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orial

이정재 “나는 사람을 연기하는 사람이지 표정을 연기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2024.11.19박나나, 김은희

2024 GQ KOREA MEN OF THE YEAR – LEE JUNG JAE
숨김없이 이정재.

위부터 | 18K 옐로 골드 위에 44.66캐럿의 바게트컷 다이아몬드 249개를 얹은 방돔 리즈레 컬렉션 브레이슬릿, 18K 화이트 골드에 6.77캐럿의 라운드 다이아몬드 456개와 9.94캐럿의 바게트컷 다이아몬드 124개를 더한 방돔 리즈레 컬렉션 브레이슬릿 가격 미정, 모두 부쉐론.

GQ 2024년 12월 26일 이정재의 표정은 어떠려나요? 크리스마스 다음 날.
JJ 글쎄요, 큰일 없으면 똑같겠죠 뭐.
GQ <오징어 게임> 시즌 2 공개일이잖아요.
JJ 26일이요? 예.
GQ 그런데 평소랑 똑같을 것 같으세요?
JJ 그렇죠. 제가 할 수 있는 건 홍보 열심히 하고 작품에 대해서 잘 설명하는 것 외에는 남아 있는 게 없기 때문에.
GQ 새 작품을 앞둔 마음은 늘 긴장될까, 내 손을 떠났으니 담담할까 싶었는데 후자시네요.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작품의 시즌 2여도.
JJ 비슷한 것 같은데.(연하게 미소 짓는다.)
GQ 이정재라는 배우는 항상 앞선 캐릭터를 전복시키면서 걸어왔다고 생각해요.
JJ 네.(고개를 깊이 끄덕인다.)
GQ 그런 면에서 시즌 2로서 성기훈이라는 캐릭터를 다시 연기한다는 점이 낯설다고 해야 할까요, 새로운 경험일 것도 같아요. <보좌관>도 시즌 1, 2를 했지만 그건 처음부터 그리 정해져 있었고.
JJ 그렇죠. <오징어 게임>은 제작진이 항상 시즌 2는 없을 거라고 얘기했기 때문에 아예 생각을 안 했어요. 그런데 전 세계인이 좋아하시다 보니 와, 이래서 시즌 2를 하게 되는구나, 그건 저도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일이라는 게 이렇게도 되는구나, 참 재밌다 그런 생각은 했어요. 시즌 2 첫 촬영이 공항에서 끝난 시즌 1의 스토리를 받아서 공항에서 시작하는 거였어요. 그 첫 촬영 찍을 때는 ‘이제 촬영을 하는구나’ 하고 뭐 그렇게 큰 생각이나 감정이 없었는데, 게임 세트장에 들어가서 찍는 첫날은 감정이 좀 묘하더라고요.
GQ 어떤 면에서요?
JJ 내가 여기를 또 들어왔네. 이 지옥 같은···, 그런 표현을 해야 하는 저 세트장으로 또 들어가는구나. 그건 저도 예상하지 못했던 기분이었어요.

위부터 | 12.93캐럿의 라운드 다이아몬드 1,380개, 18.96캐럿의 바게트컷 다이아몬드 434개, 12.97캐럿의 프린세스컷 다이아몬드 213개로 이루어진 화이트 골드 콰트로 레디언트 에디션 네크리스 가격 미정, 33개의 라운드 다이아몬드를 더한 화이트 골드 콰트로 레디언트 다이아몬드 스몰 링 1천만원대, 25개의 라운드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화이트 골드 콰트로 레디언트 다이아몬드 라지 링 1천만원대, 19개의 프린세스컷 다이아몬드와 92개의 라운드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진 화이트 골드 콰트로 레디언트 라지 웨딩 밴드 2천만원대, 모두 부쉐론.

