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er men

처음 만난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법

2025.01.22김은희

말문을 트는 일곱 갈래 길.

관찰한다

가방에서 삐죽 튀어나온 종이 모서리, 코트 주머니에 조용히 꽂힌 장갑, 마주한 인물을 둘러싼 모든 요소는 “오늘 날씨 춥죠?” 같은 보편적 질문보다 불시에 거리감을 좁히는 대화 재료가 된다. “요즘 무슨 책 읽고 있어요?”, “저도 손이 차서 장갑을 좋아해요” 같이.

단시간에 친밀해질 수는 없다

그렇다고 단시간에 친밀해질 수는 없다. 그보다 왜 꼭 친해져야 하지? 상대에게 다정한 기운을 기울이는 행위가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부터 친구라는 신호는 아니다. 적당한 거리, 적당한 온도는 언제나 견지한다.

집중한다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시간만큼은 스마트폰을 치우거나 적어도 화면이 보이지 않게 뒤집어둔다. 오로지 자신 앞의 인물에게 집중한다. 어차피 그의 이야기를 건너뛰거나 2배속 빠르게 할 수는 없으니까. 대신 되감기나 다시 보기도 불가하니까. 지금 이 순간에 정성껏 임한다.

답한다

질문하면 답을 한다. 그 물음이 무엇이든 ‘지금 이 순간에 정성껏’ 생각해보고, 그 생각을 언어로 표현할 방법을 찾는다.

답하지 않는다

그러나 솔직하게 말할 수 없을 때,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전하고 싶지 않을 때, 굳이 답하지 않는다. 다만 답하고 싶지 않은 그 연유는 확실히 이야기한다. 그래야 상대도 다시 적정한 거리와 온도를 찾을 테니까.

나의 이야기를 한다

남의 생각이 아니라 나의 생각을 말한다. 남도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한다. 남의 말이 아니라 나의 말을 한다.

경청한다

이상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하는 방법 여섯 가지는 지금까지 <지큐>가 만난 인터뷰이들의 태도다. 대화 상대를 다정하게 주시하고서는 먼저 적막을 깨던 홍경, 조승우, 이목구비를 묘사해달라는 추상적인 질문에 낯설어하면서도 섬세히 자신의 얼굴을 매만져가며 즐거이 읊던 공유, 거짓을 말하기는 싫다며 사적인 대답은 홀로 간직해두겠다고 정중하게 빙긋 웃던 이준혁, 어떤 질문이든 곰곰이 스스로를 들여다보던 김혜준, 장규리, 담백하고 솔직한 화법의 표본으로 삼아도 좋을 이효리, 이민호···. 미처 다 옮겨 적지 못할 만큼 많은 인터뷰이가 처음 만난 상대에게 자신의 세계 한 조각을 꺼내주었다. 그들 앞에서 인터뷰어는 그저 감각을 열어둘 뿐이다. 처음 만난 사람이어도 말문은 트일 것이다. 각자의 의자에 앉아 함께 최선을 다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