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귀엽잖아. 그 모자 나 줘요.
당신의 소속과 경험을 보여주는데 볼캡만큼 효과 좋은 아이템이 있을까? 여행지, 미술관, 리조트 등 자랑하고 싶은 곳의 로고를 통해 스타일과 문화 취향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 이 합리적인 가격대의 기념품이 주는 힘은 이토록 강하다.
스티븐 스필버그
스티븐 스필버그의 볼캡에는 영화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영화 제작사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볼캡부터 57회 아카데미 시상식 기념품, 자신이 감독한 영화 <E.T.>와 <인디애나 존스>의 볼캡까지 그가 영화와 함께하는 자리엔 늘 상징적인 볼캡이 함께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격식 있는 드레스 코드를 철저히 지켜야 하는 칸 영화제에서도 블랙 슈트와 맞춘 볼캡을 쓰는가 하면 샌프란시스코 경찰, 특수 구조 대원의 볼캡도 그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듯 평소 입는 빈티지한 룩에 더하곤 했다.
앤디 워홀
소비재와 대중문화를 주제로 작품 활동을 활발히 했던 앤디 워홀. 그가 쓴 볼캡은 이런 관계성이 엿보이는 아이템 중 하나다. C로고가 더해진 빨간 볼캡은 미국 중서부에 위치한 산업도시 신시내티(CINCINNATI)를 상징하는 것으로 워홀이 주로 전시를 펼쳤던 곳. 특히 식품 산업이 발달한 그곳에서 캔 수프를 선보인 건 자연스러운 흐름 아니었을까? 캔 수프뿐만 아니라 그가 라벨 디자인에 참여한 물 브랜드 ‘람로사(RAMLOSA)’, 양키즈의 대표 선수 미키 맨틀을 등장시켰던 작품을 떠올려보면 그가 쓴 볼캡은 소비재를 주제로 한 또 하나의 작품 활동이었던 것이다.
빌 클린턴
빌 클린턴은 여러 연설을 다니며 슬로건이나 시대를 이끄는 브랜드의 로고를 더한 볼캡을 썼지만, 일상으로 돌아가 스포츠를 즐길 때 더 그다운 모습이 보이곤 했다. 클럽에서 골프를 칠 때, 해변과 도심에서 조깅할 때, 야구 시즌 개막식에서 시구할 때 등 그는 모자를 툭 걸친 모습으로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어필하곤 했다. 물론 대통령 재임 당시 격식을 차리지 않고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했던 모습은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