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orial

올라퍼 엘리아슨 “예술 작품은 관객과 만나기 전까지 결코 완성되지 않아요”

2025.01.13전희란

올라퍼 엘리아슨의 보는 방식.

카디건, 디 엘더 스테이츠먼. 안경, 팬츠는 올라퍼의 것.

GQ 저는 지난주 당신과의 촬영을 마치고 현재 샌프란시스코에 있습니다. 화창한 날에는 SFMOMA에서 ‘One-Way Colur Tunnel’을 걸었고, 비 오는 거리에서는 ‘Seeing Spheres’를 보았어요. 그러면서 내가 작품을 보는 동시에 이 작품도 나를 보고 있다고 느껴지더군요. 어떤 지역, 도시를 염두에 둔 작업을 할 때 ‘작품-자신’과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나요?
OE 그럼요. 어떤 장소는 작품을 공동으로 창작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요. 제 작품은 환경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예술 경험을 창조하기 때문이죠. 작품의 형태가 특정한 관점을 프레임하거나, 공간의 물리적 조건에서 영감을 받아 형태를 만들기도 해요. 작품은 어떤 의미에서 이미 그곳에 존재하는 것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죠. 작품이 항상 그런 내용을 언급하지 않는다 해도, 그 장소와 아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요.
GQ 언젠가 “도시가 단지 그림에 불과하지 않다”고 말한 것처럼요. 이번에 신안군 도초섬을 위한 작업 ‘Breathing Earth Sphere’가 그래서 더 흥미로웠어요. 도초의 어떤 면을 거울 삼고 싶었나요?
OE 화산 지형과 주변 풍경을 이동하며 경험하는 것을 고려했어요. 작품을 언덕 내에 자리 잡도록 계획하고, 자연의 일부로 둔 거죠. 작품의 돔 위는 개방되어 자연과 맞닿으니 도초의 변화하는 온도, 날씨와 관계를 맺죠. 땅과 주변 공기가 작품을 감싸고, 이런 개방성이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이 있는 장소에 대해 인식하고, 그곳에 존재하는 것들을 느끼도록 초대하는 거예요.
GQ 작업의 시작부터 어떤 ‘지역’ 혹은 ‘도시’를 염두에 둔다는 건 어떤 의미예요?
OE 처음 어떤 지역에 대한 작품을 제작해달라는 제안을 받으면 대개 외부인의 입장으로 걸어 들어가요. 제 스튜디오 팀과 저는 먼저 그 장소의 역사, 지리, 문화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하죠. 작품이 자리 잡을 장소와 작품의 의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게 중요해요. 그 지역 사람들로부터 그들의 고향에 대해 들으며 장소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겸손한 태도로 시작하려고 해요.
GQ 신안군에서 당신의 뿌리인 아이슬란드와 어떤 접점을 발견했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해보거든요. 어떤가요?
OE 어쩌면 그래서 신안 섬들의 화산 역사에 흥미를 느꼈나봐요. 이 역사는 상당히 오래전의 것이지만, 현재까지도 그 섬들의 풍경과 암석에서 느낄 수 있죠. 저는 수년간 아이슬란드의 화산 지대를 제 발로 하이킹하며 화산 지형, 화산이 남긴 거친 아름다움에 강하게 이끌렸어요. 물론 신안은 그 자체로 독특한 특질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그곳에서 자라는 식물, 꽃과 많은 관련이 있죠. ‘서안종합조경’의 작품 주변 공원 조경 작업은 섬의 이런 면모를 더욱 부각시킬 수 있었어요. 도초의 팽나무를 선택한 것도 그 사례 중 하나고요.

패딩, 66°North가 올라퍼 엘리아슨과 협업한 의상.
패딩, 66°North가 올라퍼 엘리아슨과 협업한 의상.

