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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제 초심은 어쩌면 ‘첫사랑’과 같아요”

2025.02.20박나나, 신기호

태양의 시간은 마음을 닮아.

모터레이싱에서 영감을 받은 포뮬러1 워치는 F1 자동차를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과 소재, 디테일을 담았다. 레드 러버 스트랩과 44mm 티타늄 케이스로 구성된 포뮬러1 크로노그래프 7백20만원, 태그호이어.

GQ 인터뷰 준비하며 들은 얘긴데, 태양 콘서트에는 유독 남성 팬이 많다고요?
TY 맞아요. 이번 공연에서도 “영배 형! 사랑해요!”라는 소리를 들었거든요? 우렁차게 외치셔서 아마 오신 분들은 다 들으셨을 것 같은데, 아무튼 남성 팬이 많은 이유는 저도 모르겠어요. 저야 너무 감사한 일이죠.
GQ 오늘 태양의 ‘시간들’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볼까 했어요.
TY 좋아요. 이런 주제는 처음이라 재밌을 것 같습니다.
GQ 그럼 가장 최근의 시간부터. 콘서트를 마친 소감을 물으면 어떤 마음이 가장 또렷할까요?
TY ‘축복’요. 무대 위에 있을 때, 순간마다 떠올랐던 단어예요.

모터레이싱에서 영감을 받은 포뮬러1 워치는 F1 자동차를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과 소재, 디테일을 담았다. 레드 러버 스트랩과 44mm 티타늄 케이스로 구성된 포뮬러1 크로노그래프 7백20만원, 태그호이어.
라스베가스 그랑프리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시계로 펍하고 힙한 핑크 컬러를 더해 라스베가스와 F1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39mm 무광 티타늄 케이스와 러버 스트랩으로 이루어진 모나코 크로노그래프 스켈레톤 핑크 1천6백49만원, 태그호이어.

GQ 무려 7년 만에 팬들 앞에 선 무대였으니 어떤 감정일지 조금은 짐작되고, 공감이 돼요.
TY 사실은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이건 축복이다’라고 많이 생각했어요. 이번 공연은 제가 걸어온 시간, 그리고 저와 팬분들이 함께 나눈 시간들을 담아낸 자리였거든요. 그래서 공연 준비하면서 울컥하는 순간도 좀 많았어요.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무대에 설 수 있고, 팬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솔직하게요. 그런데 무대 위에서 실제로 그 기적을 경험하고 있으니 이건 축복 외엔···,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GQ “영배 형! 사랑해요!”만큼 선명하게 기억되는 순간들 더 있을 것 같아요.
TY 당연히 오프닝요. 여느 공연이 그렇듯이 저도 오프닝 때 임팩트가 굉장히 컸어요. 팬분들을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이기도 했고 그만큼 무대 뒤에서의 긴장감이 최대치로 올라와 있는 상황이기도 했는데, 오프닝 무대에 딱 오르니까 관객석 쪽에서 어떤 에너지가 훅, 파도처럼 쏟아지는 거죠. 뭔가가 폭발하는 느낌. 그때 힘, 위로, 희열 이런 많은 감정을 한 번에 느꼈어요.

1965년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운 포르쉐 911 147에 대한 경의를 담아 탄생한 시계다. 대시보드를 떠올리게 하는 크로노그래프창이 특징인 42mm 스틸 케이스의 까레라 크로노스프린트 × 포르쉐 랠리 1천4백99만원, 태그호이어.
모터레이싱에서 영감을 받은 포뮬러1 워치는 F1 자동차를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과 소재, 디테일을 담았다. 레드 러버 스트랩과 44mm 티타늄 케이스로 구성된 포뮬러1 크로노그래프 7백20만원, 태그호이어.

GQ 오랜만의 무대였던 만큼 팬들과의 호흡을 위해 준비한 내용도 많았죠? 비스테이지에서 세트리스트 신청도 받았고요.
TY 네, 그렇게 새롭게 올린 곡들이 있었어요. 사실 굉장히 오래된 노래들이고 또 수록곡들이어서 반응이 어떨지 걱정도 됐는데, 다행히 온전히 집중해주셔서 뿌듯했어요. 기뻤고요.
GQ 갑자기 묻습니다만, 비스테이지에 매일 오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던데.(웃음)
TY (당황)아? 저 정말 매일 가요. 매일 가죠.
GQ 흔적을 남겨주세요.
TY 맞아요. 매일 글을 못 올릴 뿐이지 정말 다 읽고 있습니다. 올리려고 셀카도 찍어보고 하는데 건져지는 게 없더라고요. 아무튼 제가 알게 됐으니 다시 한번 노력해보겠습니다.

