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마트에서 울던 미셸 자우너는 지금 안녕합니다.
GQ 밥은 먹었어요?
MZ 아침은 보통 잘 안 먹어요. 과일 스무디 주스 마셨어요.
GQ 밥심으로 해야죠.
MZ 저녁에 우리 남편 피터랑 이태원에서 식사할 거예요. 피터가 미국 사람인데 요즘 향수병에 걸려서 친구와 너무 맛있는 모로칸 음식 먹으러 갈 거예요.
GQ 미셸은 향수병 괜찮아요?
MZ 저는 괜찮아요. 한국 생활 잘 맞아요.
GQ “네가 한국에서 1년 만이라도 살면 참 좋을 텐데”라던 엄마 말씀 따라 엄마의 나라 한국에 왔다고요.
MZ 어렸을 때 엄마가 한국에서 1년 동안 살면 한국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을 거라고 그랬어요. 지금 한국에 산 지 7개월 돼서 많이 늘었는데 아마 유창하게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친구도 많이 사귀고 간단한 대화도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요즘. 한국에서 안 떠나고 싶어요.
GQ 한국어 유창한데요, 지금.
MZ 도전이에요. 진짜 도전이에요. 요즘 어학당에서 병원 어휘 공부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난주에 감기 걸렸을 때 병원에 가서 많이 사용했어요. “콧물 안 나고, 기침 나고, 목이 부었어요.” 처음으로 다른 언어를 배우고 있는데 너무 새로운 경험이에요. 오랜만에, 거의 15년 만에 학교에 다녀서 신기해요.
GQ 미셸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한 이유 중 또 하나가 큰이모와 대화하고 싶은 것이었잖아요. 요즘 큰이모와도 이야기 나누었어요?
MZ 응, 저번에 거의 한 달 만에 봤어요. 페스티벌에서 봐서 조금만 대화했어요. 평소에는 엄마 추억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해요. 더 늘었으면 좋겠어요. 아마 다음 주에 만날 때 더 쉽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서울 오기 전에 비자 신청하려고 부모님 은행 개인 박스(금고)에서 서류를 찾다가 거기에서 엄마 일기장 발견했어요. 우리 엄마가 20대 때 쓴 일기장이에요.
GQ 엄마가 20대에 쓴 일기장을 찾았어요? 읽어보았어요?
MZ 아직 조금만 읽었는데, 엄마의 20대 생활이 쓰여 있는데,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술집하고, 하하하하, 좋아하는 노래, 호감 가는 남자, 어린 시절 내용이 있어요. 너무 궁금해요. 다음 달에, 아마 가을에 친구하고 같이 번역할 것 같아요.
GQ 귀한 걸 발견했네요.
MZ 그래서 열심히 한글 공부하고 있어요. 큰이모하고 엄마 추억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너무 달라요. 내가 어렸을 때 본 엄마 성격은 엄격했어요. 근데 큰이모가 생각하는 엄마 정미는 날라리. 으하하하. 나는 그 사람을 만난 적이 없어요. 큰이모가 생각하는 엄마는 파티걸인데 내가 생각하는 엄마는 부지런하고, 깨끗하고, 엄격한 분이에요.
GQ 그러게요. 미셸의 엄마는 항상 미셸에게 어깨 펴고 다니라고 하는 깔끔하고 엄격한 분인데.
MZ 왜 공부 안 하니. 피아노 빨리 연습해. 어깨 ‘피고’. 왜 토너 안 썼어. 얼굴 더 씻어. 왜 피부가 나빠졌어···. 그런 잔소리 많이 들었어요.(깔깔깔 웃는다.)
GQ 그러니까. 그런 엄마의 모습들이 미셸이 쓴 이 책 <H마트에서 울다>에 묘사가 아주 잘돼 있어서 생생해요.
MZ 맞아요. 한국 독자에 대해서 걱정했어요. 그리고 한국 문화에 대해서 쓸 때 ‘이게 맞을까?’라고 생각했어요. 가끔 진짜 한국 사람하고 교포 사이가 조금 복잡해요. 그거에 대해서 제 교포 경험이 잘 이해될지 걱정했어요.
