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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포니 “나로 인해 누군가가 행복해할 때 가장 행복해요”

2024.11.27김은희

불완전한 소년들이 완전해지는 순간. 드래곤포니라는 모스부호.

왼쪽부터 | 강훈이 입은 분홍 셔츠, 아크네 스튜디오. 회색 셔츠, 팬츠, 모두 이어스트. 타이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태규가 입은 셔츠, 셔터. 재킷, 맨인정글. 팬츠, 웨스켄. 타이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세혁이 입은 이너 셔츠, 사파리스팟. 체크 셔츠, 프롬아를. 팬츠, 아더에러. 성현이 입은 셔츠, 프롬아를. 아우터, 아더에러. 팬츠, 웨스켄. 타이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고강훈 | 드럼

셔츠, 프롬아를. 아노락, 기준. 베스트, 셔터. 아우터, 팬츠, 모두 테켓. 신발, 닥터마틴. 양말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2024년 한 해 동안 부러뜨린 드럼 스틱 개수는? 셀 수 없습니다.
GH 정말 많습니다. 한 자루(두 자루 한 세트)로 따지면 1백개 가까이 되는 것 같아요.
GQ 관객들이 강훈 씨가 몸살 나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로 온몸을 다해 치는 드럼 연주가 눈에 띄었어요.
GH 공연을 오래하다 보면 점점 세지기도 하고 제가 또 드럼 치면서 스트레스가 풀리는 타입이라. 2년 전쯤에 “너네 밴드치고 가만히 있는다”는 말을 듣고 억지로 해봤는데 재밌어서, 그때 이후로 계속 그래요.
GQ 여덟 살 때부터 드럼을 쳤다고요.
GH 저희 어머니가 젊을 때 드럼을 치고 싶으셨대요. 그런데 기회가 없어서 못 하시다가 대신 저한테 드럼을 시키려고 마음먹었는데 마침 집 바로 앞 상가 피아노학원에서 전자드럼을 가르쳤어요. 거기서 처음 드럼을 접했고, 선생님이 이 친구 좀 더 전문적인 데로 보내보라고 하셔서 그렇게 지금까지 쭉 하게 됐습니다.
GQ 어떻게 “그렇게 지금까지 쭉” 할 수 있었어요? 물론 록과 밴드는 언제나 죽지 않지만 K-팝의 나라에서는 메인 스트림이 아니잖아요.
GH 저도 신기해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렸을 때 처음 접했던 음악이 노브레인 선배님들의 ‘넌 내게 반했어’랑 백두산 선배님들 음악, 그리고 메탈리카였는데, 와, 진짜 정말 듣고 미치겠는 거예요. 그래서 계속 혼자 듣고 카피하고 드럼도 쳐보고 막 합주하고 싶고. 그렇게 계속 팠던 것 같아요. 드럼 치는 게 제일 행복하기도 했고요. 제가 잘하는 게 일단은 이것밖에 없어서.
GQ 혹시 이후에 어머니도 드럼을 배우셨나요?
GH 저한테 배우셨어요. 동네에 제 개인 작업실이 있거든요. 나름 청소도 해놓고 항상 잘 관리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한번 놀러 오셨는데 “진짜 너무 싫다. 너 뭐 이렇게 어지르고 사냐” 그러시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청소를 해주셔서, “아유 어머니 감사해요. 제가 오늘 레슨이라도 해드릴까요?” 장난 삼아 말씀드렸는데 너무 진지하게 좋아하시면서 드럼 의자에 가서 앉으시는 거예요. 그래서 스틱을 쥐여드렸는데 잘 못하시더라고요. 하흐흐흐. 그날 하루 하고 끝. 팔 아프시다고 더 안 하시더라고요.
GQ 엄한 선생님이었던 건 아니고요?
GH 일단 사지 분리하는 데 너무 오래 걸렸어요.(웃음) 최대한 침착하게 가르쳐드렸는데 엄마는 제가 화낸다고 재밌어하시더라고요. “와, 이게 꼴에 선생이라고 막 화내네” 하시면서. 엄마는 7080세대인데 그때 팝송을 엄청 찾아 들으셨대요. 드럼 치는 사람이 너무 멋있어 보였대요. 그때 아티스트들을 저보다 잘 알고 계세요. 엄마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죠. 어렸을 때부터 듣고 자라서 제가 곡을 쓰면 그때 냄새가 많이 난다고도 해요.
GQ 2024년의 고강훈을 드럼 비트로 묘사해보자면요?
GH 정확하게 딱 하나 있어요. 저희 유튜브 보시면 ‘Waste’라는 곡이 있거든요. 그 노래 정말 좋습니다. 제가 주로 작업한 곡으로 인트로가 드럼 비트로 시작되는데 그 리듬이 그냥 저인 것 같아요. 올해의 저. 빈티지하려고 노력하면서도 엄청 어리고, 힘 좋고, 딴딴한. 너무 칭찬만 하는 것 같은데, 네, 그런 리듬입니다.

