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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빈 “고개만 들면 하늘이 보여요”

2024.10.22최태경, 신기호

하루 두 번 하늘을 올려다보고, 보통의 대화를 자주 나누고, 노력할 수 있음에 행복해하고, 오가는 길에서 만난 계절을, 사람을, 순간을 환히 반기는 이 모두가 우빈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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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하루에 두 번 하늘 보기’를 실천 중이라고요. 마침 하늘이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있어요.
WB 아까 촬영하면서 한 번 보고, 조금 전 여기 앉으면서 봤으니까 두 번은 다 채웠네요. 오늘 구름이 정말 예뻐요.
GQ 하루에 두 번 하늘을 보자고 마음먹은 이유가 있어요?
WB 대단한 결심이나 뭐 그런 건 아니에요. 언젠가 문득 생각해보니까 오늘 하늘을 한 번도 안 본 것 같은데, 싶은 거죠. 뭐가 그리 바빴다고, 고개만 들면 하늘인데. 그래서 어려운 거 아니니까 의식적으로라도 보자,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근데 한번 해보세요. 이거 정말 괜찮아요.
GQ 우빈 씨가 유독 좋아하는 하늘이 있어요?
WB 안 좋았던 하늘이 있었나 싶어요. 비가 내려도 전 그 나름 좋더라고요.

호커 더블 브레스트 코트 7백만원대, 캐시미어 터틀넥과 블랙워치 수트 팬츠 가격 미정, 카프스킨 첼시 부츠 1백80만원대, 모두 랄프 로렌 퍼플 라벨.

GQ 지금 한창 <다 이루어질지니> 촬영 중이죠?
WB 이제 막바지라 거의 매일 촬영하고 있어요. 지방 촬영도 많은 편이라 주로 제천과 공주를 오가고 있어요.
GQ 제천과 공주의 하늘은 어떻던가요?
WB 요즘 하늘이 확실히 깨끗하고, 시원해졌어요. 밤에는 패딩을 입을 정도로 공기가 차요. 계절 사이에 있는 지금의 변화가 새삼 새롭게 느껴져요. 참, 제천 갈 때 어디쯤에서 꼭 산을 넘어가는데요, 그 길이 정말, 너무 예뻐요. 올 2월부터 제천을 오갔는데 다 좋았어요. 정확히 어떤 고갯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추천해요.

웰링턴 코트 1천5백만원대, 스트라이프 셔츠 70만원대, 테일러드 울 팬츠 90만원대, 모두 랄프 로렌 퍼플 라벨.

GQ 이렇게 바쁘게 오가는 사이사이, <무도실무관> 홍보 활동도 있었어요. 반응이 굉장해요.
WB 감사하죠. 특히 무도실무관 현직에 계신 분들이 남겨주신 응원들이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대부분 ‘무도실무관’이라는 직업을 알려줘서 고맙다는 내용인데,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죠.
GQ 포털 검색창에 ‘무도실무관’을 입력하면 채용, 시험, 연봉 등 연관 검색어가 줄줄이 이어져요. 그걸 보며 영화가 흥행을 넘어 이런 사회적인 영향력까지 기대했다면, 그럼 순기능이 제대로 작동됐구나 싶었어요.
WB 바로 보셨어요. 처음 감독님을 만났을 때 제 첫 질문이 그거였거든요. “저는 이 시나리오를 ‘무도실무관’이라는 직업이 더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읽었는데, 감독님의 의도도 같은가요?” 이렇게 여쭤봤어요.
GQ 감독님의 대답은?
WB “맞다.” 감독님께서도 흔쾌히 “맞다”고 하셔서 그럼 오케이! 그렇게 시작하게 됐어요. 그 포인트라면 잘 해내고 싶었거든요.

켄트 플레드 울 스포츠 코트와 베스트 가격 미정, 스트라이프 셔츠 70만원대, 버건디 데일 팬츠 90만원대, 페이즐리 실크 타이 가격 미정, 모두 랄프 로렌 퍼플 라벨.