GQ 같고도 다르다는 말이 더 맞겠어요. 성기훈이라는 인물은 같지만 말씀대로 또 다른 게임이 펼쳐지니까. 보다 집중한 점이나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요?
JJ 촬영은 다 비슷비슷해요. 다 어려워요. 항상 고민해야 하고 항상 뭔가를 새롭게 해야 되고. 그 새로운 것도 또 과연 관객분들이 좋아하실까, 이런 끊임없는 의심과 끊임없는 개발과 끊임없는 연기와 연습과 끊임없는 확인이 필요해요.
GQ 시즌 2에 대해 더 알고 싶지만 죄다 스포일러일테니 차마 말을 못 하겠어요.
JJ 말하면 계약 위반이에요.(웃음)
GQ 에둘러보자면 작품을 끝내면 “진짜 힘들었는데, 그때 마신 주스는 시원했어”같이 가슴에 남는 건 결국 추억이라고 하셨죠. 이번 현장을 돌아보면요?
JJ 역시 연기자들이랑 난로 가운데 놓고 손 쬐어가면서 이런저런 얘기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고요. 그런 소소한, 일상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들. 그리고 1년 내내 세트장에서 촬영하다 보니까 다들 먹는 거에 예민해져요. 뭘 먹으러 갈까, 하고. 저는 다이어트를 계속하다 보니까 아주 자주 같이 다니지는 못했지만, 누구 생일이라든지 누가 촬영이 끝났다든지 그러면 가서 같이 저녁 먹으면서 저 사람이 저렇게 <오징어 게임>을 준비했구나, 저 사람은 저런 생활을 살고 있구나 하죠. 이런 이야기 듣는 게 제일 재밌죠.

25.22캐럿의 라운드 다이아몬드 2,106개를 화이트 골드에 얹은 푸시아 퀘스천마크 네크리스 가격 미정, 부쉐론.

GQ 성기훈이라는 인물을 입은 이정재의 첫 등장은 지금 생각해도 놀라워요. 인생의 코너에 몰려 있는데도 어딘가 해맑고, 와중에 연민이 넘쳐서 오지랖은 넓고. 이정재라는 사람은 성기훈이란 캐릭터를 어떻게 입은 걸까, 그건 단순히 스타일리스트가 후줄근한 모자를 씌워준 덕분만은 아닌 것 같은 거죠.
JJ 생각으로만 따지면 굉장히 간단한데요, 그런데 그렇게 진짜 보여야만 되는, 보여지게끔 하는 것은 좀 어렵고요. 생각했을 때 간단한 건 뭐냐면, 직접적인 경험을 했다든지 간접적인 경험을 굉장히 세세하게, 동시대 여러 생활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고충을 잘 이해한다면 그래도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사람처럼 보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에요.
GQ 그러니까.
JJ 연습도 많이 해야 하고. 그 정서를 또 잘 이해해야 하는 거니까. 그런 면으로 치면 저는 직간접적인 경험이 다 있었고, 그래서 오랜만에 그런 연기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직간접적 경험을 잘했다 하더라도 그렇게 보이게끔 다시 연기로 표현하는 거는 또 달라요. 그렇기 때문에 저도 처음에는 내가 요 근래에 강한 캐릭터나 혹은 아주 댄디한 캐릭터 위주로 많이 했는데 잘 어울릴까? 관객분들이 어울린다고 해주실까? 고민이 많았죠. 그런 부분을 내가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 그런 고민이 계속 있는 거죠.
GQ 직접적인 경험이라고 하면요?
JJ 누구나 인생의 코너에 몰릴 수 있는 거죠. 그게 어느 정도인지 얘기하기에는 뭐하지만은. 저도 나름 사람들이 잘 모르시는 개인적인 속사정, 그런 경험이 많이 있죠. 그러니까 알 수밖에 없는 거고. 하지만 그걸 일일이 얘기할 필요는 없는 거지요. 그런데 말씀드렸다시피 안다고 해서, 경험했다고 해서 그것처럼 보이게 연기하는 것은 또 달라요.

2개의 로즈컷 다이아몬드를 중심으로 188개의 라운드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화이트 골드와 핑크 골드 클립 이어링 각 2천만원대, 모두 부쉐론. 화이트 칼라와 블랙 재킷, 모두 메종 마르지엘라.

