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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목 위의 작은 미술관, 전통 공예 시계 3

2024.09.24김창규

인간의 손으로 작업 가능한 가장 높은 경지의 예술을 담아낸 워치 세 가지.

바쉐론 콘스탄틴 메티에 다르 ‘트리뷰트 투 그레이트 시빌라이제이션’

바쉐론 콘스탄틴은 메티에 다르 컬렉션을 통해 인류가 남긴 공예 예술혼의 명맥을 최전선에서 지켜왔다. 트리뷰트 투 그레이트 시발라이제이션은 루브르 박물관과의 협업을 통해 고대 이집트 왕국과 페르시아 제국, 그리스, 로마의 4대 문명을 정교한 인그레이빙과 에나멜링 기법으로 그려냈다. 사진의 시계는 기원전 277부터 168까지 이어진 안티고노스 왕조의 헬레니즘 시대를 대표하는 사모트라케의 니케 상을 묘사한 것이다. 루브르 박물관에 가 본 적이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 조각상 앞에서 사진을 찍은 적이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다이얼은 배경의 브라운 컬러만을 위해 아나멜 페인팅을 가마에서 여섯 번이나 구워내야 할 만큼 작업이 까다로웠으며, 그 위를 덮은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에는 사모트라케에서 발견된 2세기의 봉헌비에 적힌 고대 문자를 금속화 방식으로 인그레이빙했다. 그 주변을 다시 에나멜링 기법으로 칠한 장식으로 둘러싸고, 사실적으로 인그레이빙한 니케 상을 올림으로서 완성했다. 적용된 인하우스 셀프와인딩 칼리버 2460 G4/2는 시, 분, 날짜, 요일을 디지털 방식으로 표현한다. 시곗바늘이 없기에 예술작품 그 자체인 다이얼을 감상하는 것을 조금도 방해하지 않는다.

쇼파드 L.U.C XP 우루시 용의 해

쇼파드는 무브먼트를 비롯한 시계의 거의 모든 파트를 직접 생산하는 최고 수준의 매뉴팩처이지만, 동시에 손꼽히는 하이 주얼리 메이커이기도 하다. 이러한 성격의 브랜드들은 공예적인 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이 주얼리 분야는 공예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만큼 차원이 다른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쇼파드는 하이엔드 컬렉션인 L.U.C를 통해 그러한 시계들을 발표해왔다. 매년 해가 바뀔 때마다 십이간지를 표현하는 시계를 내놓는 브랜드는 많다. 하지만 쇼파드는 그중에서도 주목도가 높은 탁월한 아이디어와 공예적 요소를 결합한 시계들을 선보여왔다. 2024년이 용의 해인 만큼 쇼파드 역시 용이 다이얼을 가득 채운 시계를 내놨다. 다이얼 제작에는 일본 왕실에 옻칠기를 공식으로 납품하는 기업 야마다 헤이안도의 장인 고이즈미 미노리가 옻칠 위헤 금가루를 뿌려 하늘을 표현하는 마키에 기법 담당으로 참여했다. 다이얼 하나를 위해 20시간 이상을 할애했다. 인그레이빙 된 용과 케이스는 모두 윤리적으로 채굴된 금을 사용했으며, 골드 소재의 마이크로 로터가 달린 인하우스 셀프와인딩 칼리버 L.U.C 96-17-L을 탑재했다.

에르메스 아쏘 스토리

‘예술품을 브랜드화해 판매한다’라고 브랜드의 성격을 정의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의 정체성을 확립한 에르메스. 스카프 컬렉션은 예술가과의 협업을 통해서 방대한 규모로 선보이기에 목에 두르지 않고, 액자에 넣는 사람도 많다. 사진의 시계 역시 2022년에 스카프 디자인에 사용됐던 영국 작가 존 버튼의 작품을 공예적으로 재해석해 시계에 적용한 것. 단 12점의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발표한 이 시계는 다양한 품종의 나무들이 가진 자연 그대로의 색감과 결을 이용해 퍼즐과도 같은 마케트리(쪽매붙임) 기법으로 호랑이를 묘사했다. 호랑이에 사용된 나무 조각은 무려 290개라고 한다. 새와 토끼, 곤충들은 핸드 인그레이빙한 골드 아플리케 조각에 미니어처 페인팅을 더한 것이다. 탑재한 오토매틱 칼리버 H1912의 작동하는 모습도 케이스백을 통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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