GQ 한때 댄서였던 당신의 ‘자연을 느끼는, 몸 안으로 들이는’ 방법이 있나요?
OE 우리는 누구든 우리 몸이 주변 환경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우리가 물리적으로 세상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에 더 섬세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제가 어릴 때 브레이크댄스를 통해 공간을 만들어가는 방식에 대해 처음으로 자각하게 된 경험이 있지만, 이건 저에게만 독특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조각, 설치 작품으로 확장하면서도 이런 감각을 느끼거든요. 또 저는 제 몸이 공간에서 방향을 잡는 데 어떻게 도움을 주는지 굉장히 잘 인식하고 있어요.
GQ 몸을 마치 자처럼 이용하는 건가요?
OE 그런 셈이죠. 예를 들어 아이슬란드에서 하이킹할 때, 멀리 있는 폭포와의 관계를 통해 규모를 이해할 수 있어요. 폭포는 제가 거리를 측정하고 크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죠. 이것이 제 예술 작업의 중심 아이디어라고 말할 수 있어요. 나의 몸, 작품, 주변 환경 간의 연결성요.
GQ 이번 ‘숨결의 지구’ 기자회견에서 “경험은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는 말이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구의 모든 사람이 이런 감각을 갖고 살게 된다면, 지구는 더 나아질까요?
OE 우리가 행동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고, 함께 창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제게 큰 동기였어요. 우리의 참여는 세상에 영향을 미쳐요. 비록 아주 작은 것이라도 우리가 주변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세상을 변화시킬 힘을 가질 수 있죠. 요즘 범람하는 이미지와 콘텐츠 앞에서 사람들이 무력감, 심지어 무감각을 느끼는 것이 제게는 큰 도전으로 느껴져요. 한편 예술은 감각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믿죠. 예술이 우리가 더 자율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돕고, 결과적으로 더 강한 힘을 얻을 수 있게 하죠.
GQ 또 이러한 자기 고백들을 들려주었어요. “자연으로부터 우리는 많은 것을 빼앗았다. 지구에 돌려줘야 할 때다.” 그러면서 “천천히 부드럽게 민감해지려고 노력한다”는 표현을 썼어요. 천천히 부드럽게 민감해지려는 건, 자신의 삶의 속도와도 닮아 있는 걸까요?
OE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해요. 특히 습관을 바꾸거나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건 더더욱 그렇죠. 변화를 온전히 받아들이려면, 열린 마음과 호기심을 유지해야 하죠. 이것은 속도를 늦추고,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것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내가 그것의 일부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을 의미해요. 지속 가능한 변화를 이룩하려면, 이 과정이 서둘러 진행될 수는 없다고 믿어요.
GQ 자연을 우선시하는 태도는 동양 철학과도 맞닿아 있죠. 최근 생각의 변화에 따르면, 동양 사상에도 관심을 두고 있을 것 같아요.
OE 동양 사상과의 연결을 주로 다른 이들의 작업을 통해 경험해왔어요. 그것과는 별개로 저는 오랫동안 자비와 비폭력적 소통에 관심을 가져왔는데, 그 분야에서 만난 많은 실천가가 불교에 정통한 경우가 많았어요. 최근 동양 철학이 전 세계의 생태학적 사고에 영감을 주고 있어요. 저는 덴마크에서 자라면서 자연이 당연하게 여기며 자랐는데, 제 세대가 아마도 자연을 당연하게 여기는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르겠어요. 브뤼노 라투르 Bruno Latour, 나타샤 마이어스 Natasha Myers, 티모시 모튼 Timothy Morton 같은 사상가의 글을 읽으며 이 둘이 실제로 어떻게 얽혀 있는지 이해하게 되었어요.

패딩, 66°North가 올라퍼 엘리아슨과 협업한 의상.
패딩, 66°North가 올라퍼 엘리아슨과 협업한 의상.

GQ 더 민감하고 제대로 보기 위하여 팀원들 각자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해요? 특히 당신의 스튜디오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있으니 더 궁금합니다.
OE 저는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생각이 더 잘 정리되고 시야가 넓어져요. 다른 사람들과 아이디어를 주고 받으면 작품이나 전시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특히 창작 과정에서 기술적 세부 사항을 함께 논의하거나 동력을 유지하는 데 매우 유용하죠. 저희 팀은 1990년 대 초 소규모 그룹으로 시작해 유기적으로 성장해왔어요. 현재는 큐레이터, 미술사학자, 아카이브 관리자, 심지어 요리사까지 포함하는 비교적 큰 작업실로 발전했죠. 새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할 때마다 새로운 멤버를 스튜디오에 영입했고, 이런 과정에서 작품의 새로운 가능성과 영감이 더해졌어요.
GQ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소통하는 것이 더 ‘제대로, 민감하게’ 보는 데 확실한 도움이 되나요? 곁에 두려는 사람을 선택할 때의 기준이 궁금해요.
OE 협업은 제가 영감을 얻는 방식에서 늘 핵심적인 역할이에요. 스튜디오 내부뿐 아니라 과학자, 학자, 예술가, 무용수 등 스튜디오 밖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과정에서도 그렇고요.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대화하는 데서 깊은 영감을 받는 동시에, 제가 예술가로서의 관점으로 다른 세계에 접근한다는 점을 늘 인지하고 있어요. 가령 과학자가 연구하는 어떤 주제가 그들에게는 주변적이거나 평범해도, 저에게는 흥미롭게 느껴질 수 있죠. 예술가와 과학자는 서로 다른 기준으로 움직이니까요. 과학자가 실험 결과에 더 많은 투자를 한다면, 예술은 보다 개방적이죠. 저는 예술의 개방성이 건축가, 도시계획가, 정치인 등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유익할 수 있다고 믿어요.
GQ 이번 <숨결의 지구>는 어느 때보다 많은 메시지, 특히 무겁고 진지한 화두를 담고 있다고 느낍니다. 관객 모두가 이런 메시지를 알고 보기를 희망하나요? 혹은 작품의 아름다움만 발견한다고 해도 그 역시 가치 있다고 여기나요?
OE 공원을 통해 작품에 다가가고, 언덕을 내려가 대지의 포옹을 받는 경험은 어떤 고정된 해석도 초월해요. 저는 예술 작품은 관객과 만날 때까지는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고 믿어요. 관객은 예술을 공동 창작하는 책임을 가지고요. ‘Breathing Earth Sphere’는 여러분 모두의 해석에 열려 있어요. 당신이 가져오는 무엇이든 담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넓습니다.

Installation view: Docho Island, Shinan County, South Jeolla, South Korea, 2024. Photo: Kyungsub Shin Commissioned by Shinan County © 2024 Olafur Eliasson
Installation view: Docho Island, Shinan County, South Jeolla, South Korea, 2024. Photo: Kyungsub Shin Commissioned by Shinan County © 2024 Olafur Eliasson
    포토그래퍼
    장기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