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스포츠 브랜드 휠라의 새로운 라인, 휠라 플러스가 무신사 엠프티에서 첫선을 보였다. 영국 스케이트 브랜드 팔라스의 창립자 레브 탄주가 휠라 플러스의 미감을 이끈다. 한국을 방문한 그와 이른 아침 대화를 나눴다.
GQ 휠라 플러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후 출장이 더 늘었을 것 같은데. 비행 중엔 주로 뭘 하나?
LT 방해하는 사람이 없으니 집중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다. 예전엔 영화를 많이 봤지만 요즘은 대부분 그냥 앉아서 생각만 한다. 전화나 이메일에서 벗어나 있는 게 좋거든. 편하게 있으려고 노력한다. 어제는 밤 비행기여서 잤다. 비행기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료는 화이트 와인. 기내 맥주는 맛이 좀 이상하다.
GQ 요즘 난기류가 말썽이다. 당신의 삶에서 혼란으로 요동치던 때가 있나?
LT 아마도 이 업계에서 일자리를 찾으려던 25살, 26살 무렵. 스케이트 보딩과 관련된 일을 정말 하고 싶었는데, 아무도 나를 고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직접 브랜드를 만들게 됐다. 이 씬에서 좋은 일자리를 구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 28살까지 스케이트 보드만 탔다.
GQ당신에게 성공적인 랜딩이란 무엇을 뜻하나?
LT 삶과 연관 지어 이야기해 본다면,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기보다 자신을 만족시키려고 노력했을 때 일의 마무리도 안정적인 것 같다. 자기 자신에게 충실한 게 중요하다. 스케이팅을 말한 거라면 Commitment. (스케이트 용어에서 기술을 시도할 때 끝까지 해내겠다는 의지를 말한다) 그래야 넘어지지 않는다. 풀로 가야 한다.
GQ 성내동을 베스트 스폿으로 뽑은 적이 있다. 만약 서울에서 풀 렝스 스케이트 비디오를 촬영한다고 상상했을 때 사운드트랙을 골라달라. 아니면 상상하는 그림을 묘사해 보거나.
LT 음악은 주로 로컬을 선택하거나 영상 속 보더의 취향에 집중하는 편이다. 한국 뮤지션을 잘 모르고 그런 변수도 있기에 딱 말하기가 어렵다. 한국은 서울만 방문했다. 비행기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작은 섬에 관해 들었다. 해안이 멋지다고 하던데. 밴을 타고 한국 전역을 여행하는 투어 형식이 될 것 같다. 다큐멘터리 스타일로. 그렇게 찍고 싶다.
GQ 난 스케이트 보더들의 플레이리스트가 항상 궁금하다. 오늘은 무슨 음악을 들었나?
LT 아주 다양한 음악을 듣는다. 디트로이트 테크노를 좋아하고, 90년대 그런지 음악도 빠졌다. 90년대 밴드는 훌륭하다. 스매싱 펌킨스 같은 애들. 이상하게 요즘 자꾸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있다. 과거의 플레이리스트를 다시 듣고 있다. 아이튠즈에서 마지막으로 들은 곡은… 멜랑콜리 앤 인피니트 새드니스의 인트로를 좋아한다. 앨범의 1번 트랙. 아주 기악적인 곡인데, 그냥 피아노로만 이루어져 있고 정말 근사한 사운드트랙이다.
GQ 오늘처럼 흐린지만 공기는 깨끗한 날씨에 어울리는 선곡이다. 스케이트보드 얘기를 좀 해보자. 당신이 만든 팔라스를 통해 영국이 스케이트 씬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영국적인 요소는 무엇인가? 미국과 차별화되는 특징이 있다면?
LT 영국은 바닥이 항상 거칠다. 수백 년 된 바닥이 있다. 런던은 정말 오래된 도시다. 뉴욕엔 아스팔트가 있고 LA는 새롭게 포장된 도로다. 영국의 스케이트 스폿은 더 거칠고 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날씨가 안 좋아서 스케이트를 타는 방법도 좀 다르다. 런던에는 스케이트 파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상한 기술을 배우게 된다. 내가 어릴 때 사우스뱅크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잘하는 기술이 각각 다 달랐다. 모든 기술을 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독특한 스케이트 보더를 많이 배출한다.