GQ 영화를 향한 지금의 반응이나 기대가 어쩌면 보통의 영화와는 조금 다르다면, 그런 의도나 방향성이 이유가 될 수도 있겠네요.
WB 맞아요. 영화가 공개되기 전보다는 확실히 ‘무도실무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느껴요. 관객들의 반응도 ‘무도실무관’이라는 직업이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 이런 긍정적인 방향으로 뻗어서 작품에 참여한 배우 입장에서는 굉장히 감사하죠. 보람도 크고요.
GQ 무도실무관은 우빈 씨도 낯선 직업이었죠?
WB 네. 감사하게도 촬영 전에 무도실무관 분들을 직접 만나뵐 수 있는 시간이 있었어요. 성균이 형하고 같이 현장을 보고,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는데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렵고 위험한 일이라는 걸 금방 알았어요. 이분들 덕분에 우리가 안전하게 일상을 지나올 수 있었구나 새삼 깨달았고요. 그때 느낀 것들이 너무 선명해서 이 마음을 촬영이 끝날 때까지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시어링 재킷 7백70만원대, 캐시미어 니트 톱 1백50만원대, 테일러드 울 팬츠 90만원대, 실크 네커치프 가격 미정, 카프스킨 첼시 부츠 1백80만원대, 모두 랄프 로렌 퍼플 라벨.

GQ 직업이 낯선만큼 캐릭터를 이해하는 과정도 어려웠겠죠?
WB <무도실무관>이 액션 영화이긴 하지만 사실 제게 액션은 두 번째였고, 저는 이정도라는 인물의 드라마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정도의 심리와 감정 변화가 잘 전달돼야 비로소 ‘무도실무관’이라는 직업을 올바르게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GQ 이정도가 전혀 모르던 세상으로 풍덩 빠져들기까지, 그 이유와 과정이 허술했다면 지금의 반응이 없었을 수도 있고요.
WB 맞아요. 이정도가 전혀 몰랐던 일을 하게 되고, 그러다 조금씩 일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급기야 이 일을 잘하고 싶고, 누군가를 구해주고 보호하고 싶은 책임감이 솟기까지의 그 과정이 저는 전부 디테일하게 나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변화가 자세히 설명되고 전달됐을 때 비로소 몰입되는 작품이 될 수 있다고요. 그래서 그 과정을 굉장히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지나왔던 것 같아요.

호커 더블 브레스트 코트 7백만원대, 캐시미어 터틀넥과 블랙워치 수트 팬츠 가격 미정, 모두 랄프 로렌 퍼플 라벨.

GQ 여기에는 이정도가 말하는 ‘재미’가 있잖아요. 다른 무엇보다 이정도에게는 ‘재미’라는 절대 가치가 존재하는데 그게 점차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변해요. 흔히 변화를 두고 ‘달라졌다’고 이해하기도 하는데, 이정도의 변화는 달라짐이 아니라 성장임을 투명하게 보여줘서 관객들은 더 반가웠고, 더 쉽게 이해되지 않았나 싶어요.
WB 그런 부분에서 <무도실무관>은 청춘물, 한 인물의 성장기이기도 한 것 같아요. 작품 속 인물을 너머 작품 밖에 있는 실제 직업에까지 이렇게 관심을 가져 주셔서 정말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GQ 이정도의 ‘재미’처럼 우빈 씨의 절대 가치에 대해 물으면요?
WB 요즘을 기준으로 한다면 ‘현재에 집중하려는 태도’인 것 같아요. ‘제 절대 가치는 이거예요’라고 말할 수 있는 확실한 무엇은 없는데, 아무튼 제가 요즘 유지하고 지키려고 하는 가치라면, 그건 순간순간을 잘 지내려고 하는 마음, 노력이지 않은가 싶어요.

번햄 리넨 재킷 3백만원대, 실크 리넨 니트 톱 2백만원대, 화이트 울 팬츠 1백만원대, 도트 패턴 네커치프 40만원대, 카프스킨 로퍼 1백20만원대, 모두 랄프 로렌 퍼플 라벨.

