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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유 “또 한 번 다짐했어요. 행복하자고”

2024.10.23신기호

온유로부터.

레더 재킷, 니트 카디건, 팬츠, 모두 디올 맨. 롱 네크리스, 페르데. 진주 네크리스, 티링제이.

GQ 팬 콘서트 <Hola!>를 마친 소감은요?
ON 기대요. “앞으로가 더 기대됐다.”
GQ 콘서트였지만 팬 한 분 한 분과 눈을 맞추면서 만나는 시간도 마련했죠?
ON <FLOW>때부터 늘 해온 얘기가 있어요. “팬들과 같이할 수 있는 걸 해보고 싶다”, “좀 더 가까워지고 싶다” 같은 말들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한번 해봤죠. 사실 공연 전에 스포 아닌 스포도 했던 터라 아마 팬분들도 콘서트 전부터 이런 시간을 기대하지 않으셨을까 싶기도 해요.
GQ 생일 파티 소식도 들었어요. <지큐>에도 스포 아닌 스포를 남겨둔다면요.
ON 이렇게 대관을 해서 생일 파티를 하는 건 처음이에요. 그래서 다 같이 즐기는 자리가 된다면 좋을 것 같은데, 스포라면 이런 거요. 콘서트나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들을 만날 수 있게 되지 않을까?(미소) 그날 친구처럼 편하게 만났으면 좋겠어요.

재킷, 팬츠, 모두 김서룡 옴므. 신발, 프라다. 네크리스, 페르테. 롱 네크리스, 트렌카디즘.

GQ 요즘의 온유를 두고서 하는 반응들, “건강해졌다”, “밝아졌다”, “행복해 보인다”와 같은 말들에 동의하나요?
ON 이건 저도 요즘 활동하면서 직접 느끼고 있는 부분이에요. 만나는 분마다 정말 그렇게 말씀해주시더라고요. 당연히 좋죠.
GQ 저는 그렇다고 이전의 온유가 밝지 않았던 건 아닌데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ON 맞아요. 그런 반응들을 처음 만났을 땐 저도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내가 전에는 밝지 않았나?’ 그런데 그랬던 것 같아요. 사람이 밝을 때가 있으면 당연히 조용할 때도 있는 건데, 저는 언제나 밝으려고만 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딱 중간 정도의 밝기만 유지했고요. 정말 기뻐도 이 정도. 슬퍼도 이 정도. 딱 중간.
GQ 반면 요즘 온유의 감정은 딱 중간에만 머물지 않고요.
ON 네, 요즘은 뭐든 적극적으로 표현해요. 긍정적인 감정이든 그 반대의 감정이든 솔직하게요. 전과는 다르게 솔직한 감정들이 나오다 보니까 밝아졌다, 건강해 보인다 같은 이야기들을 해주시는 게 아닌가 싶어요. 물론 그런 지금이 저도 좋고요.

재킷, 셀린느 옴므. 팬츠, 렉토. 네크리스, 플랑.

GQ 최근에 관객들과 함께 노래하고 즐기는 온유 씨를 본 적 있어요. 그 모습이 정말 투명하게 전달돼서 저도 어느 순간 웃고 있더라고요. 이 역시 달라진 온유의 모습이라면 맞나요?
ON 맞아요. 그건 제 의도이기도 했고요. 사실 공연을 하고 싶어서 <FLOW>앨범을 좀 서둘러서 만들었거든요. 함께 부를 수 있는 곡, 같이 뛰어놀 수 있는 노래들로 앨범을 채우려고 했어요. 이전에 제가 부른 곡들 대부분은 듣긴 좋아도 부르긴 어려웠거든요. 이번엔 듣기에도, 부르기에도 좋은 노래를 만들자, 했는데 다행히 좋아해주셔서 감사하죠.
GQ 아티스트가 아닌 프로듀서로서 앨범을 이끄는 역할은 어땠어요?
ON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하고 싶은가, 이 차이인 것 같아요.
GQ 어쩌면 노래를 부르는 아티스트에 비해 ‘어떻게’가 더 중요해지는 역할이기도 하겠어요.
ON 앨범을 통해서든, 곡을 통해서든. 그게 분명하니까 어떤 맥락에서든 곡과 곡들이, 앨범과 앨범들이 이어질 수 있더라고요. 앨범 <Circle>에선 순환을 이야기했어요. 시기의 순환, 감정의 순환. 그런데 순환을 두고 더 생각해보니 그 본질은 ‘흐름’임을 알게 됐거든요.
GQ 온유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ON 네. 그래서 결국 <Circle>과 <FLOW> 두 앨범이 같은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더 확장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해요. 프로듀서로서 곡과 앨범이 갖고 있는 이런 메시지가 좋은 영향으로, 부디 잘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재킷, 셔츠, 타이, 모두 돌체앤가바나.