GQ 그런 악조건이 더 강한, 더 개성 있는 스케이터를 낳았다. 역사적인 풍경과 스케이트보딩의 조화가 매우 멋질 것 같다. 그렇다면 스타일의 측면에서는?
LT 예전에는 뉴욕이 정말 멋있었다. 많은 사람이 미국을 따라 했다. 그러다 90년대 후반이 되면서 우리는 약간 더 프레피하고, 영국적인 스타일을 가지게 되었다. 인디 스타일의 스케이트보더들이 등장했고 스포츠웨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내가 팔라스를 시작했을 때 스포츠웨어를 만들고 싶었다. 지금은 그것이 큰 흐름이 되었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트랙팬츠를 입고 보드를 탄다.
GQ 요즘 많은 브랜드가 강한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문화적, 상업적 성공을 이끌고 있다. 브랜드가 먼저냐, 아니면 커뮤니티가 먼저냐. 그것이 문제다.
LT 내 브랜드는 커뮤니티가 먼저였던 경우지만 요즘엔 그 반대도 많다. 사람들은 에너지를 창출하고 매출을 올리는 법을 잘 알고 있다. 안타깝게도 브랜드를 만든 뒤에 커뮤니티를 위해 멋지게 일할 기회를 갖지는 못한다. 사람들을 돈 주고 세워 놓고, 그들이 커뮤니티에 속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가짜다.
GQ 팔라스는 그 어느 브랜드보다 끈끈한 커뮤니티를 자랑하니까.
LT 브랜드를 만들기 전부터 우리는 스케이트 회사였다. 모두 스케이트를 타는 친구들이었고, 같은 집에 살면서 서로를 촬영했다. 가족을 지원하려고 만든 브랜드인 셈이다. 그들이 다른 곳에 고용되어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지 않아도 되도록. 아주 자연스럽고 순수한(organic) 방식이었다.
GQ 휠라 플러스에서 만들고 싶은 커뮤니티의 모습은 어떤가?
LT 아직 만들어가는 중이지만, 정말 멋진 기회라고 생각한다. 스포츠웨어 브랜드지만, 매우 풍부한 역사와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밀라노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일종의 커뮤니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탈리안과 이탈리아적 에너지를 이 커뮤니티에 불어넣을 생각이다. 브랜드의 탄생도 그랬고.
GQ 스트릿 씬에 돌풍을 일으킨 브랜드의 파운더 스포츠웨어나 스포츠웨어 시장에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LT 편하고 보기에도 좋다. 나 역시도 항상 트랙 수트를 사서 입는다. 사람들이 운동복을 입고도 멋지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과거의 런던 사람들은 이탈리아에 가서 휠라를 샀다. 그 트랙 수트를 깨끗하게 관리하고, 특별하게 입었다. 일회성이 아닌 럭셔리한 스포츠웨어였다. 헤리티지를 가진, 아껴 입는 옷이라는 점이 매료됐던 부분이다. 나는 스포츠웨어를 정말 사랑한다. 수많은 스폰서 로고를 좋아한다. 스포츠웨어 시장의 잠재력은 엄청나다. 그러나 나는 독립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숫자나 확률은 많이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독립적인 라인에서 흥미로운 것을 만들고 싶다.
GQ 라이언 맥긴리와 함께한 휠라 플러스의 작업물은 매우 시적이고 아름답다. 협업의 과정은 어땠나?
