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GQ KOREA MEN OF THE YEAR – YEON JUN
연준의 발화 지점.
GQ “투어가 모두 끝나고 난 뒤 돌아보면 그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어요.” 몇 달 전 범규를 인터뷰했을 때 이런 말을 했어요. 마침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월드투어 를 10월에 마무리했잖아요. 아직 앙코르 콘서트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연준은 어떤 것 같아요?
YJ 말씀하신 것처럼 앙코르 콘서트가 아직 남아 있기는 하지만, 범규가 한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아요.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다가 투어가 끝나갈 때쯤 더 진하게 느껴지는 감정들이 있거든요. 가령 이 모든 것이 소중하다는 마음, 그리고 많은 분께 감사하다는 마음 같은 거요.
GQ 이번 투어를 뒤돌아보면 어때요? 무엇이 새롭게 눈에 보이고, 무엇이 새삼 달리 보이던가요?
YJ 새로운 세트리스트와 구성을 선보이게 되어서 처음에는 공연에 온 신경이 집중돼 있었어요. 차차 익숙해질 때쯤 점점 팬분들이 행복하게 웃는 표정이 보였고, 그다음엔 제 옆에서 열심히 뛰어주는 멤버들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오더라고요. 그런 가운데 환호 소리와 제 목소리가 기분 좋게 교차되는 느낌이었어요. 더 집중하고, 선명하게 느끼고 즐길 수 있게 되었죠. 이 모든 것이 감사하고, 행복하고, 제게 희열을 가져다줘요.
GQ 감사, 행복, 희열. 듣기만 해도 좋은 말들이네요.
YJ 그렇죠? 투어 막바지에 다다르면 감사, 행복, 희열의 감정들이 차차 쌓여 더 진해지는 느낌이에요.
GQ ‘어, 우리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답다’. 한 비하인드 영상에서 연준이 ‘Deja Vu’를 처음 듣고 이렇게 느꼈다고 말했어요. 한국 앨범 2개, 일본 음반 1개, 그리고 첫 도쿄돔 입성까지, 올해의 순간들 속에서 진실로 ‘우리다웠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인 것 같아요?
YJ 투어 공연하는 순간들을 꼽고 싶어요. 공연 속에 우리의 이야기와 노래가 녹아 있고, 모든 사람이 하나 되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GQ 그 거대한 공간에서 많은 사람이 비슷한 성질의 감정을 공유한다는 사실, 새삼 뭉클하게 느껴지네요. 투어 짐을 쌀 때는 늘 ‘맥시멈 파’에 속한다고 했죠? 짐 싸는 루틴이 있어요?
YJ 옷은 늘 넉넉히 챙기죠.(웃음) 그다음에 필요한 물건을 챙기는데, 미리미리 싸두는 편이라 짐 싸는 패턴은 항상 비슷해요.
GQ 맥시멈 파인 이유는요?
YJ 부족한 것보다는 넉넉한 게 마음 편하더라고요.
GQ ‘다 쌌다’ 하고 투어 가방을 닫을 때의 마음과 무대에 오르기 직전의 마음을 비교하면 어때요?
YJ 투어 가방을 닫을 때는 가방을 가득 채운 물건들이 긴 여정의 시작을 알려주는 기분이에요. 새로운 도전이라는 설레고 오묘한 느낌이 든달까요? 반면 무대 오르기 직전에는 오히려 생각을 비우고, 좋은 감정들에 집중해요.
GQ 그때 마음만큼은 ‘미니멈 파’에 가깝군요.
YJ 그런 셈이죠.
GQ 그런가 하면 솔로 활동도 가장 먼저 도전했죠. 가사, 아이디어, 춤 모두에 연준의 생각을 담으면서 “이 일을 더 사랑하게 된 것 같다”고 고백했죠. 구체적으로 어떤 면을 사랑하던가요?
YJ 내가 이 일에 정말로 진심이구나. 그 점을 확실히 느꼈어요. 제가 원하는 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나가는 과정, 거기서 오는 느낌이 좋았어요. 물론 그 과정이 고되기도 했지만, 발전하고 성장을 멈추지 않으려는 제 모습이 제법 만족스럽던데요? 그렇게 탄생한 제 결과물을 팬분들이 보고, 즐기고, 따라 해주시는 모습을 보면, 그 뿌듯함과 성취감을 말로 다 할 수 없어요.
GQ 연준은 사랑하면 더 잘하게 돼요?
YJ 무언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감정, 시간을 쏟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저는 제 일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제가 더 나은 사람이 된다고 느끼기도 하고요.
GQ ‘적당히’라는 말은 연준과 어울리지 않아서, 때로는 덜 사랑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을까 했어요.
