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여행의 시작, BTS 진이 돌아왔다.
“룰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멋진 일이지만, 저는 기본적인 면에서 매너도 함께 지니고 있는 사람이 젠틀맨이라고 생각합니다“
2013년 데뷔 이후 수많은 드라마틱한 역사를 새겨온 BTS. 데뷔 직후 곧바로 각광받은 것은 아니어서 일곱 명은 오로지 노래와 춤, 혹독한 연습을 견뎌야 했다. 이윽고 그들은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노래했다. “LOVE YOURSELF”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파하기 시작해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고 정체성에 흔들리는 전 세계 곳곳의 수많은 젊은이에게 공감되는 고민이었기에, 일곱 명이 전하는 진정한 사랑이란 먼저 나를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울림에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이 구원받았다. 그들은 전 세계 스타디움 투어를 매진시키고 ‘아미 ARMY’라는 거대한 팬덤을 얻었다. 지적이고 든든한 리더 RM이 그룹의 주축이라고 한다면, 맏형인 진은 이성적이고 모든 일을 깊고 넓게 들여다보는 역할을 하면서도 온화한 태도로 멤버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역할로 RM과 함께 그룹을 이끌어왔다. 힘든 시간들을 견디고 “일곱 명이서 극복했다”라며 감격에 젖은 진은 스테이지에서 눈물을 흘렸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Dynamite’로 그래미어워드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달성했다. 끊임없는 변화의 물결 속에 있던 BTS는 2022년 병역이라는 큰 국면을 맞이해 가장 먼저 맏형인 진이 입대했고, 올해 6월에 1년 반의 의무를 마치고 제대했다. 현재 군복무 중인 여섯 명보다 새로운 여정을 먼저 시작하게 된 진, 다시 새로운 활동을 활발하게 시작한 그의 분주한 행보를 낱낱이 들여다본다.
GQ 우선 “잘 돌아오셨어요”라고 인사를 드려야겠죠? 군 복무 중에 특급전사로 선발되었다고 들었어요. 연예계와는 전혀 다른 군대라는 조직에 소속되어 있는 동안 무엇을 느끼고 배웠나요?
JIN 일단 체력적인 면에서 말씀을 드리자면, 나이 어린 사람이 많은 가운데 체력은 상위 20퍼센트 정도는 되었어요. 운동선수만큼은 아니더라도 직업상 항상 몸을 단련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배움이 있었어요. 저보다 나이가 많은데 매일 5킬로미터씩 꾸준히 달리는 분이 있었거든요. 끊임없이 스스로를 향상하려고 하는 자세를 보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GQ 제대하자마자 솔로 활동, 신곡 제작이나 예능 출연 등으로 꽤 바쁠 것 같아요. 그룹 활동과 솔로 활동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JIN 그룹 활동은 전체적으로 구상하는 방향성이 명확하기 때문에 정해진 방향을 향해 멤버 간 의견을 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솔직하게 서로 의견을 나누다 보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멤버들이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든든해요. 반대로 솔로 활동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받는 만큼 책임감도 뒤따르고 상당한 긴장감이 있어요.
GQ BTS는 멤버들 간의 사이가 좋다고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팀으로 오래 활동하다 보면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기 힘들 때도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멤버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는 팁이 있다면 꼭 듣고 싶습니다.
JIN 저희 같은 경우는 리더 RM의 역할이 커요. 각각의 의견 모두에 귀 기울여준 다음 가장 좋은 방법을 제시하고 이끌어줘요. 듬직하고 믿음직스럽죠. RM도 저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있지만 그것을 그룹 활동에서는 강하게 주장하지 않고 솔로 작품에서 반영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GQ 음악이나 퍼포먼스 등을 표현할 때 어떤 것들로부터 영감이나 아이디어를 얻나요?
JIN 엉뚱한 상황이랄까요? 만화책을 보고 있다가 오호! 예쁜 색인데, 하고 느끼면 바로 그 색으로 염색을 해버린다던가,(웃음) 길을 걷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것이 재미있거나 하면 이걸로 뭔가 깜짝 이벤트를 할 수 없을까 생각하기도 하죠. 색채로부터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요, 특히 블루를 좋아해서 보고 있으면 밝은 영감이 차례차례 떠오릅니다. 인생에 있어서, 밝고 행복하자는 것이 저의 모토이기도 합니다. 매일 웃으면서 지내고 싶어요.