GQ 이번 기회로 <태양은 없다>를 봤어요. 배우 이정재로서 자신을 대표하거나 기억나는 작품을 말할 때 그 답이 <오징어 게임>이 되기 전에 늘 뽑던 작품 중 하나가 <태양은 없다>여서요.
JJ 아니요, 저는 제일 많이 얘기한 게 <젊은 남자>예요. <태양은 없다>도 얘기하지만.
GQ <태양은 없다>를 계기로 연기에 재미를 느끼셨다고 알고 있어요.
JJ 어, 그런 취지로 더러 말한 적 있죠. 하지만 제 인생에서 영화 하나를 뽑아라,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가 뭐냐, 가장 중요한 영화가 뭐냐고 하면 <젊은 남자>를 얘기하죠.
GQ 데뷔작이라서요?
JJ 그렇죠.
GQ 다음 인터뷰 때는 <젊은 남자>도 보고 올게요.
JJ 하하하하하. 아니, 아니요. 봐주십사 해서 말씀드리는 건 아니고.
GQ 제작 시기를 기준으로 <태양은 없다>는 1998년, <오징어 게임> 시즌 1은 2020년이니까 22년의 시간이 있어요.
JJ 그래요? 하하하하. 그렇게 오래됐나? 아무튼. 왜 숫자를 세고 그러세요.
GQ 그 사이 스스로는 무엇이 변했다고 느끼실지 궁금했는데, 눈 깜짝할 사이인가 보군요.
JJ 못 믿겠지만 그렇게 됩니다. 나도 참 시간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갈 수 있을까 의문이고 잘 믿겨지지 않고, 그렇지만 다행히 일을 많이 해서 22년이라는 세월 동안 이런 작품들과 그런 추억들이 나에게는 있구나 생각하면 ‘그래, 열심히 살았구나’ 싶죠. 그렇다고 해서 뭐 이렇게 막 많이 변한 건 없어요, 사실.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비슷해요. 그냥 연기자 생활하고, 또 좋은 작품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그런 작품이 오면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또 고민하고. 그런 상황에 대한 패턴은 바뀐 게 없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그냥 그때와 바뀐 게 있나? 그냥 늙기만 하는 거 아닌가.

위부터 | 콰트로 레디언트 화이트 & 옐로 골드 이어 클립 4백만원대, 콰트로 클래식 클립 이어링 4백만원대, 콰트로 클래식 S 클립 이어링 3백만원대, 모두 부쉐론. 왼쪽부터 | 콰트로 클래식 라지 링 모두 6천만원대, 콰트로 클래식 다이아몬드 라지 링 1천만원대, 콰트로 클래식 라지 링 6천만원대, 콰트로 클래식 다이아몬드 스몰 링 9백만원대, 모두 부쉐론. 콰트로 클래식 XL 브레이슬릿 가격 미정, 부쉐론.

GQ <태양은 없다>의 홍기도 경마장에 가 있던 장면이 꽤 있어요.
JJ 응, 그랬죠.
GQ 그게 재밌었어요. 경마장 속 홍기의 얼굴과 기훈의 얼굴, 같은 환경 속 두 얼굴을 동시에 놓고 볼 수 있어서요. 외면적으로는 눈두덩이의 장난기가 조금 연해진 것 빼고는 별로 변한 게 없는 것도 같고.
JJ 뭐···.(얼굴을 왼쪽 아래로 돌리며 웃는다.)
GQ 와중에 묘한 게, 두 얼굴 다 경마에 혈안이 돼 있는데 홍기는 뭐랄까, 맑아요. 기훈은 찐득하고.
JJ 철이 없으니까 맑은 거지. 20대 중후반의 홍기니까 뭘 막 해보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고, 그렇지만 어쨌든 뭘 해봐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막 하다 보니까 그게 좀 철없어 보이고 맑아 보일 수 있는 거고, 기훈은 진짜 벼랑 끝에 몰린 심정을 표현했어야 됐고. 내가 나태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 회사의 부조리를 동료들이랑 함께 바꿔보려다가 퇴직당한 건데, 나의 잘못이 아닌 이유로 직장과 가족을 모두 잃고 시장통에 나가는 홀어머니를 볼 때 기훈의 마음이 어떻겠나 놓고 보면 그건 홍기하고는 전혀 사정이 다른 인물이죠.
GQ 캐릭터 사정도 사정이나 그게 나이테이려나 싶었거든요, 22년이란 시간의.
JJ 22년 전에 <태양의 없다>의 홍기가 기훈으로 설정돼 있었으면 그렇게 연기를 했겠죠. 지문과 대사로 다 나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못 했으면 저를 캐스팅했다가도 그만두게 했을 거예요. 일 못하면 잘라야지. <태양은 없다>의 대본에는 말씀대로 그런 순박하기도 하고 철없기도 한 모습이 표현돼 있었고, 기훈 역시 <오징어 게임> 대본에 그러한 대사와 지문이 있었으니까요. 만약 둘을 똑같다고 여기셨다면 오히려 내가 잘못한 것일 텐데 다르게 느끼셨다고 하니까, 그렇다면 그건 내가 대본을 잘 소화했다고 볼 수도 있는 거죠.