YJ ‘내가 이 일을 덜 사랑했다면 힘들고 무너질 것 같은 순간이 덜 했을까?’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어요. 이 일이 제게 너무 당연하고, 너무 거대해서 어쩔 수 없는 마음이겠죠. 그런데 결국, 사랑하는 마음이 사랑해서 오는 힘듦을 이겨낼 수 있는 더 큰 힘을 가져다주는 것 같아요.
GQ 요즘 사납게 애착하고 있는 게 있나요?
YJ 가벼운 애착은 몇 가지 있지만, 사나운 애착이라면···. 당장은 다음 앨범 컴백 뿐이죠. 그만큼 멤버들과 똘똘 뭉쳐서 열심히 준비했고, 늘 제게 제일 중요하고 사랑하는 일이니까요.
GQ 2020년 <위버스 매거진> 인터뷰에서 “후에 믹스테이프를 내면 개인의 진솔한 이야기를 보다 세세하게 담아보고 싶다”고 했어요. 자신의 이야기를 하려다 보면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죠. 가장 먼저 솔로로 나서면서 연준 스스로에 대해 더 알게 된 점이 있나요?
YJ 있어요. 저는 자신감만큼 스스로에 대한 의심도 많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이번 기회를 통해 의심을 조금 거두고 저를 더 믿게 된 것 같아요.
GQ 그렇게 새롭게 알게 된 스스로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불순물 없이 온전히 사랑하고 있나요?
YJ 사실은 수시로 왔다 갔다 하기도 하지만(웃음), 저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변함없어요.
GQ 연준은 두려움의 대상으로부터 도망치는 사람인가요, 그것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인가요?
YJ 두려움과 마주하려고 해요. 예전에는 직면하지 못하고 주눅 든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달라요. 두렵고 피하고 싶은 대상이 곧 내가 마주해야 할 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GQ 지금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싶다면, 그것은요?
YJ 제 일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데, 원하는 방향대로 되지 않을 땐 지치기도 해요. 사람이니까. 그래도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마음 단단하게 먹고 나아갈 뿐이죠.
GQ 언젠가 한 영상 콘텐츠에서 툭 내뱉은 말이 너무 진심처럼 느껴져서 기억에 오래 남았어요. “쉬우면 재미없잖아요”. ‘빅전연(빅히트 뮤직 전설의 연습생)’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뛰어났고, 그래서 쉽게 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쉬우면 재미없다는 생각은 여전해요?
YJ 여전해요. 쉽게 가는 것보단 어렵게 가고 싶어요. 어려운 것을 잘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분명 깨달음과 배움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진짜 진짜 어려울 때는 잘···.(웃음)
GQ “팀을 위한 나”라는 감각으로 늘 팀을 우선으로 두는 태도 역시 인상적이었어요. 팀을 위한 개인,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위한 단독자로 선다는 것이 연준 개인을 성장시키는 데 방아쇠가 돼요?
YJ 서로가 서로를 책임져야 하는 만큼 책임감, 부담감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데, 역설적으로 그런 감정, 생각들이 저를 이끌어주는 지표가 되는 것 같아요. 저희 멤버들은 저의 부족한 점을 메워줄 수 있는 좋은 동료예요. 그들이 있어서 서로가 완벽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GQ 2020 <위버스 매거진> 인터뷰에서 “부모님이든, 친구든, 누군가에게는 좋아하는 사람이든 ‘내 사람’이라 생각하고 대한다면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해요”라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아요. 연준에게 내 사람, 그러니까 좋은 친구란 어떤 사람이죠?
YJ 지금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들.
GQ 이런! 안 알려줄 셈인가요?
YJ 제 머리에 떠오른 그들은 알 거예요.(웃음) 그들과의 시간은 말로 다 못 할 만큼 커서, 그 말이면 충분할 것 같아요.
GQ 사람, 위치, 사물 같은 구체적인 것들을 빠르게 기억하고, 특히 단기 기억력이 아주 좋다고 알고 있어요. 그런데 장기 기억으로 옮겨가는 건 또 다른 일이죠. 2024년의 순간들 중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 속으로 옮겨갈 것 같은 장면을 몇 가지 꼽는다면?
YJ 첫 번째는 투어, 두 번째는 ‘GGUM’ 활동, 마지막은 내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들을 꼽고 싶어요.
GQ <지큐>에서 올해의 인물을 뽑는 상징적인 어워즈, ‘MEN OF THE YEAR’로 12월호를 장식한 김에, 연준이 연준을 칭찬해줘요. 마치 몽클레르 패딩처럼 따뜻하고 포근하게.
YJ 늘 찾아오는 위기 속에서도 꿋꿋이 버티고 나아가줘서 고맙다. 팀 앨범, 솔로 프로젝트 등 여러 스케줄을 잘 소화해줘서 너무나 기특하다. 늘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줘서 고맙다, 연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