GQ 앞으로 솔로 콘서트를 열 계획도 있겠죠. 무대 전에 반드시 지키는 루틴이 있나요?
JIN 무대 오르기 직전에 크게 심호흡을 할 것. 10초 정도 호흡을 멈춘 다음에 내뱉으면 진정되더라고요. 그리고 반짝반짝 핑크색 전용 마이크. 좋아해서 항상 가지고 다녀요.(웃음)
GQ BTS로서의 해외 투어는 물론 유엔에서의 연설, 제대 후 곧바로 파리에서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서는 등 인종과 언어의 벽을 넘어 항상 당당하게 활약하고 있는데요, 그러면서도 무척 겸손하게 임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평소 마음을 어떻게 가다듬나요?
JIN 저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매사를 크게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일이 발생하기 마련이라 가능한 한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해요. 크게 동요하지 않으면 언제나 잔잔한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GQ BTS의 음악, 퍼포먼스, 삶의 방식, 마인드 등에 격려와 위로를 받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못 찾거나 자신이 없고 의욕을 잃거나 한 사람에게 경험을 바탕으로 전해줄 만한 조언이 있다면요?
JIN “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저 역시 보통 사람으로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역할을 그저 열심히 했을 뿐이에요. 그리고 아주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좋은 결과를 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할 수 있어“라고 전해주고 싶어요.
GQ BTS는 전 세계 젊은이들의 대변자이기도 하지요. 앞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가요?
JIN 마음의 여유를 잃지 말았으면 합니다. 바쁜 와중에도 자신을 잃지 않고 먼저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을 찾았으면 해요. 그건 제멋대로와는 달라요. 적어도 저는 그러고 싶고,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GQ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JIN 주위의 평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일단 아미 여러분이 좋아해주시고 여러분들이 행복해하시는 게 가장 큰 목표인 거죠. 그걸 위해서라면 지칠 때까지 일할 수 있어요. 앞으로도 아미 여러분과 함께 계속 걸어가는 것뿐이죠.
GQ 혹시 지금 일본에 온다면 가고 싶은 곳은요?
JIN 글쎄요, 야경이 아름다운 거리를 걷고 싶네요.
GQ 상상만으로도 로맨틱하네요. 자, 오늘 화보 촬영을 마쳤는데, 패션관이나 취향 등이 궁금합니다.
JIN 심플할 것.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지금, 그때그때 입고 있는 패션, 그게 제 스타일입니다.
GQ <GQ JAPAN>에서는 ‘TOKYO NEW GENTLEMEN’이라는 콘셉트로 기존의 젠틀맨에서 업데이트한, 룰에 얽매이지 않는 미적 감각을 가진 남성상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BTS야말로 이를 몸소 구현하고 있는 분들이라고 느껴집니다. 현대 젠틀맨에게 필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JIN 글쎄요···. 룰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멋진 일이지만, 저는 기본적인 면에서 매너도 함께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젠틀맨이라고 느낍니다. 행동상의 매너는 물론이거니와 내면적인 부분, 사람의 기분을 헤아린다든가 다가간다거나 하는, 눈에는 보이지 않는 면을 포함해서 말이죠. 모두가 서로 호감을 가지고 기분 좋게 지내는 것이 최선이므로, 그러기 위해서는 내면적으로도 외면적으로도 아름다움을 키워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촬영장에서의 진은 언제나처럼 변함없는 상냥함으로 다가온 다정하고 성실한,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이었다. 사뭇 달라진 점이라면, 지금까지는 없었던 맑은 색을 띤 성숙한 어른의 표정을 보여줬다는 게 아닐까. 어지럽게 돌아가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의 내면에 뿌리깊게 자라난 무언가가 존재함을 느꼈다. 서른한 살의 진, 그의 새로운 챕터는 이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