위부터 | 9개의 판타지컷 블루 사파이어와 7개의 판타지컷 옐로 사파이어로 이루어진 플레티늄과 화이트 골드 아트 데코 클립 브로치, 1.9캐럿 까레 블루 사파이어, 16개의 판타지컷 블루 사파이어, 2개의 라운드컷 블루 사파이어, 58개의 라운드컷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진 바렛 브로치 가격 미정, 모두 부쉐론.

GQ 평소 자신의 얼굴을 잘 들여다보세요?
JJ 그럼요. 컨디션이 어떤지 체크해야 촬영장에 나갈 수 있으니까.
GQ 오늘 화보 콘셉트가 그러했잖아요. 이정재의 얼굴. 내가 배우라면 오늘 참 어렵겠다 싶었어요. 숨을 데가 없잖아요. 공간적 배경이 있는 것도 아니고, 소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내 얼굴만으로.
JJ 조명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주신 것 같아요. 자연 채광으로도 찍고, 커튼을 다 내려서도 찍고. 조명도 일렁일렁이게 하기도 하고, 강하고 작은 빛으로도 연출하고. 모두 준비를 많이 해주신 것 같아요.
GQ 마찬가지로 준비 많이 하시지 않으셨어요?
JJ 저는 사실 그렇게···.(자세를 고쳐 앉으며 슬쩍 웃는다.) 옷의 분위기가 달라지면 그 옷을 표현하기 위해서 무드나 표정이 좀 달라진 건 사실이죠. 옷 컬러도 다르고 디자인, 패턴도 다 다른데 똑같은 표정으로 있으면 좀 어색하죠.
GQ 지금은 또 눈동자가 진갈색이네요. <관상>에서는 렌즈를 꼈나 싶을 정도로 눈동자가 까맣고, <헌트>의 박평호는 진회색 같기도 하고, <오징어 게임>의 기훈은 올리브색 같기도 했는데.
JJ 흐흐흥. (눈을 크게 떠서 눈동자를 보여주며) 영화는 타이트 클로즈업이 큰 화면으로 나오니까 렌즈라든지 뭘 끼면 다 보여요. 조명 때문이지 않을까요?

뱀의 머리를 상징하는 드롭 모티프를 1,393개의 라운드 다이아몬드로 구성한 쎄뻥 보헴 XL 네크리스 가격 미정, 부쉐론.

GQ 이런 식으로 요즘 이정재의 얼굴을 관찰해서 묘사해본다면요?
JJ 그렇게까지 자세히···. 하하하하. 그런 의미로 자세히 보지는 않고 촬영 나가야 하는데 어제하고 컨디션이 비슷한지 뾰루지는 없는지, 그런 거 보는 거지.
GQ 내 눈꼬리가 올라갔나 내려갔나 그런 관찰 있잖아요.
JJ 그런 거는 신경 잘 안 써요.
GQ 그럼 다른 사람의 표정은 잘 읽으시는 편이세요?
JJ 글쎄요. 그런데 표정을 읽는다는 건 좀 오해가 생길 거예요. 그 사람이 말하는 논조나 단어에서 나오는 팩트를 더 집중해서 들어야지 오해 없이 얘기할 수 있지, 그 논조나 팩트를 뒤로하고 그 사람의 표정, 저 사람이 지금 왜 손가락을 까딱거리지? 이런 거에 집중하는 순간 그 사람의 진심을 더 놓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내가 관상가도 아니고 행동심리 분석가도 아닌데, 그런 걸 배워본 적도 없는데, 그 사람의 표정이나 제스처에, “오” 하면서 고개 몇 번 끄덕였다는 것 때문에···, 그게 그 사람이 진심일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오” 하면서 그냥 분위기만 맞춰주는 걸 수도 있잖아요.
GQ 이성적이시네요.
JJ 이성적이라기보다 오해가 없으려고 하는 거죠.
GQ 인간을 유심히 관찰하는 게 직업적 습관이지 않을까, 그래서 궁금했어요.
JJ 그렇게 관찰하는 건 또 다른 면이죠. 관찰하는 건 그 사람이 처해 있는 상황을 말로 듣는 걸 좀 더 선호하고, 진짜 일상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관찰할 때는 멀리서 보면서 어떤 순간의 이미지를 기억하죠.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표정으로만 이해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고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해야 하잖아요. 나는 사람을 연기하는 사람이지 표정을 연기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GQ 표정과 감정은 동의어가 아닌 거죠.
JJ 표정과 감정은 동의어가 아니죠.
GQ 바라보지 못하고 외면하는 감정이 있다면요? 자신 안에서 직면하지 못하고 피하는 감정요.
JJ 내 안에서 직면하지 못하고 피하는 감정···. 연기에서요?
GQ 아니요, 그냥 인간 이정재로서.
JJ 그런 감정이 있을 수 있죠. 자기 감정을 100퍼센트 다 표현하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감춰야 할 때면 억누르고 감춰야 되는 것이고, 또 어떤 상황에서는 자기가 느낀 것보다 ‘내가 여기서 좀 더 나서야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상황이라면, 평소의 내 감정과는 상관없이 내가 조금 더 용기 내서 나서야 되는 상황도 있는 것이고.

