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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의 오너 바텐더, 제이 칸과 홍콩을 달리는 맛

2024.12.03전희란

홍콩 달리기는 맛있다. 그것을 바텐더 제이가 알려주었다.

“홍콩에서 즐겨 찾는 러닝 코스요? 너무 많죠. 가장 좋아하는 루트는 췬 완 Tsuen Wan 지역의 성문 저수지 Shing mun reservoir인데, 1시간 반 이상 하이킹을 감수해야 해요. 괜찮겠어요? 좀 더 편한 루트를 택하려면 서구룡 West Kowloon 지구의 하버도 괜찮죠.” 메일을 받자 마자 주저 않고 답장했다. “두 가지 다 시도해볼 수는 없을까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Asis’s 50 best bars’에서 1위를 거머쥔 바 코아. 예약을 받지 않아 오픈 전부터 길게 줄이 늘어선다.

제이 칸 Jay Khan은 ‘Asia’s 50 best bars’ 에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바 코아 COA의 오너 바텐더이자, 러너다. “다음 주에도 홍콩에서 100킬로미터를 뛰어요.”

여행으로, 출장으로 벌써 여러 번 와본 바 코아에서 막 러닝 복장으로 갈아입은 제이와 마주 앉으니 코아가 새삼 다른 곳처럼 느껴졌다. 그는 러닝 촬영을 앞둔 오늘 아침에도 러닝을 하고 왔다.

코아 근처에서 슬슬 몸을 푸는 제이 칸.

“러닝을 시작한 이유는 간단해요. 멘털과 몸의 건강을 위해서였죠. 몇 년 전만 해도 몸무게가 지금보다 45킬로그램쯤 더 나갔어요. 상상돼요? 처음엔 뚱뚱해 달릴 수조차 없어서 하이킹으로 시작했다가, 자연스럽게 러닝으로 이어졌죠. 저는 어딜 가든 달리며 여행하는 방식을 선호하는데, 특히 홍콩 구석구석을 달리다 보면 이 매력적인 도시가 발에 각인되는 게 느껴져요. 늘 새로운 풍경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죠. 홍콩 곳곳에는 어디에나 산이 있어서 더욱 달리는 맛이 나요.” 성문 저수지로 가는 우버를 불러 타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저쪽의 구불구불한 산 보여요? 집 근처 산 Sam Chi Heung이라는 곳인데, 저기도 달리기에 괜찮아요. 가장 가파르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샤프 피크 Sharp Peak’도 좋아해요. 샤프 피크를 달리고 내려오면 근처에 괜찮은 차찬탱(Cha Chaan Teng, 카페와 식사를 겸하는 홍콩의 대중 음식점 형태)이 있어요. 소개해줄까요?”

Hoi Fung Store 코아의 오너 바텐더 제이 칸이 샤프 피크에서 하이킹 후 자주 들르는 맛집.

칵테일 세 잔은 마신 듯 홍조를 띤 원숭이들이 어슬렁거리기 시작하자 제이가 말한다. “다 왔어요.” 원숭이가 버진 로드처럼 이어진 길을 따라 깊숙이 걸어 들어가면 점점 주변 인물들이 관광객에서 캠핑족으로, 그리고 러너로 변한다. “이 섬을 둘러 계속 달릴 수도 있고, 저 꼭대기까지 하이킹해 올라갈 수도 있어요. 단, 여러분들만 괜찮다면.” 열혈 러너의 사려 깊음에 오히려 마음이 무너진다.

(좌) 리츠 칼튼 홍콩에서 바라본 풍경. (우) 성문 저수지의 고즈넉한 한낮.

“한번 가보죠, 까짓것.” 바람이 부드럽게 땀을 식히는 11월의 홍콩은 달리기에 탁월한 날씨였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오르며 물었다.

Needle Hill에 오르면 알던 홍콩이 다르게 보인다. 물론, 더 좋은 방향으로.
성문 저수지에 가면 러닝 복장을 한 멋쟁이 러너들이 자주 눈에 띈다.
제이 칸과 그의 러닝 메이트 마이클.

“우리 어디쯤 온 거야?” 저만치 위에 있는 제이가 답한다. “Hong Kong!” 이를 악물고 오른 ‘Needle Hill’은 잔혹한 만큼 아름다웠다. 그동안 잘 아는 도시라고 생각했지만, 한계를 넘어 도달한 곳에서 내려다보는 홍콩은 달랐다. 분명히 달랐다.
“20분 안에 해가 질 거예요. 내려가죠.” 제이와 그의 크루 마이클의 안내에 따라 서둘러 내려오니 놀랍게도 해가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어둠 속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니, 바비큐의 진풍경이 펼쳐진다. “바비큐? 물론 해봤죠. 좋아요. 주말이 아니면 지금처럼 북적이진 않거든요.”

“나이트 러닝을 할 땐 서구룡 하버를 좋아해요.” 리츠칼튼 홍콩, Mosu Hong Kong이 있는 갤러리 M+가 사이좋게 붙어 있고, 그 둘을 등지면 수없이 보아온 홍콩의 야경이 시야에 담긴다. 충분히 클리셰이지만, 넉넉히 마음이 놓이는 풍경.
“러닝 후에 무슨 칵테일을 권하고 싶냐고요? 프레시하고, 소금기가 있어야겠죠. 코아의 칵테일 중에 고르라면···. 메즈칼로 만든 팔로마. 그런데 저는 러닝 후에 술 안 마셔요.(웃음)” 종일 함께 다녔더니 우리는 벌써 전우가 된 것 같다. 컴컴한 바에서 만났던 것보다 몇 배쯤 진하고 독하게.

서구룡 하버에서는 홍콩의 간판 같은 야경을 보며 달릴 수 있다.
Fat Kee Store. 샤프 피크 하이킹 후 샤오롱바오, 밀크 티 등 정겨운 홍콩의 아침을 만날 수 있다.
興記士多 흥기 시도. 샤프 피크 하이킹 후 들러볼 만한 차찬텡. 에그 라이스, 프렌치 토스트가 별미.

포토그래퍼
김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