 일을 처음 시작할 때도, 연기를 시작하면서도. 힘든 만큼 더 잘하고 싶었고, 그 순간을 이겨내기 위해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제가 된 것 같아요. 간절히 바랐고, 바라는 만큼 열심히 임했어요. 간절한 바람들이 결국은 운이 된 것 같아요. 힘들 때 가족, 친구, 회사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응원이 모여 제게 크고 작은 운을 전해준 셈이죠. 그래서 느끼지 않을 수 없어요. 제가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GQ 최근 한 콘텐츠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 전에는 ‘후회되는 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답했지만, 이제는 책상 위에 공책을 하나 놓아둘 것 같다”고요. 메모를 통해 “이땐 이런 선택을 해”라는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였고요. 만약 매일매일 기억을 잃어서 자고 일어나면 어제까지의 기억이 사라진다고 가정해봐요. 노트에는 어떤 시그널을 남길 것 같아요?
WS 그 노트에는 매일의 소중한 기억들을 적고 싶어요. 얼마 전 서울 팬미팅에서 “제가 그 순간을 기억하기 VS 팬분들이 저를 기억해주기” 중 고르는 밸런스 게임 질문이 있었어요. 팬분들께는 죄송하지만, 그때도 저는 “제가 그 순간을 기억하는 것”을 골랐어요. 왜냐하면 그 순간이 제게 너무 소중하기도 하고, 행복했던 그때의 감정을 잊고 싶지 않아서요. 만약 제가 매일 기억을 잃어서 노트에 적힌 내용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면, 잊고 싶지 않은 소중한 기억들을 적을 것 같아요.
GQ 마치 선재의 미래를 궁금해하듯 많은 사람이 변우석의 차기작을 기대하고 있어요. <선재 업고 튀어>로 연기에 대해 더 욕심이 생겼다고 했으니 더더욱요. 연기를 향한 더 커진 욕심, 열망, 열정들이 작품 보는 눈을 조금쯤은 다르게 만들었을까요?
WS 이번 작품을 하며 기준이 조금 더 확고해진 것 같아요. 키워드는 공감인 것 같아요. 대본을 읽으면서 공감되는 부분을 중점으로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선재는 10대와 30대를 오가는 동시에 수영선수에서 가수로, 변화가 많은 캐릭터여서 촬영하면서 작가님, 감독님과 각 장면과 감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덕분에 캐릭터에 대해 더 많은 이해를 하고 연기할 수 있었고요. 그러니까 결국은, 제가 읽을 때 마음으로 느끼고 공감을 바탕으로 표현해야 보시는 분들께도 충분히 전달될 수 있는 거구나, 깨닫게 되었어요. 이후에도 기회가 닿는다면 제가 잘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찾고 싶고, 인물을 이해하기 위한 충분한 노력 또한 게을리하지 않을 것 같아요.
GQ 언젠가 “미숙한 게 별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한 영상 인터뷰의 말이 떠오르네요. 미숙한 건 미숙한 대로 나쁘지 않다. 그 생각이 제 마음을 툭 치고 간 것 같아요. 미숙함에 대한 지금의 생각은 어때요?
WS 여전해요. 사람이 어떻게 항상 성숙하고, 모든 것을 잘 알겠어요. 이따금 실수도 하고, 그 실수를 극복해 나아가고, 잘 모르는 건 공부하고 노력하면서 잘 알게 되는 게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2024년 현재의 저 또한 아직 너무 미숙하고 모르는 게 많은걸요.
GQ 미숙함 앞에 오롯이 서는 자세 자체로 성숙하게 느껴지는걸요?
WS 성숙한 사람이 되기 위해 부단히 달려가고 있는 중이에요. 많이 엎어지고, 또다시 일어나기를 매일 반복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