12.93캐럿의 라운드 다이아몬드 1,380개, 18.96캐럿의 바게트컷 다이아몬드 434개, 12.97캐럿의 프린세스컷 다이아몬드 213개로 이루어진 화이트 골드 콰트로 레디언트 에디션 네크리스 가격 미정, 부쉐론. 왼쪽부터 | 콰트로 레디언트 라지 웨딩 밴드 2천만원대, 콰트로 클래식 다이아몬드 라지 링 1천만원대, 모두 부쉐론.

GQ 얼마 전 <지큐> 인터뷰 때 준비하고 있는 시나리오가 3개 있다고 말하셨어요. 여전히 쓰고 계세요?
JJ 네, 네, 네.
GQ 스토리에 대한 힌트 하나 주신다면요?
JJ 아이, 아이.
GQ 3개를 동시에 쓰는 중이세요?
JJ 예, 예.
GQ 글 쓰는 일이 어렵거나 무섭진 않으세요?
JJ 어렵고 무섭죠. 왜냐하면 내 생각을, 이제 내 생각을 관객들에게 보여드려야 되는 거니까. 두렵죠.
GQ 글을 쓴다는 건 결국 나를 들여다보는 일 같아요.
JJ 그렇게 오해할 수도 있죠.
GQ 오해인가요?
JJ 시나리오는 어떤 이야기를 꾸미는 거고 어떤 상황을, 어떤 캐릭터를 만드는 거잖아요. 나하고는 상관없는 이야기를 쓸 수도 있죠. 내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죠. 남의 이야기를 “그 얘기 재밌는데 내가 써도 돼?” 하고 쓸 수도 있잖아요. 시나리오라는 것은, 소설이라는 것은 그렇잖아요. 꼭 내가 경험하지 않아도, 꼭 내 생각이 아니어도. 하지만 그 안에는 자기 생각이 담길 수밖에 없겠죠. 그러니까, “내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라고 얘기할 수 있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자기의 생각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거죠. 특히 이 사람은 왜 이런 소재를 선택해서 왜 글로 썼지? 왜 주제를 이걸로 잡았지? 이런 것들에서는 그 사람의 생각과 그 사람의 마음이 드러나게 되거든요. 글 한 자 한 자에서 드러나는 게 아니라. 그런 면에서는 내가 좀 생각이 짧았나? 내가 좀 더 깊게 생각하지 못했나? 왜 내가 이렇게밖에 표현을 못 했지? 이렇게 되는 거죠.
GQ 그런 두려움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요?
JJ 판단을 하죠. 이 소재와 주제, 이 스토리와 캐릭터가 지금 관객분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인가? 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죠. 하지만 모든 관객분이 다 좋아하실 수는 없잖아요. 그래도 이 내용과 주제는 지금 2024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런 희망으로 쓰는 거죠. 나의 생각과 나의 마음에 희망이 있다면, 그게 밝은 기분이거나 혹은 고발의 느낌일 수도 있고, 바로잡기의 어떤 의미일 수도 있고, 다만 건강한 마음만 있다면 뭐 좀 부족해도 써도 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해요.