안태규 | 보컬

티셔츠, 가든익스프레스. 아노락, 이어스트. 아우터, 사파리스팟. 팬츠, 테켓. 신발, 닥터마틴. 기타는 태규의 것. 셔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5백 명 규모 공연 중 2백 명은 태규 씨 친구로 채울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인가요?
TG 으하하하. 제가 살가운 타입이다 보니까 잘 다가가는 편이어서, 과장해서 얘기했지만 적지 않은 좋은 분들이 주변에 있습니다.
GQ 언제부터 노래를 즐겼어요?
TG 부모님 영향으로 트로트를 많이 듣고 자랐거든요. 그런 흥이나 구수함을 좋아했어요. 할머니들 앞에서 재롱 부리고.
GQ 여러 장르 중에서도 밴드의 프런트 맨을 꿈꾼 연유는요?
TG 초등학생 때는 클래식 피아노를 배웠어요. 중학생 때 드럼을 배우고 예고에 입학하면서 밴드 하고 싶은 애들끼리 모여서 찬조 공연을 다닌다거나 곡을 써보면서 계속 꿈꿔왔어요. 어릴 때부터 노래에 흥이 있다 보니 나를 담아내고 표현할 수 있는 건 노래가 제격이다 싶어서 고1 때 전공을 보컬로 바꿨어요. 저는 꼭 노래가 아니더라도 저를 표현해왔을 것 같아요. 미술이 됐을 수도 글이 됐을 수도, 어떤 식으로든. 그 수단 중 노래를 선택했어요.
GQ 나를 드러내는 데 거침이 없나 봐요.
TG 고민이 있었다면 스무 살 때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곡을 쓰려고 보니 막상 내가 누군지 몰라서 뭘 써야 될지 감이 전혀 안 잡히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누굴까’라는 글을 썼어요. 나는 뭘까. 누구는 나보고 이렇대 누구는 저렇대, 그런데 나는 어떤 사람일까. 그러면서 제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되짚어보면 항상 저로 인해 누군가가 행복해할 때더라고요. 저희 음악, 저희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된다면 그게 제게 큰 행복이 되는 것 같아요.
GQ 리더 태규 씨가 드래곤포니를 소개할 때 항상 말하는 표현이 있죠.
TG 불완전한 소년들의 뜨거운 음악.
GQ 안태규에게 불완전한 것은 무엇인가요?
TG 기쁨 안에도 배경은 슬프다든가, 감정 안에도 내포된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슬프거나 불안하다는 감정이 들면 무엇 때문에 그런지 정확하게 100을 알지 못하는 것 같고, 그것이 저의 불완전함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GQ 그럴 땐 어떻게 해요?
TG 보통 제가 여유가 없을 때 그런 것 같더라고요. 마음의 여유나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서 무엇에 쫓기거나 다급할 때 판단을 못 하는 것 같아서 그럴 땐 훌쩍 여행을 떠나거나 러닝을 하거나 새로운 걸 보려고 해요. 모든 새로운 경험이 너무 좋은 사람이어서, 새로운 풍경을 본다거나 새로운 걸 먹어보는, 사소한 새로움에서 얻는 여유가 있어요.
GQ 최근 내게 여유를 준 새로움은요?
TG 늘 뛰는 러닝 코스가 있거든요. 제가 시계 방향으로 돌고 있으면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분들과 마주치는 때가 계속 생겨요. 갑자기 인사를 해보고 싶어서, 하이파이브가 너무 해보고 싶어서, 고민하다가 “조금만 더 우리 파이팅 합시다” 하며 손을 내밀었더니 당황하셨지만, 으하하, 그분도 “파이팅하세요, 감사합니다” 하시면서 해주셨어요. 아주 따뜻한 기억이 되었습니다.
GQ 내재된 낙천적인 기운이 숨겨지지가 않네요.
TG 낙천적이에요. 맞아요. 낭만에 대한 집착이 좀 심해요. 무조건 리스크를 한번 안고 가고 싶고, 남들 가는 길보다 비탈길 같은 데로 가야 할 것만 같은.