GQ 이유라면 역시 그럼으로써 좋은 영향을 전해 받기 때문이겠죠?
WB 네. 그렇게 순간들에 집중하다 보면 행복해지더라고요. 집중이란 거 별거 없어요. 같이 대화하는 사람의 표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그 사람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서 들어보고, 이 사람이 뭘 읽고 있고 뭘 입고 있는지 관찰하는 정도예요. 그런 작은 순간들에 집중해보는 거죠.
GQ 그럼 지금 저도 그런 집중을 받고 있는 건가요?(웃음)
WB 물론요. 아까부터요. 이런 순간들이 쌓이면 오늘 하루를 잘 산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누군가와 이렇게 집중해서 대화를 나누면 그 사람이 선명히 기억나거든요? 기억날 수밖에 없어요. 표정도, 입었던 옷도, 습관처럼 하던 행동도요. 나아가 오늘 만난 모두가 이렇게 선명히 기억나면, 그럼 현재를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 좋고 그래요. 요즘은 초점을 좀 그렇게 맞추고 있어요. ‘열심히 살아야지’보다는 천천히 살펴보며 살아가고 있는 쪽에.

켄트 플레드 울 스포츠 코트와 베스트 가격 미정, 스트라이프 셔츠 70만원대, 페이즐리 실크 타이 가격 미정, 모두 랄프 로렌 퍼플 라벨.

GQ 우빈 씨의 마음가짐이 ‘긍정적이다’보다는 ‘예쁘다’에 더 가깝게 느껴져요.
WB 고맙습니다. 어려서부터 좀 긍정적이었던 것 같아요. 이건 부모님의 영향이 큰데, 이를테면 내일 아침 일찍 촬영 가는 게 너무 싫어요, 그러면 그걸 덮을 수 있는 장점을 찾아서 생각하거든요. ‘그래, 대신 일찍 일어나면 맑은 새벽 공기를 맡을 수 있잖아’ 이렇게요. 어려서부터 좀 이런 식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GQ 원영적 사고 이전에 우빈적 사고가 있었다.
WB (웃음) 사실 말도 안 되게 막 생각해보는 건데, 그런데 이게 도움이 정말 많이 돼요. 어차피 달라질 건 없고, 이 상황을 지나가야 된다면 그럼 뭐 기분 좋게 가보자, 같은 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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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예전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말을 한 적 있어요. “오늘 하루 잘 살았다, 거기에는 노력하려는 마음이 있었는가 없었는가의 차이가 있는데, 사실 이 차이가 굉장히 크다. 작은 것이라도 노력하려는 마음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요.
WB 제가 오버했네요.(웃음)
GQ 에, 맞는 말이죠. 생각을 달리하고, 마음을 야무지게 먹어보는 태도도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죠.
WB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노력을 안 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각자의 삶에서, 주어진 상황에서 다들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기준이 다를 뿐이죠. 내 기준에서만 보면 넌 노력을 안 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난 늘 제자리인 사람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렇지 않잖아요. 사람은 자기 인생 안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어요.
GQ 정도를 떠나서 노력이라는 본래를 인정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WB 네. 나의 노력도, 누군가의 노력도 인정해주는 태도가 먼저인 것 같아요.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태도. 살펴볼 수 있는 여유. 기꺼이 이해해보려는 마음가짐. 교과서 같은 말이긴 하지만, 이게 또 그리 대단히 어려운가 하면 그건 아닌 것 같거든요. 그래서 한번 해보려고 하는 거죠. 해볼 수 있는 거니까.
GQ 고개만 들면 되는 하늘 보기처럼요.
WB 그러네요. 근데 그것보다는 좀 더 노력이 필요할 것 같긴 해요.(웃음)

크레스트 스웨터 4백60만원대, 셔츠 가격 미정, 테일러드 울 팬츠 90만원대, 벨벳 슬리퍼 1백30만원대, 모두 랄프 로렌 퍼플 라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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