위부터 | 212개의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한 몸통과 블랙 사파이어의 눈 그리고 10개의 그린 차보라이트를 더한 고양이 블라디미르 르 샤 이어링 3천만원대, 482개의 라운드 다이아몬드와 2개의 마퀴즈컷 에메랄드로 구성된 퍼지 레오퍼드 캣 화이트 골드 링 6천만원대, 18.17캐럿의 그린 투르말린과 191개의 샴페인 라운드 다이아몬드 그리고 60개의 화이트 라운드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진 퍼지 레오퍼드 캣 칵테일 링 가격 미정, 9캐럿 그린 토르말린에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를 얹은 퍼지 레오파드 캣 핑크 골드 링 가격 미정, 2개의 마퀴즈 카보숑 그린 에메랄드가 다이아몬드와 조화를 이루는 퍼지 레오퍼드 캣 브레이슬릿 가격 미정, 모두 부쉐론.

GQ <헌트>를 고생고생하며 쓰셨다고, 파일도 여러 번 날리셨다고, 그래도 여전히 시나리오를 계속 쓰시네요. 어떤 재미를 느끼셨나 봐요.
JJ <헌트>를 쓰고 만들다 보니까 영화 현장을 많이 경험한 사람이 영화를 만드는 일도 꽤 좋은 케이스가 될 수 있겠다는 걸 저도 확인하게 된 거고, 영화업계에 계신 분들도 배우가 만들어도 저렇게까지 나올 수도 있구나, 그걸 또 확인하시게 된 거고. 그러니까 주변에서도 다른 작품 한번 더 해봐라 얘기하시고. 저도 당시에는 “아우 이제 힘들어서 못 하겠어요”라고 했지만, 또 생각나는 주제와 소재가 있다 보니 그걸 주변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그거 재밌는 것 같은데 한번 해보지 그래?”라는 응원도 있고, 그래서 “그럼 한번 써볼까요?” 해서 이제 막 쓰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나쁘지는 않아요. 방향은 일단 나쁘지 않으니 한번 가보자 하고 해서 쓰고 있죠.
GQ 대사도 직접 쓰시는 거잖아요.
JJ 그럼요. (눈이 커졌다 작아지게 웃으며) 대사를 그럼 남이 써주나요?
GQ <헌트> 시나리오 작업을 대체 어떻게 하신 건가, 이후의 여러 인터뷰를 읽어보아도 여전히 그 신기함이 풀리지 않아요.
JJ ‘초고 원작이 있었으니까 그거에서 그렇게 크게 변하지는 않았겠지’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더러 있어요. 근데 초고를 보신 분도 꽤 있어요, 영화판에는.
GQ <남산>일 때 말이죠.
JJ 네, 네. <남산>이라는 시나리오가 영화판에 많이 돌았어요. 그다음에 제가 쓴 시나리오도 상당히 많이 돌았고. 그 둘을 비교하면서 보신 영화 제작과 관련된 분이 꽤 많이 계세요. 그래서 제가 얼마나 많이 바꿨는지를 아시죠. 초고를 구매할 때는 거의 주제가 없었어요. 그리고 제 역할(박평호)과 고윤정 씨의 역할(조유정)이 베드신도 있고 그래요. 그런데 왜 이런 베드신 장면이 들어가야 되는 거지? 그 의문에서부터 시작했어요. 일단 그것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내가 샀어요. 그것부터 뜯어고치고 나니까, 그 시대(1980대)를 사용할 거면 반드시 주제가 필요하다고 생각돼서 그 주제를 찾는 데 시간이 좀 많이 걸렸고, 그다음에는 그 시대를 구현해야 되기 때문에 정치적인 상황, 사회적인 상황, 각 캐릭터들의 심리를 자료를 통해 많이 찾기 시작했어요. 쉬운 프로젝트는 아니었어요. 굴지의 감독님들한테 거절당하는 횟수가 늘어나 이건 나라도 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제가 시나리오를 쓴 거죠.
GQ 그 말씀이 꽂히네요. 내가 쓰지 그럼 남이 쓰나?
JJ (눈매가 휘어지게 웃는다.)남이 좀 써줬으면 좋겠어.

포토그래퍼
목정욱
스타일리스트
황금남
헤어
김태현 at 미장원 by 태현
메이크업
김하나 at 미장원 by 태현
어시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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