GQ 그 점이 흥미로웠어요. 미셸의 아주 개인적인 경험인데도, 잔소리가 애정인 엄마 화법이나 잘 먹는 게 중요하다는 시선은 여기 한국에서도 보편적이어서요.
MZ “식사하셨어요?”, “밥 한번 먹어요”, 응. 엄마를 떠올리면 요리하는 기억이 많아요. 그리고 2년마다 여름에 엄마와 같이 서울 할머니 집 방문해서 거실 바닥에서 다 같이 자던, 선풍기 소리하고 매미 소리하고 그 습한 느낌이 생각나요. 미국하고 한국 시간이 너무 달라서 늦게까지 잘 수가 없어서 우리가 같이 할머니 냉장고 구경하고 늦은 밤에 간장게장 꺼내 먹던 추억이 또 있어요. 그런 추억이 행복하게 기억나요.
GQ 그런데 지금 우리 대화도, <H마트에서 울다>도, 그런 엄마가 돌아가신 후의 이야기잖아요. 상실에 대해서 계속 말하는 게 괜찮을까 싶기도 해요.
MZ 계속 이야기해야 해서?
GQ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할 때마다 미셸에게는 가슴 아픈 일일 수 있잖아요.
MZ 응, 가슴 아플 때 가끔 있어요. 아직도 가끔 있어요. 엄마 묘에 방문할 때 항상 울어요. 그런데 엄마를 위해 울면 마음에 들어요. 엄마를 많이 사랑해서 계속 울어도 괜찮아요. 좋은 추억이 많아서. 원래, 엄마가 아플 때 기억이 많아서 그 이유로 많이 울었어요.(미셸의 어머니는 불현듯 암을 선고받고 6개월 투병 후 돌아가셨다.) 그런데 H마트(한인슈퍼마켓)에 갔을 때 팥이 든 캔을 봤어요. 그때 갑자기 너무 좋았던 엄마와의 추억이 떠올랐어요. 그 팥을 봤을 때 여름에 서울 할머니 집에서 엄마가 여름 원피스를 입고 열심히 팥빙수 기계를 이렇게 (맷돌 돌리듯이 돌리는 흉내를 내며) 하던 추억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계속 H마트에 가고 싶었어요. 가서 여러 가지 좋은, 엄마가 건강할 때의 추억이 떠올랐어요.
GQ 그것을 기록한 게 <H마트에서 울다>죠.
MZ 맞아요. 5년 동안 썼어요. 조금씩 조금씩 자세히 모았어요. 엄마 돌아가시고 아마 1년 후부터. 처음에는 앨범에 담았어요. 제 첫 번째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앨범 <저승사자 Psychopomp>에. 그런데 앨범 작업이 끝난 후에도 아직 더 표현하고 싶었어요. 음악을 만들어도 하고 싶은 더 긴 이야기가 있었어요. 당시 광고 회사에서 일할 때였는데 제가 창의적인 사람이라서 만족이 안 됐어요. 그래서 회사 일이 끝나면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GQ 그러고 보면 미셸은 10대 때부터 공연도 하고 뮤지션을 꿈꾼 것 같은데 대학 전공은 문예창작과예요.
MZ 크리에이티브 라이팅 Creative Writing, 네. 원래 글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소설. 가수는 안 되고 싶었어요. 그냥 작곡하는 게 좋았어요. 노래 부르는 거 별로 안 좋아했어요. 제 목소리가 좋은 목소리가 아니에요. 너무 독특한, 조금 이상한 목소리가 그냥 내 목소리예요. 음악을 하고 싶은데 가수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가수가 됐어요. 그런데 다른 사람이 쓴 노래를 저한테 주고 불러달라고 하면 저는 안 하고 싶어요.
GQ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군요.
MZ 응, 그런 활동이 저예요. 유명해지거나 가수가 되고 싶은 목적이 없었어요. 그냥 기타를 치고 싶거나 음악, 노래를 작곡하고 글 쓰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제 생각에 제가 제일 잘하는 건 가사(작사)예요. 항상 쓰는 걸 좋아했어요.
