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네의 진짜 노래.
GQ 마지막 컷 찍을 때 제임스가 앤디에게 뭐라고 속삭인 거예요?
AC “Kiss Me.”
GQ 정말?
AC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거나 포즈를 취할 때 그런 유의 농담을 해요.(웃음)
GQ 오늘 같은 화보 결과물은 정말이지 최초 아닌가요?
AC 실로 환상적이었어요. 멋진 공간과 사람들, 좋은 의상들이 있었고, 거기다 약간 매콤한 페퍼로니 피자와 내추럴 와인이 모든 걸 완벽하게 만들었죠.
JH 저도 제가 이럴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GQ “혼네 음악의 본질은 둘 사이의 우정에 있다.” 이번 앨범 <OUCH>의 설명 가운데 그 대목이 마음에 들었어요. 둘 사이의 우정의 본질엔 무엇이 존재해요?
JH “키스해줘” 같은 농담요.(일동 폭소)
AC 우리는 오랫동안 서로를 알아왔어요.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에, 어른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중요한 시기에 처음 만났고요.
JH 길을 찾고 있었던 시기에 말이죠.
AC 맞아요. 각자 삶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아가는 중이었죠. 우리가 우리가 된 건 정말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제임스를 알고 지낸 건 제가 아내를 알고 지낸 것만큼 오래됐거든요. 제임스는 우리 관계에서 무척 중요한 존재예요. 제 음악 중 많은 부분이 제가 나눈 사랑과 제 아내를 다루고 있는데, 그래서 제임스가 그 일부인 것처럼 있을 때 음악 이야기를 하기가 더 쉬워요. 그러니까···, 대화의 일부라는 이야기예요. 둘이 죽이 잘 맞아요.
JH 우리는 성장 배경도 비슷해요. 성격 유형은 다른데, 그래서 균형이 잡힌달까요. 둘의 부모님들도 꽤 비슷한 분들이시고, 그들도 친한 친구가 되었죠.
GQ 음악을 만들 때 관계의 긍정적인 측면에 집중한다는 자세는 여전해요?
AC 긍정적이라···, 그렇죠. 이번 <OUCH>는 우리가 만든 앨범 중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앨범이에요. 곡을 쓰는 데 2년이 걸렸어요. 그동안 제게 아이가 둘 생겼거든요. 그래서 많은 부분이 아버지가 되는 경험, 그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다루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긍정적이긴 하지만, 어려운 순간들도 분명 담겨 있어요. 네, 그러니까…, 그동안 우리가 만든 음악이 너무 긍정적이기만 했다면 그건···, 그렇다고만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JH 그렇다면 인생이란 게 항상 완벽해야 하잖아요.
AC 네, 바로 그 말이에요. 좀 더 음악으로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공유해야 한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삶에 일어난 모든 일을 다루는 거죠. 슬픈 순간들이 몇몇 있긴 하지만, 여전히 긍정적인 주제가 앨범을 관통하고 있어요. 우리의 음악은 항상 빛을 발하는 사랑과 긍정 같은 것을 다루니까요.
GQ 서울에 올 때마다 듣는 음악이 있어요?
JH 서울에 있을 때는 음악이 아니라 ‘소리’를 듣고 싶어서 잘 듣지 않는 편이에요.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 거리에서 나는 소리 같은 걸 듣고 싶거든요. 서울의 소리는 런던의 소리와 달라요. 하지만 여행할 때는 종종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악을 듣기도 해요. 이번 본 이베어의 신곡이 정말 아름답거든요. 여행 중에 그런 음악을 듣고 집에 돌아와서 다시 들으면, 제가 여행한 장소로 다시 돌아가는 환상적인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GQ 이번에 서울에서 새롭고 좋게 들린 소리가 있었어요?
AC 오, 마침 있어요. 서울역에 내려서 계단을 따라 길가로 나와 길을 건너려고 하는데 어떤 사람이 나무 블록을 양손에 들고 둘을 맞대고 탁탁 치는 몸짓을 하고 있더라고요. 짐작에는 길을 건널 때 신호등에서 삑삑삑 소리가 나는 것처럼 그런 걸 하고 싶었던 거 아닐까요? 사람들에게 길을 건널 수 있다는 걸 소리로 알려주고 싶었던 건지···. 이 도시의 자동차에서 나는 소음, 기차 지나가는 소리,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내는 소리를 좋아해요. 좀 아까 말한 나무 블록이 내는, 약간 속이 빈 것 같은 느낌이 나는 소리도 정말 좋았어요.
JH 저는 한국말을 좋아해요. 특히 한국 사람들이 말하는 걸 듣는 걸요. 영어보다 훨씬 더 표현력이 풍부한 것 같거든요. 지금 에디터님의 톤도 그렇고요.(톤을 흉내낸다) 한국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는데 “어때?”, “어떻게 생각해?”라는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이건 플러팅할 때도 쓸 수 있는 말인가요?
GQ 뉘앙스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어쩌면 플러팅이 될 수도 있겠네요? 어때? 최근에 특히 마음에 든 말 있어요?