권세혁 | 기타

셔츠, 아크네 스튜디오. 아노락, 이어스트. 니트 베스트, 테켓. 팬츠, 맨인정글. 신발, 닥터마틴. 스카프, 비비안웨스트우드. 귀고리, 기타는 모두 세혁의 것.

GQ 강훈 씨가 세혁 씨를 소개하기를 “기타 치는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해야 할까, 세심하고 집요하다”고 했어요. 동의하나요?
SH 그런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도 보면 드럼과 친구들은 드럼과 친구들끼리 기타과 친구들은 기타과 친구들끼리 닮아 있는데, 드럼과는 단합이 완전 잘되고 소리도 제일 크다면, 기타과 친구들은 다 따로 놀고 되게 조용해요. 흐흥.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기타라는 악기에 끌렸다는 건데, 톤부터 해서 신경 써야 할 게 많은 악기거든요.
GQ 그 기타라는 악기를 어쩌다 쥐게 됐어요?
SH 초등학생 때는 첼로를 했어요. 중학생 때 저희 반에 통기타가 유행해서 아빠한테 기타 배우면서 시작했고, 그러다 예고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렉 기타를 시작하게 됐어요. 예고에는 일렉 기타밖에 없어서.
GQ 첼로와 바이올린의 소리와 끌림이 다르듯 통기타와 일렉 기타도 다를 듯한데, 그래도 일렉 기타와 합이 잘 맞았나 보네요.
SH 맞아요. 제가 첼로를 선택했던 이유도 바이올린은 왠지 튀는 것 같고 제 성격상 첼로가 더 맞는다고 생각했던 건데, 아날로그 악기들만 하다가 일렉 기타를 딱 했는데 첫인상이 되게 자극적이었어요. 모르겠어요, 저도 낯가리고 내성적인 성격이 있지만 그럼에도 끌리는 게 있지 않았나.
GQ 분출되는 것에서 오는?
SH 그렇죠, 그런 느낌.
GQ 실제로 만나기 전에 드래곤포니 영상 콘텐츠들을 보며 이 분야의 Top 2는 세혁 씨와 성현 씨이지 않을까 했어요.
SH 말수가 적은?
GQ 바로 맞히네요. 그런데 실제로 만나보니까 그렇지도 않아요.
SH 흐흐흥. 저 혼자 얘기하는 자리면 그래도 말을 하는 것 같아요. 두려움은 있지만. 생각이나 감정이 들 때마다 다 표현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긴 해요. 어떤 선을 넘기 전까지는 담아두는 편이에요.
GQ 데뷔 EP <POP-UP>5곡 중 ‘모스부호’, ‘꼬리를 먹는 뱀’, ‘Pity Punk’가 세혁 씨의 데모에서 출발했어요. 창작의 과정은 어때요?
SH 어려워요. 어렵고, 지금 상태는 만족이 잘 안 되는 게 있어요. ‘꼬리를 먹는 뱀’은 당시 <러브, 데스 + 로봇>이나 <블랙 미러>를 많이 봤는데, 짧게 짧게 무거운 얘기들을 하잖아요. 그런 작품들을 와다다 보던 시기여서 한 생각들이었는데, (창작물에) 제가 어떤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 느끼는 정도의 감동이나 깊이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아직 그 정도까지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아쉬움도 있고 그래요.
GQ 그에 대한 권세혁의 해답은요?
SH 그런데 승부욕이 있는 스타일이어서. 계속하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GQ 언젠가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다, 붙잡아둔 영감이 있나요?
SH 제가 사람을 대하는 데 생각이 많은 편 같아요.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지에 대한 생각이라든가 그래서 생기는 가식이라든가. 정말 나대로 사람을 대하는 것에 대해 적어보고 있어요.
GQ 2024년의 권세혁을 기타 리듬으로 묘사해본다면요?
SH 기타로 빌드업하는 부분들이 있어요. 둔둔둔둔둔둔(작은 소리에서 점점 크게) 이렇게 빌드업을 한단 말이죠? 그런 느낌.

