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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랜디 “한국을 더 알고 싶어 하는지의 시작점은 ‘엄마’였어요”

2024.12.23신기호

알렉스, 지금 무슨 생각해요?

터틀넥 톱, 셔츠, 팬츠, 슈즈, 모두 토즈. 모자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이제 몇 시간 후면 미국으로 돌아가죠? 불쑥 지금 기분을 물어보면요?
AL 정말 믿기지 않아요. 출국 몇 시간 전에 <지큐> 화보를 찍는다는 건 매우 특별한 경험이잖아요. 곧 떠날 거란 생각을 하면 좀 씁쓸해지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보내는 마지막 일정이 <지큐>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이라니, 당연히 기쁠 수밖에요.
GQ 스튜디오 오기 전엔 뭘 했나요?
AL 솔직히요? 짐 쌌죠.(웃음) 운동도 했고요. 그런데 알죠? 전혀 슬프지 않았어요. 호텔을 나와서 가야 하는 곳이 공항이 아니었으니까요.
GQ 한국에 온 지는 얼마나 됐어요?
AL 2주 정도요. 엄마랑 여동생이랑 같이 왔어요. 여동생은 한국이 처음인데 덕분에 정말 부지런히 돌아다녔어요. 한국 음식도 정말 많이 먹었고요.
GQ 알렉스가 넷플릭스 시리즈, <Mr. 플랑크톤>에 출연한다는 소식에 공식 예고편의 댓글창이 한때 들썩이기도 했어요.
AL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고 기쁜 일이었죠. 댓글을 전부 보진 못했지만 대체로 따뜻한 반응이었다고 알고 있어요. 고맙다는 인사 꼭 전하고 싶어요.
GQ 한국 작품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어요?
AL 저는 한국과 깊이 연결되어 있어요. 저의 헤리티지(라고 알렉스는 표현한다)만 보더라도 그렇죠. 저는 늘 언젠가 한국에서 만나게 될 프로젝트들에 대해 궁금해하고, 탐구해왔어요.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역할도 만났고요. <Mr. 플랑크톤>은 그런 과정 중에 찾아온 기회였죠. 운이 좋았어요.

셔츠, 팜 엔젤스. 재킷, 모자는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알렉스는 이날 엄마와 스튜디오를 함께 찾았다.) 엄마의 반응은 어땠나요?
AL 제 커다란 목표 중 하나가 바로 한국 드라마에 출연하는 거였어요. 엄마가 한국 드라마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생각도 한 적 있어요. ‘아마도 엄마는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나를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그런데 정말로 그러셨던 것 같아요. <Mr. 플랑크톤>출연 소식을 듣고 굉장히 자랑스러워하셨거든요. 엄마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마음이 금방 따뜻해졌고요.
GQ 이름부터 강렬한 ‘존 나 John Na’를 연기했어요. 웃어서 미안합니다만, 한국에서는 다른 뜻이 있다는 거 알고 있어요?
AL 그럼요. 지금 당신처럼 저도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당연히 웃음부터 나왔어요. “존 나?”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름이었거든요. (한참을 웃은 뒤) 이 이름은 여전히 재밌어요. 이름처럼 임팩트가 굉장한 캐릭터였죠.
GQ ‘존 나John Na(이하 ‘존’)’가 코믹한 캐릭터는 아닌데 말이에요.
AL 바로 그 지점이 흥미로웠어요. 이름에선 그가 가진 재밌고 기발한 면을 엿볼 수 있는 반면 캐릭터는 정반대의 모습을 가졌으니까요. ‘존’은 단단하고 내성적이며 진지한 사람이에요. 때로는 위압적인 모습도 보여주죠. 결국 이런 분위기가 그를 신비롭게 포장하기도 하지만 드라마를 보신 분들은 알 거예요. 그는 굉장히 다정하고 배려심 깊은 남자라는 거. 그를 연기하면서 좋았던 건 바로 이런 지점이에요. 진지함과 유머러스함의 균형을 끝까지 잃지 않는 캐릭터라는 거요.

슬리브리스 톱, 오프화이트. 스니커즈, 컨버스. 팬츠, 비니는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한편으론 알렉스의 예쁜 눈을 선글라스로 가려놨다는 거. 대사도 몇 마디 하지 않는다는 건 팬 입장에서 아쉬웠을 것 같아요.
AL 저도 도전적이었어요. 모든 연기를 몸짓만으로 해야 했거든요. 그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했어요. 맞아요, 쉽지 않았죠.
GQ 그렇기에 캐릭터 ‘존’을 통해 얻은 것도 분명 있겠죠?
AL 저는 <Mr. 플랑크톤>을 통해 제 안의 다른 면을 마주할 수 있었다고 확신해요. ‘존’은 깊이가 있고 어두운 면이 존재하는 인물이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내면의 강인함은 투명하게 느껴져요. 이 인물을 연기하면서 좋았던 건 제가 탐구해보고 싶었던 내면적인 갈등, 표현을 경험하고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는 거예요. 도전이 쉽지 않았지만 배우로서 밀어붙여 보고 싶은 훌륭한 기회를 만나 기뻤어요.
GQ 이전에도 알렉스의 다른 면, 특히 어두운 면을 더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죠.
AL 네, 저의 다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마주할 수 있는 기회는 사실 정말 적어요. 그 기회를 캐릭터로 마주할 수 있다면 배우로서는 행운과도 같은 일이죠. 앞으로 저의 다른 면을 보여줄 수 있다면 기꺼이 도전하며 발견하고 싶어요.
GQ 그동안 알렉스는 <그레이 아나토미>, ‘kiss me more’의 ‘알렉스’로 기억되어 왔어요. 이제부턴 알렉스가 곧 ‘존’으로 떠올려진다면 어떨 것 같아요?
AL 세상에. 당연히 기쁘죠! 저를 떠올리게 만드는 대표작이 있다는 건 정말 귀한 일이니까요. 저는 ‘존’이 ‘존 윅’ 또는 <매트릭스>의 ‘네오’와 비슷한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나아가 미국인으로서 한국 드라마에서 이런 캐릭터를 맡는 건 정말 드문 일이고요. 이건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에요. ‘존’은 제 연기 범위를 확장해줬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열어줬죠. 알렉스가 곧 ‘존’으로 기억된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코트, 슈즈, 모두 페라가모. 데님 팬츠, 아크네 스튜디오.

