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즐기던 자유가 공허하다. 분기에 한 번씩 흰머리도 난다. 출근을 꼭 해야 하나. 띄운 배를 가게 할 수도 엎을 수도 없는데 이걸 어쩐다. 30대에 알게 되는 것과 알아야 하는 것이 있다. 모르면 인생이 고통과 지루함 사이를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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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아무것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하면 된다’ ‘안되면 되게 하라’를 30대에 하면 여러모로 손해다. 체력이 동나서 짬이 날 때마다 정형외과, 안과, 탈모 클리닉, 가정의학과, 치과, 정신의학과 투어를 해야 한다. 당연히 남는 돈도 없다. 30대엔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걸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되는 것, 믿는 것, 원하는 것을 진심으로 하는 게 낫다.
➋ 고정금리 적용 예금은 건강 뿐
30대엔 먹은 것과 했던 짓이 얼굴과 몸에 표나기 시작한다. 스트레스받으며 과로했으면 거북목, 적게 자고 적게 움직였으면 부종, 어제 마라탕에 맥주 마셨으면 풍선 같은 배. 모든 결정의 중심에 건강을 두지 않으면 언젠가 크게 무너진다. 장자(莊子)는 한발 더 나아가라고 조언한다. 신체는 물론이고 정신적, 정치적, 사회적으로 건전해야 비로소 ‘건강한 인간’일 수 있다고. 장자에 따르면 억압, 간섭, 권위주의, 반도덕, 자격지심, 도파민 가득 알고리듬처럼 더러운 건 인생 밖으로 내다 버려야 한다. 30대엔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도 겉으로 드러난다.
➌ 돈이 자유다
재테크와 소비습관을 교정하자. 돈이 있어야 하기 싫은 걸 하지 않을 자유가 생긴다. 이걸 모르면 40대에 돈 때문에 자유를 포기해야한다. 거주지를 선택할 자유, 배우거나 도전할 자유, 인간관계에서 벗어날 자유 같은 것들. 생각보다 더 비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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➍ 가능한 많은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
30대엔 인륜대지사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도 온다. 직간접적 경험과 정보를 통합, 두뇌 풀가동해 후회 없는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런 선택을 하려면 뿌리에 어휘력이 있어야 한다. 활력과 품격이 있는 대화로 생각을 넓혀야 한다. 신문·뉴스·책·레터에서 얻은 정보의 맥락을 이해하고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할 줄도 알아야 한다. 매우, 엄청나게, 미친 듯이, 완전, 진짜…를 붙이는 대신 정확한 단어를 사용하자. 생각과 말에 힘이 생긴다.
➎ 맞는 말인건 중요하지 않다
“인간은 35살까지 경험한 세상으로 저마다의 철학을 정립하죠. 그 이후의 경험은 만든 걸 발전시키는 과정에 불과합니다. 반박 시 네 말이 틀림.” 36살의 학계 신인 쇼펜하우어가 70대 대문호 괴테에게 이런 골자의 편지를 보냈다. 괴테는 반박하지 않았다.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30대에 겸손을 몰랐던 쇼펜하우어는 72세까지 지나친 자기 확신, 편협한 시각, 남에게 훈수 두는 태도를 유지하다 죽었다. 겸손하자. 모두 나보다 똑똑하다.
➏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
이름을 기억하는 건 ‘당신이 내게 괜찮은 인상을 주었다’는 은연중 칭찬이다. “저기야. 너 이름 뭐였지?” 이런 말을 자주 하면 사회생활에 곡절이 아주 많이 생긴다. 데일 카네기가 한 말이다.
➐ 먼저 사랑해야 사랑 받을 수 있다
연애도 우정도 일도 취미도 그냥 되는 게 없다. 시간도 체력도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하루는 쏜살같이 지나가고, 사랑하지 않으면 부러진다. 좋아하는 무언가를 지키려면 시간을 쥐어 짜내고, 존중하고, 표현하는 방법밖에 없다. 나중은 영영 안 온다.
*이 기사는 왕보 저서 『왕보의 장자 강의』, 쇼펜하우어 저서 『쇼펜하우어 인생수업: 한 번뿐인 삶 이렇게 살아라』,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저서 『세상을 알라:고대와 중세 철학』을 참고해 쓰여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