고성능 자동차 엔진의 내부를 닯은 오픈 워크 날짜 디스크와 레이싱 카의 공기 시스템에서 힌트를 얻은 러버 스트랩이 특징이다. 44mm 18K 로즈 골드 케이스에 시, 분, 초, 날짜 창을 담은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익스트림 스포츠 1천8백90만원, 태그호이어.

GQ 콘서트 첫날엔 GD, 대성이 무대를 함께 빛내줬어요. 태양에게 빅뱅 멤버들은 어떤 존재로서 힘이 되나요?
TY 음, 무대에 오르기 전 대기실에서 먼저 만나잖아요. 그러면 그냥 웃게 돼요. 웃고 장난치고. 그러면 지금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어느 순간, 같이 활동하던 어떤 시기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이게 굉장한 리프레시예요. 공연을 준비하면서 알게 모르게 쌓여 있는 피로, 긴장, 걱정들이 그때만큼은 한순간에 해소되거든요. 지용이, 대성이 만나면 웃게 되니까.

1969년 처음 선보인 모나코 오리지널 모델을 재현하기 위해 빈티지 블루 다이얼, 두 개의 화이트 카운터, 빈티지 HEUER 로고 각인을 넣었다. 왼쪽에 크라운을 넣은 39mm 스틸 케이스의 모나코 칼리버11 크로노그래프 1천78만원, 태그호이어.
1969년 처음 선보인 모나코 오리지널 모델을 재현하기 위해 빈티지 블루 다이얼, 두 개의 화이트 카운터, 빈티지 HEUER 로고 각인을 넣었다. 왼쪽에 크라운을 넣은 39mm 스틸 케이스의 모나코 칼리버11 크로노그래프 1천78만원, 태그호이어.

GQ 이번 무대를 통해 태양은 결국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TY 감사함. 감사함이 가장 큰 것 같아요. 더 나아가서는, 이렇게 말하면 너무 거창해질 수 있겠지만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 저의 역할에 대해서 역시 많이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GQ 태양이 참여한 많은 인터뷰의 답변 중에서 공통된 태도는 “전해주신 사랑을 꼭 돌려드리고 싶다”는 거였어요. 조금 전의 대답도 비슷하게 들렸고요.
TY 실제로 그래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 수 있고,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는 건 팬분들의 사랑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미 그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았기 때문에 보답을 위해서는 한눈팔지 않고 부지런히, 태양답게 음악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밖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곡을 만들고 무대에 설 때면, ‘과연 이번 무대도 좋아해주실까? 실망하시면 어쩌지?’ 같은 걱정들이 솔직히 많이 드는데요, 또 그때마다 온전히 반겨주고 즐겨주시니까 감사할 수밖에 없어요. 더 잘하고 싶어요.

오라클 레드불 레이싱팀과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시계로, F1을 상징하는 체크와 레드불의 컬러인 블루로 이루어진 다이얼 그리고 케이스백에 넣은 로고가 특징이다. 44mm 샌드 블라스트 티타늄 케이스에 레드 포인트 블루 러버 스트랩을 더한 포뮬러1 크로노그래프 × 오라클 레드불 레이싱 7백95만원, 태그호이어.
1969년 처음 선보인 모나코 오리지널 모델을 재현하기 위해 빈티지 블루 다이얼, 두 개의 화이트 카운터, 빈티지 HEUER 로고 각인을 넣었다. 왼쪽에 크라운을 넣은 39mm 스틸 케이스의 모나코 칼리버11 크로노그래프 1천78만원, 태그호이어.

GQ 한 인터뷰에서 타임머신이 있다면 연습생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죠. 초심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요.
TY 제 초심은 어쩌면 ‘첫사랑’과 같아요. 가진 게 하나도 없던 때였고, 투명하게 내보일 수 있는 건 꿈과 열정 같은 마음뿐이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한 자산이었던 것 같아요.
GQ 태양이 성장한 만큼 그때의 초심도 꽤 자랐을 것 같아요. 그 마음은 지금 어떻게 변해 있다고 생각해요?
TY 그때의 마음이 새싹이었다면 지금은 적어도 뿌리만큼은 잘 내리고 있는, 튼튼한 나무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곧 데뷔 20년이 되는데요, 돌아보면 쉽게 쉽게 완성된 일은 단 하나도 없었어요. 어렵게 가야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게 아니라, 모든 일이 애초에 쉬운 건 없다는 거. 그래서 앞으로도 내가 마주할 일들은 결코 쉽지 않을 거고, 어렵고 중요한 순간들의 연속일 텐데, 이 시간들을 기꺼이 맞는 태도는 결국 초심에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한 번도 쉬웠던 적은 없었으니, 미래가 쉽지 않을 거란 점 역시 너무 잘 알고 있어요. 때때로 힘이야 들겠죠. 그런데 그때마다 내가 내리고 있는 뿌리를 떠올린다면 괜찮지 않을까, 이 뿌리가 어떤 시간들을 통과하며 뻗었는지 떠올린다면 못 이겨낼 것도 없지 않을까, 이런 믿음은 있어요.