GQ 조금은 진지한 질문을 해도 될까요? 알렉스가 가진 ‘혼혈’이라는 정체성에 관한 내용이에요.
AL 그럼요. 저는 오늘 계속해서 저의 헤리티지를 연결해 이야기하고 있는걸요.
GQ 맞아요. 지난 인터뷰 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한국 사람들이 알렉스의 백그라운드에 대해 알아줬음 좋겠다고. 알렉스가 왜 한국에 관심이 많은지, 한국어를 더 깊이 공부하고 싶은지.
AL 질문해줘서 고마워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거든요. 저는 태생적으로 양면을 갖고 있어요. 제 유산이죠. 이런 저의 정체성은 제 연기 경력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특히 역할에서요. 제게 접근하는 방식, 인식하는 태도, 전달하려는 캐릭터의 모습들에 대해서 특히 그렇죠. 한국과 미국의 영향을 모두 받으며 자란 덕분에 전 남들에겐 없는 독특한 시각을 갖게 되었고, 그게 제 연기에 특장점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해요. <Mr. 플랑크톤>에 캐스팅 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죠. 제가 왜 한국에 관심이 많고, 한국어를 더 알고 싶어 하는지의 시작점은 ‘엄마’였어요. 그녀를 더 알고 싶었고, 그 배움을 통해 엄마와의 연결성을 더 단단히 하고 싶었죠. 지금은 그 너머의 필요성을 느껴요. ‘엄마’라는 세계에서 시작된 탐구가 제가 사랑하는 직업에까지 연결되고 있어요. 굳이 표현하자면 진정성으로 확장되고 있죠.
GQ 어쩌면 진정성은 말보단 꾸준히 보여야 하는 태도의 모습이니, 그걸 ‘자부심’으로 바꿔 질문하면, 알렉스는 지금의 마음가짐을 더 잘 설명할 수 있을까요?
AL 물론요. 자부심이라면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되겠네요. 이건 제 정체성과 연결되죠. 저는 이 정체성을,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사람들과 나누는 게 굉장히 자랑스러워요. 사람들이 제 배경에 대해 물어보면 저는 제가 가진 헤리티지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설명하는 식이죠. 이 과정에서 한국인,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게 되고요. 무언가를 느끼고 설명한다는 건 깊이가 필요한 일이에요. 저는 제 헤리티지를 나누며 개인으로서, 나아가 배우로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 늘 자각하게 돼요. 이런 시간들이 저를 더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영향으로 번지는 것 같고요. 이건 단지 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제 가족과 저의 팬, 나아가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작은 용기가 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더 큰 기대라면 문화 간의 다리를 놓을 수 있는 기회가 제게 생기길 바라고요.

톱, 1017 알릭스 9에스엠. 안경, 프라다 at 에실로 룩소티카. 네크리스, 티링제이.

GQ 배우로서 알렉스는 어디쯤 와 있는 것 같나요?
AL 당연히 성장 중이죠. <그레이 아나토미>부터 <Mr. 플랑크톤>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는 특권을 운 좋게 쥐었고, 이제는 그 경험들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직 배울 것과 탐구해야 할 것이 많고, 그만큼 나눠야 할 것도 많아요. 성장 과정에서의 목표라면 한계에 도전하는 역할들을 계속해서 만나야 한다는 것. 이를테면 저의 어두운 면, 복잡한 면, 이전에 해본 적 없는 표정, 모습, 감정들을 반복해서 만나는 역할에 도전하고 싶어요.
GQ 더 멀리 있는 목표에 대해 물으면요?
AL 어느 정도까지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할까요?(웃음) 저는 진심으로 한국과 할리우드, 모두를 관통하는 커다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어요. 언젠가는 제작이나 감독도 해보고 싶고요. 물론 멀리 있는 목표지만 지금의 과정을 밟아나가다 보면 더 많은 기회에 닿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요.
GQ 올해는 어떤 크리스마스를 보낼 건가요?
AL 아마도 가족과 함께 있을 거예요. 저는 일이 아닌 부분은 모든 에너지를 가족과 강아지, 그리고 세 명의 친구에게 쏟고 있어요. 맞아요, 사실 제 삶은 이렇게 꽤 지루해요.(미소)
GQ 알렉스의 마지막 답변은 출국 인사로 받아보고 싶네요.
AL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여러분의 응원은 제게 늘 커다란 의미로 존재하고, 나아가 배우로서 여러분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역시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큰 사랑을 받고 나니 앞으로의 미래가 무얼 더 가져다줄지 기대가 커졌어요! 모든 사랑에 감사하며 약속할게요. I’ll be back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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