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s

롤스로이스 고스트 시리즈 II와 나눈 순간들

2025.01.12신기호

고스트와 함께 춤을.

“롤스로이스를 이해하려면 단순히 자동차가 아닌 라이프스타일의 영역에서 살펴봐야 합니다. 결국 라이프스타일은 경험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고요.” 지난 6월, 이비자에서 컬리넌 시리즈 II를 공개할 때 롤스로이스의 APAC 디렉터인 아이린 Irene Nikkein이 한 말이다. 이날 후로 롤스로이스의 시승은 단순히 차를 운전하는 행위, 차를 이해하고 차를 분석하는 태도에만 머물 수 없었고, 그래서 생각을 달리한 후로 시승은 신기하게도 차 밖의 세상으로까지 확장되어(때로는 롤스로이스에서 내려 향하는 낯선 공간까지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마치 여행과 비슷한 경험을 마주할 수 있었다.

시트의 일부분에는 대나무를 이용해 만든 새로운 직물 소재, ‘듀얼리티 트윌 Duality Twill’을 적용했다. 창립자 두 명의 이니셜 ‘R’이 연결된 형태의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롤스로이스의 상징적 디자인인 일루미네이티드 판테온 그릴 위, 새로운 크롬 장식을 입은 환희의 여신상이 빛난다. 전면에서 환희의 여신상을 바라보면 마치 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그런 이유로 프로방스에서 고스트 시리즈 II Ghost Series II를 시승하게 됐을 때 지난여름이 떠오른 건 당연했다. 그러다 어느 날 이른 아침엔 매혹적인 데 반해 요란하지는 않은 바다 빛의 고스트 시리즈 II를 가만히 내려다보면서 숙소였던 샤토 라코스테 Chateau La Coste의 정원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들꽃을 겹쳐 바라봤다. 웅장하고 근사한 조형물을 앞에 두고서 목이 가는 들꽃에 눈을 두었다고 하면 이상하겠지만(아마도 같은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다른 존재가 하나같이 예뻐 보여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랬다. 그러고 보면 롤스로이스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줄리아나 블라시 Juliane Blasi는 고스트 시리즈 II를 향해 “비스포크를 위한 캔버스”, “비스포크의 무대”라고 표현했다는데, 나 역시 운전석은 열어볼 생각조차 못한 채 빼어난 자태에만 사로잡혀 한참을 있었으니 그녀의 말이 과장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고스트 시리즈 II의 인테리어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영리한 조화가 돋보인다. 새로운 패널(Pillar to Pillar)에는 롤스로이스의 첨단 운영체제인 스피릿 Spirit이 탑재되어 있다.

정제된 우아함, 그리하여 느껴지는 여유로움, 그리고 실제하는 평온함까지. 고스트 시리즈 II는 롤스로이스가 실현한 원칙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는 내가 운전석이든 보조석이든, 또는 뒷좌석이든, 어디에 앉아 있든 느낄 수 있는 롤스로이스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운전을 하는 내내 나는 고스트 시리즈 II가 가진 즐거움에 대해 떠올렸다. 2009년 처음 출시된 이래 고스트는 팬덤보다 젊고, 쉬우며, 즐거운 경험(이를테면 쇼퍼 드리븐이 아닌 직접 운전하는 재미)을 전해줄 수 있는 모델로 롤스로이스에서 완전히 새로운 영역을 건축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V12 엔진이 있다.

블랙 배지 고스트 시리즈 II에는 비스포크 차체와 블랙 배지 전용 22인치 휠이 적용된다. 파워트레인은 고스트 시리즈 II보다 29마력 높은 출력과 50나노미터 더 높은 토크를 가졌다.

2020년 2세대 고스트에도, 부분 변경된 지금의 고스트 시리즈 II에도 V12 가솔린 엔진(저소음 6.75리터 트윈 터보차지)과 8단 변속기는 고스트 엔지니어링의 핵심이다. 이는 1천6백 알피엠에서 변속하는 높은 출력과 연결되고, 이로써 롤스로이스의 대표 드라이빙 감각인 ‘와프터빌리티Waftability (둥둥 떠다니는 듯한 주행감)’ 혹은 ‘플라이트 온 랜드 Flight on Land’가 실현되니, V12 엔진이야말로 고스트의 상징적 존재이지 않은가 하는 확신을 매 순간 복기하며 시승했다.

고스트 시리즈 II에는 새로운 테일 램프가 적용됐다. 두 개의 수직 라이트 패널과 ‘더블 R’ 모노그램이 새겨진 것이 특징으로, 스펙터에서 영감을 받았다.

후반부, 이번엔 도심의 구불구불한 구간과 과속 방지턱을 느리게 또는 빠르게 넘어보며 마시멜로같이 말랑한 느낌의 서스펜션 시스템을 체험해보기로 했다. 롤스로이스가 말하는 ‘매직 카펫 라이드’의 승차감이 여기에서부터 만들어지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 메커니즘은 더 놀라운데, 축약하자면 전자 제어로 자체의 평형을 연속적으로 보정하며 주행한다는 얘기였다. 설명을 듣고 실제로 경험할수록 카메라와 센서, 서스펜션, 이 삼박자의 기민한 합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해 어느 순간에는 되레 오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전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고스트 시리즈 II의 단 한 가지 핵심을 묻는 어떤 기자의 질문에 롤스로이스 담당자는 ‘섀시’를 꼽았다. 혁신적인 섀시가 있기에 지금의 서스펜션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고, 결국 뛰어난 주행 성능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결국 V12 엔진에서 출발해 서스펜션을 거쳐 섀시로 마무리되며 새로워 아름다웠던 시승은 끝이 났다. 차를 주차하고 나오면서 보니 다른 시승차의 보닛에는 들꽃처럼 생긴 꽃 하나가 예쁘게도 각인되어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꽃은 ‘롤스로이스 로즈’였는데, 뭐, 내 멋대로 들꽃으로 믿었던 순간도 좋았다. 매혹적인 데 반해 요란하지 않다고, 그래서 더 흠뻑 빠져들게 됐다고 주차장을 빠져나오며 생각했지 아마.

Sponsored by
롤스로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