GQ 그럼 다음 앨범도 지금 메시지의 연결고리를 계속 갖고 갈까요?
ON 고민인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어요. 물론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자칫 한쪽에 갇혀버릴 수도 있겠다는 염려가 있죠. <Circle>과 <FLOW>처럼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쾅, 박아둔다? 아직까진 잘 모르겠어요. 다만 다음 앨범에서는 더 새롭고, 더 도전적인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만은 분명해요.
GQ 이를테면요?
ON 요즘 제 생각이 공연에 집중되어 있어서 그런지 아무래도 그쪽으로 기울어져 있긴 한데요, 이를테면 이런 거요. 무대 위에서 완벽하게 노래를 부르는 것이 저의 마땅한 몫이라면, 요즘은 여기에 내 무대를 보러 와 주시는 분들이 즐길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것까지가 온전한 제 몫이라고 생각해요. 함께 뛰어놀고, 함께 부르는 순간이 제게도 큰 위로가 되거든요. ‘그 무대에 누가 나온대’가 전부인 무대보단, ‘온유가 나온대, 재밌겠다’까지 이어질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GQ 최근의 생각인가요?
ON 아주 오래된 것 같아요.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건데 늘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언젠가 이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어요. ‘내가 너무 큰 꿈을 꾸고 있나? 내가 뭐라고 누구에게, 어떤 영향력을 끼칠 수 있지?’ 그런데 요즘엔 좀 달리 생각하고 있어요. 내가 단 한 명에게라도 좋은 순간을 만들어드리고 좋은 영향을 전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요. 한 명이 또 한 명, 또 한 명이 다른 두 명, 세 명이 될 수 있는 거니까. 처음은 그렇게 시작되는 거니까요.
GQ 이건 정말이지 온전한 사랑을 받아봤기에 할 수 있는 말이네요.
ON 고맙습니다. 진심은 정말 이래요. 제 노래를 전부 안 들어도 괜찮아요. 일하다 잠깐, 운전하다 잠깐 들었지만 그 순간이 행복했다면 전 그걸로 됐어요. 이런 순간들을 선물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정말 큰데, 그래서 앞으로도 기꺼이 도전해보려고요.
GQ 대중을 향해 있는 아티스트로서, 또 프로듀서로서 이것만큼 보람되는 순간이 또 있을까 싶어요.
ON 그럼요. 너무요. 아, 이번 콘서트 때 한 팬을 만났는데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지금까지 10년 넘게 집에서만, 멀리서만 응원해왔는데 이번 앨범을 듣고 처음으로 용기 내서 나와봤어.” 듣는 순간 울림이 굉장했어요. 큰 기쁨이었고, 고마운 마음이었고, 감동이었고. 노래를 하고 앨범을 내는 이유라면 이런거구나 싶어요. 이걸 못 느꼈던 건 당연히 아닌데, 알고 있던 건데 이렇게 직접 마주하게 되면 다시 새롭고, 새로 빛나고 그렇더라고요. 덕분에 저도 커다란 용기을 다시 얻었고요.

코트, 셔츠 모두 보테가베네타.

GQ 16년 차. 그동안 온유는 어떻게 성장한 것 같아요?
ON 모든 사람처럼 저도 시간들 안에서 성장한 것 같아요.
GQ 성장하면서 달리 생각하게 되거나 가치관이 바뀐 부분이 있어요? 이를테면 그때와 다른 지금의 기준, 달라진 태도 같은.
ON 본질은 바뀌지 않은 것 같아요.(긴 고민)
GQ 본질이라면요?
ON 행복이요. 예전의 저는 누군가를 위해 노력했어요. 내 주변 누군가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해, 친구가 좋다면 나도 좋아, 부모님이 행복해하시면 난 그걸로 됐어, 이런. 누군가가 “넌 필요한 거 없어? 갖고 싶은 거?” 이런 질문을 하면 제 대답은 늘 이거였어요. “괜찮아”, “별로”. 그 시기의 주체는 제가 아니었던 것 같아요.
GQ 지금은 온전히 온유겠죠?
ON 네. ‘행복이라는 그거, 나부터 시작해야 돼. 그래야 나눠줄 수 있어. 나눠줄 힘이 있어.’ 언젠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맞는 생각이고요.
GQ 가장 중요한 걸 알게 됐네요.
ON 샤이니로서, 또 온유로서 여러 가지 일이 있었잖아요. 그 시간을 마주하고 지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 같아요.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거겠죠.
GQ 맞아요. 온유 씨가 행복하니까, 그 모습을 보는 팬들도 자연스럽게 행복해지는 거겠죠. 온유 씨 말대로 서로 나눠주는 거죠.
ON 그러니까요. 저는 맨날 줘야 된다고만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어느 순간 ‘나도 받을 수 있구나’, 나아가 ‘내 행복을 서로 주고받을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딱 들었는데, 진짜 온몸의 털이 서더라고요. 생각을 조금만 달리하면 알 수 있는 건데 너무 저에게 빠져 살았던 거죠. 오만했을 수도 있고요.
GQ 온유가 행복한 시간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나요?
ON 어쩌면 당연한 건데 그냥 웃고 있던데요?(웃음) 지금도 행복해요. 사실 피식피식 웃을 일, 하루에 되게 많잖아요. 그런 순간들이 행복인 건데, 행복이 별거 아닌데. 아무래도 제가 좀 거창하게 생각했나 봐요.
GQ 최근에 많이 웃었던 시간은 언제였어요?
ON 추석 때요. 부모님 만나서 집 밥 먹고 그랬어요. 잘 먹고, 잘 쉬고, 많이 얘기하고요. 무엇보다 부모님이 좋아하셨어요. 항상 걱정했는데 지금은 마음이 너무 편하다고 이야기해주셨고요. 전 몰랐거든요. 그렇게 생각하고 계신 줄. 그래서 또 한 번 다짐했어요. 행복하자고.

포토그래퍼
강혜원
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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