LT 나는 항상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을 좋아했다. 예술가와 일하고 싶었다. 이탈리아 시골에서 촬영하고 싶었고 우린 실제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차로 곳곳을 여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처음 만났지만 좋은 관계를 형성했다. 나는 그의 사진이 다큐멘터리 같아서 좋다. 날 것 그대로의 모습. 실제 사람들을 촬영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고 싶었다. 컨셉은 이탈리아 사람들만 담아내는 것이었다. 테마는 이탈리아 국기처럼 빨간색, 흰색, 초록색을 기반으로. 사람들이 스포츠 브랜드에 흔히 기대하지 않는 작업을 하는 게 목표였고 그것이 휠라라는 브랜드에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GQ 휠라 플러스가 구축하고자 하는 방향은 결국 이탈리아적인 것.
LT 덧붙이자면, 나는 조금 더 과거로 가보려고 한다. 팔라스는 90년대 터치가 많았다. 휠라 아카이브를 돌아보며 브랜드의 70년대 작업을 높이 평가했다. 70년대 비욘 보리가 테니스 코트 밖에서 입었던 복장이 많은 영감을 주었다. 아메리카나 느낌의 비치 스포츠웨어였다. 색깔 팔레트도 굉장히 넓다. 컬러풀하고 편안한 복장이 특징이다. 퍼포먼스 의류라기보다는 운동 후에 입는 느낌. 레저의 특징이 강한. 모든 디자인의 실루엣이 조금 더 과장된 느낌이 있다. 바지는 더 넉넉하게, 상의는 조금 더 타이트하게.
GQ 첫 번째 컬렉션인 24 FW 옷들에 관해서도 이야기해달라.
LT 가장 집중한 부분은 핏이고 모든 원단을 고급스러운 소재로 사용했다. 셔닐 원단은 정말 럭셔리하고, 아세테이트 바지 같은 건 아주 비싼, 좋은 원단이다. 니트웨어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휠라가 원래 니트웨어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스포츠 브랜드 중에서 니트웨어를 가장 멋지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많은 사람이 나에게서 이런 깨끗한 디자인을 기대하진 않았을 거다.
GQ 팔라스와 휠라 플러스. 다른 두 곳에서 역할을 수행할 때 레브 탄주는 무엇이 다른가?
LT 공통적으로 브랜드의 유산과 역사를 존중하는 태도로 접근한다. 하지만 추구하는 스타일은 다르다. 나는 다양한 드레스 코드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각 브랜드의 핵심 가치에 맞는, 가장 잘 맞는 길을 가기 위해 고민한다. 휠라 플러스는 백년도 넘은 브랜드고 팔라스는 15년밖에 안 됐다. 휠라 플러스는 강력한 유산 아래 뚜렷하고 일관적인 방향을 가지고 있고 팔라스는 즉흥적이고 자유분방하다. 모든 곳에 다 걸쳐 있다. 왜냐하면 나 자신이 여기저기 걸쳐 있기 때문에, 많은 다른 것들을 좋아하고 협업도 많이 한다. 일종의 ‘아름다운 엉망(Beautiful mess)’이다. 휠라 플러스는 더 정제된 느낌이다. 이미 완성된 브랜드고. 내가 할 일은 그 브랜드의 놀라운 점을 더 부각하는 것뿐이다.
GQ 서울 론칭에 특히 공들인 부분은?
LT 엠프티 성수에 있는 모든 집기는 이탈리아에서 공수해 온 것이다. 그들의 손으로 만들고 그들이 직접 설치했다. 매장 디자인과 제품 진열에 많은 신경을 썼다. 단순한 옷걸이가 아니라 옷을 전시하는 방식 자체를 작품처럼 만들었다. 조각이 많은 이유기도 하고. 라이언의 사진을 보고 당신처럼 시적이라고 느껴주길 바란다. 휠라 플러스의 분위기를 느끼고, 이 브랜드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으면 한다.
GQ 멋지고 흥미로운 대화의 마지막 질문을 던지겠다. 일하지 않을 때,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팔라스 온라인 숍의 제품 설명처럼 당신의 위트를 풀어볼 기회다.
LT 하하, 난 쌍둥이자리다. 때로는 조용하고, 때로는 시끄럽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고 흐름에 몸을 맡기는 타입. 특별히 계획하거나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제안을 열어두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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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휠라 플러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