GQ 엄마가 돌아가시고 완성한 <저승사자 Psychopomp>를 들었어요.
MZ 그 아홉 곡이 너무 짧았어요.
GQ 생각보다 신나는 리듬이라서 놀랐어요.
MZ 원래 그 노래들을 쓸 때는 속도 더 느리고, 더 슬프게 만들었어요. 그런데 계속 일하면서 그 노래가 조금 변했어요. 콘트라스트 Contrast를 뭐라고 해요? 응, 대비. 대비가 주제가 됐어요.
GQ 그 대비가 정말 느껴진 게, 미셸의 목소리는 슬펐거든요.
MZ 그럴 수 있어요. 맞아요.
GQ 특히 3번 트랙. ‘Rugged Country’.
MZ 오, 제 생각에는 제 목소리가 그때보다 많이 늘어서 지금 그 노래 들으면 마음에 안 들어요. 너무 옛날에 만들어서 조금 로우 Raw해요. 약간 미완성. 그래서 그 독특한 느낌도 있는데, 그런데 가사는 아직도 좋아요. 새로 쓴 노래를 더 좋아하지만 그때 노래들에 대해서 아직 자부심도 있어요.
GQ 맞아요. 그런 스킬보다도, 처음에는 가사를 모른 채 노래만 들었는데 목소리가 슬프게 들려서 봤더니 이런 가사가 보이더라고요. “I’m The Rugged One 나는 강인한 종자야.” 그걸 이 악물고 말하는 느낌이었어요.
MZ 그때 부모님 집이 약간 숲에 있어서 너무 외롭고, 그런 느낌을 많이 느꼈어요.
GQ 그럼에도 “강인한 종자”라고 말하는 건 어머니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성격, 캐릭터를 말하는 건가요?
MZ 어···,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그 느낌은 이런 거예요. 제가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됐어요.
GQ 엄마 돌아가시고 나서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
MZ 네, 그런 느낌.
GQ 하지만 강인하다고 말하고 있잖아요.
MZ 아무것도 없으면 더 강해져요. 강하게 돼요.
GQ 아무것도 없어서 오히려 강해졌다는 거구나. 무슨 말인지 이제 너무 알겠어요.
MZ 응. 사실 엄마 돌아가신 후에 제 성격이 많이 변했어요. 더 열심히 하는 사람이 됐어요.
GQ 참···, 이것도 하나의 대비 같아요. 엄마가 돌아가신 슬픔 뒤에 낸 미셸의 기록들, 그러니까 2022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뉴 아티스트’에 노미네이트 되고, <H마트에서 울다>는 오바마, 두아 리파, 빅 미디어들이 추천하는 책에 오르고, 그 책이 한국에서는 지금 17쇄를 찍은 이런 좋은 일들이 온 게 말이에요.
MZ 17쇄? (출판사가 낸 물량이 모두 팔려 다시 인쇄한 횟수를 의미한다 설명하자 “오” 감탄한다.) 몰랐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하나님은 안 믿는데 엄마가 보고 있다고 느껴요. 저도 많이 생각해요. 엄마 선물이라고 느껴요. 그리고 제 생각에는 제 성격이 많이 변해서 더 급하게 일해요. ‘죽기 전에 뭘 하고 싶은가’ 많이 생각했어요. 처음으로 직접 죽음을 봐서. 그래서 제 성격이 많이 변했어요. 제가 시간이 많이 작아서(없어서) 하고 싶은 일을 빨리 해야 돼요. 그래서 더 노력했어요.
GQ 앞으로 또 무엇이 하고 싶어요?
MZ 일단 자유롭게 큰이모와 대화하고, 엄마가 20대에 쓴 일기 번역하고, <H마트에서 울다> 한국어 번역 책을 읽는 게 이번 어학당 가을 학기 후에 독학하면서 할 목표예요. 그리고 서울에 오기 전에 새로운 앨범을 만들었어요. 내년 3월에 나올 것 같아요.
