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프 위에서 펼쳐지는 런웨이.
몽클레르 그레노블
몽클레르의 스키 라인, 그레노블은 브랜드의 본질인 산악 DNA를 표현하고자 생모리츠에서 쇼를 발표했다. 스키복 본연의 기능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눈과 얼음을 상징하는 페일 컬러, 나무와 초목의 따듯함, 겨울밤을 표현한 블랙과 몽클레르의 상징적인 레드, 화이트 그리고 블루 컬러 등 모닥불 같은 포근한 컬러들이 한데 어우러졌다. 인타르시아 기법을 사용한 테크니컬 재킷은 전통적인 퀼트 디자인을 연상시켰고, 스키 재킷에는 니트 스티치 효과를 넣은 디테일도 눈에 띄었다. 대담한 실루엣의 알파카 퍼와 크로셰 니트는 스키 패션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으며, 슬로프 위에서 누구보다 강한 존재감을 뽐내고 싶은 스키어들이 반색하기에 충분했다.
발렌시아가
지난겨울 처음으로 스키웨어 컬렉션을 선보인 발렌시아가.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을 향한 질주를 마쳤다. 전반적으로 새카만 겨울을 닮은 차분한 컬러가 주를 이루지만, 발렌시아가만의 위트를 진눈깨비처럼 첨가했다. 이를테면 활강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큼직한 ‘B’ 로고나 엠블럼과 스폰서 로고로 점철한 터틀넥 니트와 팬츠 같은 것들. 인공 빙판의 주재료인 폴리에틸렌으로 만든 스노보드와 매서운 바람을 버티는 내구성 좋은 립스톤 소재 파카와 스노 팬츠, 그럴 줄 알았던 방수 기능을 더한 데님 팬츠까지. 이번 겨울은 보온과 기술력에 더욱 세심함을 기울인 모습이 돋보인다. 빼놓으면 서운한 보온 안감을 적용한 알래스카 부츠는 대체로 귀엽고 분명 마음이 간다.
디올 맨
디올 맨은 특별한 겨울을 위해 하우스의 앰배서더인 F1 드라이버 루이스 해밀턴을 게스트 디자이너로 초청했다. 해밀턴은 자신의 뿌리인 아프리카를 바라봤다. 아프리카 특유의 강렬한 컬러와 쫀쫀한 직물은 플리스와 스웨터가 됐고, 고글과 보드, 스니커즈에 고명처럼 녹아들었다. 키 아이템인 B44 블레이드 스니커즈는 다채로운 컬러로 슬로프를 누빌 예정이며, 스노 더비 슈즈는 패딩과 러버 소재를 더해 눈밭에서 이보다 더 당당한 신발은 거의 없다. 스키 DNA를 지닌 데상트와 협업한 다운 재킷과 스노 팬츠를 만든 건 또 어떻고. “스노보드는 레이싱처럼 아드레날린을 느낄 수 있어 정말 좋아하죠.” 오로지 전진만을 추구한 해밀턴이 슬로프를 대하는 태도다.
루이 비통
퍼렐 윌리엄스가 루이 비통에 합류한 이후 처음으로 공개한 스키 컬렉션. 퍼렐의 상징적인 디자인인 다모플라주(다미에 패턴에 카무플라주를 결합했다)에 북극의 요소를 넣은 다모플라주 스노 패턴이 컬렉션을 이끈다. 모노톤의 겨울 팔레트 사이로는 오렌지 컬러가 넘실댔고, 방수와 방풍 기능은 물론 곳곳에 지퍼 디테일을 더해 통기성을 꼼꼼하게 챙겼다. 스키어를 담아낸 베스트부터 눈꽃 장식 풀오버와 시어링 재킷, LV 체커 레인저 부츠는 꼭 슬로프가 아닌 도심에서 입기에도 충분해 보였다. 시어링 트리밍을 더한 스피드 백과 북극곰 백 참은 꽁꽁 언 얼음마저 녹일 정도로 앙증맞으니, 퍼렐의 재치는 이번에도 유효했다.
로로피아나
설산에서 즐기는 느긋한 여정. 로로피아나는 아프레 스키 컬렉션을 통해 아웃도어 스타일의 즐거움을 표현한다. 프랑스어로 ‘스키 후에’를 의미하는 아프레 스키는 스키를 탄 후 즐기는 저녁, 액티비티 문화를 통틀어 아우르는 단어다. 스키를 즐기기에도 거뜬한 울 스톰 시스템® 소재를 사용한 다운 재킷과 아노락 재킷부터 고급스러운 캐시미어, 시어링, 캐시퍼 소재에 전통적인 노르웨이 패턴을 더한 것이 컬렉션의 특징. 이번 컬렉션을 기념해 특별한 협업도 진행했다. 근래 가장 주목받은 슈즈 메이커 로아와 손을 잡고 설산을 위한 부츠를 만든 것. 부츠 안감에 시어링을 더하고 러버 아웃솔로 마무리해 혹독한 야외 활동도 문제없다.
프라다
프라다만큼 스키에 진심인 브랜드가 또 있을까? 매해 겨울이면 상징적인 레드 로고가 빛나는 르네아 로사 컬렉션에서 스키 라인을 내놓곤 한다. 붉은색 로고를 필두로 리사이클링 폴리에스테르와 기능성 소재인 그래핀과 고어텍스로 든든한 스키웨어를 만들며, 거스 켄워시 같은 스키 선수를 캠페인 모델로 내세우는 것도 스키에 대한 프라다의 애정을 드러내는 방증. 최근에는 레드불 소속인 일본의 스키점프 선수 코바야시 료우와 손을 잡았다. 아이슬란드 대자연의 도약대로부터 291미터의 비행을 응원한 것인데, 야심 찬 도전의 시작과 끝을 함께했다. 바람의 저항력을 줄이도록 기능적인 소재를 연구했다고. 프라다가 전할 겨울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