편성현 | 베이스

저지, 이너 팬츠, 모두 프롬아를. 티셔츠, 호이테. 데님, ERTR. 브레이슬릿, 스투시. 베이스는 성현의 것. 벨트, 신발은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드래곤포니의 베이시스트이자 <복세편살>이라는 자체 영상 콘텐츠도 직접 만들고 있죠. 제목 뜻 그대로 빌려, 복잡한 세상 편 PD로 사는 것은 어때요?
SH 복잡한 세상 편 PD로 사는 것···, 힘들어요. 저는 일단 복잡한 게 싫어요. 복잡한 게 머릿속에 들어와 버리면 지치는 타입이어서 단순하게 생각을 빼려고 해요. 많이 노력해요. 그래서 <복세편살>에 애들이랑 자연스럽게 사는 모습들을 담으려고 해요.
GQ 오늘 화보 촬영장 외에 편 PD가 최근 카메라에 담은 드래곤포니의 한순간은 어떤 모습인가요?
SH 이 말 다 담기는 거죠?
GQ 가감 없이 일단 말해보세요.
SH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저희의 모습은 보통 난장판이에요. 흐흐. 그런데 최근에 클럽 투어 공연하는 걸 (카메라에) 담고 있는데 이제 진짜 시작인 것 같은 느낌이 들고, 팬분들이랑 저희랑 함께하는 모습이 데뷔 전과는 또 다르게 새로웠어요. 팬분들이 저희만을 보러 와주신 거여서. 데뷔 전에는 저희 말고도 서너 팀이 같이 공연하곤 했는데 지금은 저희만의 공연에 가득 채워주셔서 그게 다르고 새로워요. 기분이 좋습니다.
GQ 복잡한 세상 편성현 베이시스트로 사는 건요?
SH 편성현이라는 베이시스트로 혼자 살았다면 되게 복잡하게 살았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는 디테일하게 잡는 걸 좋아하고, 소리 하나만 들어도 이건 이렇게 하고 싶다는 저만의 확실한 게 있는데, 멤버들이랑 같이 밴드를 하면서 의견을 맞추다 보면 멤버들을 통해서 정리되는 것도 있고 제 의견을 포기해서 오히려 얻는 것도 생기다 보니까···, 좋습니다.
GQ 베이스를 언제부터 자신의 악기로 삼았어요?
SH 초등학생 때 친형을 따라서 다닌 동네 음악학원에서 밴드를 한다고 그랬는데 베이스가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맡았어요. 그때 잡고선 쭉 베이스 쳤어요.
GQ 재미있던가요?
SH 네. 아, 재미가 사라졌었는데 지금은 재밌어요. 이걸 일, 직업으로 삼으려면 일단 실용음악을 배워야 했어요. 베이시스트로 성장하려고 입시 전문 학원을 가고 입시 커리큘럼을 배우다 보니까 재미가 사라졌었어요. 그래서···, 지금 재밌어요.
GQ 지금 다시 친구들과 자유로이 음악을 해서인가요?
SH 네. 제 음악을 하고 있다는 거. 무대에 서서 연주하고 그걸로 사랑받을 수 있다면.
GQ 편성현에게 불완전한 것이 있다면요?
SH 저 자신요. 제가 너무 불완전해요.
GQ 어제보다 오늘 나아진 건요?
SH 어제가 나았던 것 같은데요. 어제는 아침에 일어나서 공부도 했거든요. 어제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어요. 재능 있대요, 선생님이. 선행 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칭찬 들으려고. 흐히히하. 오늘은 어제보다는 조금 (공부) 했어요. 아, 오늘 산책했어요. 어제보다 나은 건 산책을 했다.
GQ 완전해진다는 건 뭘까요?
SH 완전해진다는 건 뭘까요···. 제가 그런 모습을 꿈꿀 수는 없지만, 상상이 안 되긴 하지만, 제 불완전한 모습이 잠깐이라도 잊힐 때 완전해지는 것 같아요. 몰입하는 어느 순간에는 분명히 그럴 때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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