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유들로 대중에게는 생소하지만, 시계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브랜드들.
유니버셜 제네브
1894년 탄생한 유니버설 제네브(Universal Genève)는 1917년 세계 최초의 크로노그래프 워치를 발표했을 뿐만 아니라 꾸준히 인하우스 무브먼트만을 사용했을 정도로 규모도 크고 기술력도 갖춘 브랜드였다. 하지만 1970년대 스위스 시계 업계에 전염병처럼 퍼진 ‘퀴츠 파동’ 때문에 대부분의 시계 브랜드들과 마찬가지로 극심한 재정 위기를 겪었다. 이를 탈피하고자 쿼츠 시계에 집중하는 독특한 행보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 판단은 독이 되어 브랜드의 인기를 크게 떨어뜨렸고, 1989년에 이르러서는 홍콩의 한 기업에 인수됐다. 이후 예전보다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다 2023년 브라이틀링이 유니버설 제네브를 인수했다. 새롭고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찾은 유니버설 제네브는 2026년 브랜드의 본격적인 리론칭을 앞두고 불과 몇 주전 1950년대 브랜드를 대표했던 폴라우터 컬렉션을 깜짝 발표했다. 이 시계는 파텍 필립 노틸러스, 오데마 피게 로얄 오크 등의 디자이너로 유명한 제랄드 젠타의 1954년 디자인이 오리지널이다. 그의 시계 디자인 데뷔작이기도 하다. 스칸디나비아 항공사(SAS)가 북극 경유 항로 취항을 결정한 것을 기념하며, 탑승 승무원들을 위해 제작됐던 역사를 갖고 있다. 실버 다이얼의 스테인리스 스틸, 블랙 다이얼의 레드 골드, 블루 다이얼의 화이트 골드 버전으로 출시했으며, 매뉴팩처의 역사적인 마이크로 로터 무브먼트 칼리버 1-69를 탑재한 데다 케이스 지름도 35.5mm로 오리지널 모델을 계승했다.
JC 비버
시계 업계에서 살아 있는 사람 중 가장 큰 업적을 남긴 인물을 찾는다면 장 클로드 비버를 첫 번째 손가락에 꼽거나, 못해도 세 번째 손가락쯤에는 올릴 수밖에 없다. 그는 오메가와 블랑팡, 위블로 등을 현재의 위치에 올려놓은 주역이며, 2014년부터 2018년까지 LVMH 그룹 시계 부문 회장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과시했다. 2023년에는 막내 아들 피에르와 함께 자신의 이름을 건 JC 비버라는 시계 브랜드를 론칭하며 복귀했다. JC 비버는 제네바 인근의 작은 마을 기브랭에 본사를 두고 있다. 오뜨 오롤제리를 표방하는 만큼 엔트리급 모델인 마이크로 로터 오토매틱 로즈 골드의 가격이 75,000 스위스 프랑(한화 약 1억 1,900만원)에 이를 만큼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계의 판매는 원활하다는 전언이며, 무브먼트는 뒤부아 데프라즈, 케이스는 에프테오르, 다이얼은 LM 캐드랑스 등의 제조사와 협업해 생산할 만큼 높은 사양이다.
페르디난드 베르투
쇼파드의 공동 대표 칼 프리드리히 슈펠레 회장은 시계에 대해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다. 쇼파드가 ‘시계 업계의 오스카 어워드’로 불리는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의 단골 수상자인 이유 역시 타협 없이 최상의 시계를 위해 노력하는 그의 열정이 낳은 결과다. 그는 쇼파드라는 세계적인 매뉴팩처를 소유하고 있음에도 2006년에 200년 전에 사라진 시계제작자 페르디난드 베르투의 상표권을 인수해 개인적으로 독립 시계 브랜드를 하나 더 론칭했다. 페르디난드 베르투는 범접할 수 없이 높은 사양의 시계를 개성 넘치는 디자인으로 완성해내며 단번에 시계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손꼽히는 하이엔드 워치 제조사조차 최상위 모델들에만 적용하는 퓨지 앤 체인 방식의 콘스탄트 포스 매커니즘을 일반적인 사양으로 적용하고, 무브먼트의 미학적인 구성 역시 전례 없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시계 구석구석의 다양한 디테일들이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없이 독창적이지만, 동시에 우아한 고전미를 드러낸다는 점도 페르디난드 베르투만의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