GQ 4집이군요. 리스너로서 1집(<저승사자 Psychopomp>)은 상실을 담고, 2집
(<다른 행성에서 들려온 부드러운 소리 Soft S ounds From A nother Planet>)은 보다 치유가 됐고, 3집(<주빌리 Jubilee>)은 완전히 넘어서서 나아가려는 이야기였다고 느끼는데,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하네요.
MZ 맞아요. 3집은 행복함에 대한 앨범이었어요. 그리고 악기를 많이 썼어요. 혼과 스트링 악기가 많았어요. 그래서 그 앨범을 위해 공연할 때 제가 기타를 많이 안 쳤어요. 그냥 노래를 불렀어요. 그래서 기타가 많이 그리웠어요. 이번 앨범은 기타를 많이 쳐요. 그리고 우울한 앨범이에요.
GQ 우울? 왜요?
MZ 행복한 주제에 질렸어요. 하하하하하. 그래서 우울한 주제로 돌아갔어요. 제 생각에는 조금 성숙한 내용. 3집은 색깔도 다 노란색, 밝은 색 많이 썼는데 그 스타일에 너무 질려서, 아마 이번 앨범은 다른 색깔이 나올 거예요. 항상 지난 앨범과 다르게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요즘 제 나이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요.
GQ 나이가 어때서요.
MZ 서른다섯. 내년에 엄마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우리 생활이 많이 변할 것 같아요. 그 내용에 대해서 많이 썼어요. 인생···, 여러 가지 인생에 있는 내용을 써야 해요.
GQ 엄마. 이제는 미셸이 엄마가 되고 싶군요. 엄마가 된다는 건 어떤 일일까요?
MZ 사랑이 있고, 중요하다고 느껴요. 음···, 사촌 오빠가 우리 엄마 일기 읽고 울었어요. 왜냐하면 오빠 생각에 (일기 속) 엄마는 날라리 아닌데, 큰 꿈이 있는 드리미 Dreamy 같은 사람인데, 미셸이 대신 그 꿈을 이룬 것 같다고. 엄마가 본다면 행복할 것 같다며 울었어요. 우리 아이가 꿈이 있으면 제가 서포트하고 싶어요. 제가 도와줄 수 있어요. 제가 창의적인 일을 잘해서, 제가 꿈을 이룬 사람이라서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 남편이 인내심이 많아서 우리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GQ 그럼 이 질문을 다시 던져볼게요. 엄마를 떠나보내고 미셸은 글과 음악으로 늘 이렇게 스스로 물어왔잖아요. 지금은 어때요? “당신이 없다면 이곳이 무슨 의미가 있죠? What’s This Place If You’re Not Here?”
MZ 요즘 이 질문이 너무 중요해요. 한국과 제 사이가 많이 변했어요. 원래 이곳은 엄마의 나라였어요. 그런데 지금 제 나라를 찾고 있어요. 이런 경험이 너무 신기해요. 이 경험에 대해서도 쓰고 있어요. 왜냐면 제가 지금 망원동에 사는데, 우리 큰이모가 3개월 전에 우리 집에 운전해서 왔는데 망원동에 처음 왔다고 했어요. 한 번도 방문 안 했어. 하하하하. 이모는 강남 안 떠나요. 우리 경험이 너무 달라요. 엄마의 한국과 나의 한국이 달라요. 그래서 엄마가 없는 곳에서, 응, 이제는 나의 것을 찾고 있어요.
GQ 한국 음식도 여전히 미셸의 속을 달래주고 있나요?
MZ 요즘 더워서 시원한 면 많이 먹고 있어요. 평양냉면. 사실 올해 서울에 오기 전에 평양냉면 많이 안 먹었어요. 6월에 제가 아시아 팝 페스티벌 공연했을 때 만난 김형균, 새소년 드러머 김형균은 평양냉면 전문가예요. 같이 필동면옥, 을밀대 가서 먹었어요. 너무 맛있더라고요. 요즘 콩국수도 많이 먹어요. 그리고 요즘 수제비 시킬 때 보리밥하고 열무김치 추가시킬 수 있어요. 그런 맛 아주 좋아해요. 보리밥하고 열무 새콤 맛. 그리고 간장게장은 언제나. 너무 특별한 맛이에요. 점점점 더 사랑에 빠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