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브먼트의 건전지 두께보다도 얆은 울트라씬 기계식 시계 3.
콘스탄틴 차이킨 씬킹
얼마 전 개최된 <제네바 워치 데이>를 통해 발표하며 ‘세상에서 가장 얇은 시계’의 기록을 경신한 모델. 무브먼트 두께가 아니라 시계 두께가 1.65mm에 불과하다 보니 보통의 스트랩보다 두께가 얇아 체결하는 스트랩 개발에도 많은 공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최근 이 부문의 왕좌에 올랐던 모든 시계들이 그러하듯이 씬킹 역시 케이스백을 무브먼트 플레이트로 활용했다. 와인딩을 위한 별도의 도구가 필요하는 점도 이전 챔피언들과 동일한데, 이 시계는 외부 케이스의 성격이 짙은 ‘케이스-팔란킹(Case-PalanKing)’을 결합해 보통의 핸드 와인딩 워치들처럼 크라운을 감는 것으로 동력 충전도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결합했을 때는 두께가 5.4mm로 대폭 두꺼워진다. 아직은 프로토타입으로만 선보여 상품화되기 전이다.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사실 21세기 시계 산업에서 울트라씬의 맹주는 단연 불가리라고 할 수 있다. 분야별(컴플리케이션 기능에 따른 분류)로 8개의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쥔 적도 있을 정도니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얇은 시계’ 기록도 리차드밀 RMUP-01 페라리의 1.75mm를 제치고, 1.7mm라는 경이로운 기록으로 경신한 바 있다. 아쉽게도 기록은 반 년이 채 되기도 전에 예상밖의 복병인 콘스탄틴 차이킨에게 깨졌지만, 옥토 피니씨모는 울트라씬 워치로는 정말 드물게 COSC 인증을 받았다는 점이 다르다.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얇은 크로노미터 워치’라고 한다면 타이틀이 유효하다.
리차드 밀 RMUP-01 페라리
울트라씬과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입체적인 볼드함으로 어필해 온 리차드 밀이지만, 하이퍼 워치의 간판 브랜드로 기술력을 한 번 과시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페라리와 함께 개발한 이 시계는 2022년 두께 1.75mm로 당시 ‘세상에서 가장 얇은 시계’의 기록을 새로 썼다. 얼마 전 내한한 퍼렐 윌리엄스가 이 시계를 차고 다녀 다시 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데, 무려 4년간 6,000시간 이상을 쏟아 만들었으니 그럴만했다. 오직 타이틀만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 시계는 ‘세상에서 3번째로 얇은 시계’ 취급밖에 받지 못하겠지만, 시계의 가치를 제대로 바라보는 이에게는 이토록 얇지만 5,000g 이상의 중력 가속도를 견뎌내고, 10m의 방수 성능까지 갖춘 ‘가장 튼튼한 울트라씬 워치’로 여겨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