JH “만나소 방가오요.” 사람들이 항상 저희에게 이 말을 하더라고요.
GQ 한국 관객들은 따라 불러야 할 곳과 아닌 부분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이번 앨범에서는 어느 부분을 따라 불러주었으면 해요?
AC 음···. 어려운 질문이네요. ‘B I K E’라는 노래가 있는데, 따라 부르기 정말 쉽거든요. B I K E 만 따라서 불러도 되는 부분이 있어요.
JH 한국 사람들이 어떤 노래를 좋아하고 잘 따라 부르는지 보면서 종종 놀라요. ‘no song with out you’라는 곡이 있는데, 이 노래는 멜로디는 반복되지만 가사가 계속 바뀌거든요. 그런데 모든 사람이 가사를 알고 따라 부르더라고요. 이번 앨범도 1~2년 정도 지나야 사람들이 어떤 노래를 더 좋아하고, 따라 부르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GQ 지금 혼네에게 가장 ‘우리다운 음악’이란 뭘까요?
JH 시기에 따라 달라요. 지난 1~2년 동안은 덜 가공된,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좋아했어요. 클레어로 Clairo나 피비 브리저스 Phoebe Bridgers, 본 이베어 Bon Iver의 새 앨범 같은 것들. 서울에서 투어 공연을 하고 저녁을 먹고 나면 한남동의 칵테일 바 232에 종종 가는데, 거기서 들은 음악도 꽤 좋게 들리더라고요. 우리가 해온 음악과 다른 거라면 뭐든 흥미롭게 느끼는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을 만들 땐 여러 곡을 방 구석에 마이크 하나만 두고 녹음했어요. 트럼펫 소리 같은 걸 녹음할 땐 저기 먼 곳에 마이크를 하나 놓고 연주해서 마치 학생들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처럼 완벽하지 않은 사운드를 녹음했죠. 인터넷에서 완벽하게 녹음된 트럼펫 소리를 샘플로 찾아 쓸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우리가 반드시 이런 방식을 더 선호한다고도, 앞으로 이런 방식만 고수할 것이라고도 말할 수 없죠.
AC 차분하고 솔직한 감정들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우리답다고 생각해요. 재미있는 사운드 배스 Sound Bath, 즉 소리로 몸을 씻어내는 일종의 치유라고 부를 수 있는 모든 것요. 그리고 항상 기대하는 건···.
JH 맛있는 음식과 헤비메탈 음악이죠.(뿌듯한 표정)
AC 정말로요. 다시 우리 가슴을 뜨겁게 하는 것!
JH 어떤 아티스트가 새 앨범을 냈는데 거기서 전과 다른 분위기가 풍기면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곤 해요. ‘아, 이 아티스트는 앞으로 이 길을 쭉 가겠구나.’ 재밌는 건, 우리는 ‘언제든 하고 싶은 걸 할 거야’라고 생각한다는 거죠. 어느 날 완전히 방향을 바꿔서 일렉트로닉 댄스 앨범 같은 걸 만들 수도 있어요. 우리가 느끼는 대로. 그러니까, 지켜보세요.
GQ 서로에게 아직 말하지 못한 ‘혼네’가 있나요?
AC 와, 우리가 숨기는 비밀을 알고 싶어요? 오늘은 어떤 비밀이 있는지?
JH 오늘 아침에 비밀이 하나 있었어요. 비밀이라기보다는 뭐랄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어떤 일에 대한 아이디어 같은 게 떠올랐어요. 피아니스트 루벤 제임스와 ‘Day 1’이라는 노래를 작업한 적이 있어요. 그 노래 말고도 몇 곡을 같이 썼죠. 얼마 전에 루벤이 앨범 작업을 하려고 프랑스 남부의 어딘가에 며칠 다녀왔다고 하더라고요. 가족들도 갈 수 있는 호텔이고, 수영장도 딸려 있고요. 우리도 거기에 가족, 루벤과 함께 일주일 정도 가볼까? 란 생각이 들었어요. 휴가도 즐기고, 또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작업도 할 수 있잖아요. 가족이 휴가를 즐기는 동안 우리는 가족들과 떨어져 있지 않고도 일할 수 있을 테고요. 새로운 작업 환경을 경험하는 거죠.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앤디에게 아직 말하지 않았으니까, 비밀 맞죠?
AC 마침 저도 아침에 이런 생각을 했어요. ‘영화의 한 장면을 바탕으로 노래를 쓰면 어떨까?’ 음악을 들으면서 걷다 보니 문득 제가 영화 속에 있는 것 같은 거예요. 마치 제가 주인공처럼. 사진 한 장으로도 쓸 거리가 정말 많잖아요. 한 장의 사진을 둘러싼 이야기를 만드는 거죠. 사진이 찍히기 전에 일어난 일, 그 후에 일어날 일, 누가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런 걸 가지고 뭔가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마치 영화의 스틸 이미지를 가지고 음악을 쓰는 것처럼요. 그게 아니면···, 글쎄요, I don’t know w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