고성능 자동차 엔진의 내부를 닯은 오픈 워크 날짜 디스크와 레이싱 카의 공기 시스템에서 힌트를 얻은 러버 스트랩이 특징이다. 44mm 18K 로즈 골드 케이스에 시, 분, 초, 날짜 창을 담은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익스트림 스포츠 1천8백90만원, 태그호이어

GQ 그런 초심을 만든 태양의 터닝포인트는 언제였어요?
TY 아티스트 태양으로 만난 여러 일들, 인간 동영배로 내린 중대한 결정들, 이런 경험들 사이사이에서 늘 터닝포인트는 있었어요. 새로운 깨달음은 지금도 매일 만나고 있고요. 음, 지금 떠오르는 건 빅뱅 데뷔 전인데, 회사 콘서트 무대에 서게 됐어요. 근데 그 무대를 제가 망쳤죠. 뭐 완전히요. 왜 그랬냐면 제가 감정 조절을 못 했어요. 저는 연습생 시절에도 무대에 많이 섰거든요? 근데 단 한 번도 제 대기실을 써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날 제 이름이 쓰인 대기실을 처음 본 거죠. 보자마자 막 눈물이 나는 거예요. 그 마음이 진정이 안 돼서 결국 무대를 망쳤어요. 아마도 그게 제 첫 번째 터닝포인트였을 거예요. 프로페셔널하지 못했다면서 크게 반성했던 기억이 있어요. 내가 원했던 건 훌륭한 가수가 돼서 무대에 서는 거였지, 대기실처럼 연예인이 돼서 받게 되는 어떤 환경이나 편의들이 결코 아니었으니까요. 그리고 또 하나는 스물두 살쯤? 이건 한 번도 얘기한 적 없는 내용인데요, 굉장히 힘들었을 때예요.

1965년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운 포르쉐 911 147에 대한 경의를 담아 탄생한 시계다. 대시보드를 떠올리게 하는 크로노그래프창이 특징인 42mm 스틸 케이스의 까레라 크로노스프린트 × 포르쉐 랠리 1천4백99만원, 태그호이어.

GQ 개인적으로요.
TY 네, 심리적으로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여러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는데 그땐 이 힘듦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누구도 몰랐어요. 그래서 감춰야 했고요. 누가 해결해줄 수 없으니 맨땅에 헤딩하듯이 그 긴 터널을 지났죠. 왜 이렇게 힘든 건지 알 순 없지만, 어쨌든 난 지금 너무 힘이 드니, 결국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만 거듭하면서 나아지려고 애썼던 것 같아요. 결국 겨우 이겨냈고요. 그 시간이 2~3년 정도. 그 긴 시간을 통과하니까 정말 알을 깨고 나온 느낌이 들더라고요. 새로 태어난 느낌. 그만큼 그 과정이 캄캄했던 것 같아요. 그 긴 밤을 이겨낼 수 있게 도와준 존재라면 제 주변 사람들, 팬분들이었어요. 그리고 그때 얻고 배운 생각이 ‘감사함’이었고요. 물론 그 전에도 분명 이들의 사랑을 알고 있었지만 긴 밤을 지나면서 더 확실히 느끼게 된 거죠.

모터레이싱에서 영감을 받은 포뮬러1 워치는 F1 자동차를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과 소재, 디테일을 담았다. 레드 러버 스트랩과 44mm 티타늄 케이스로 구성된 포뮬러1 크로노그래프 7백20만원, 태그호이어.
스모키 블랙과 퍼플 그러데이션 컬러 다이얼이 우아하고 클래식한 레이싱 워치를 완성했다. 39mm 스틸 케이스에 펀칭 디테일 레더 스트랩을 얹은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퍼플 9백75만원, 태그호이어.

GQ 그때와 달리 지금 태양의 시간은 어떻게 흐르고 있는 것 같아요?
TY 분명 차이가 있죠. 예전의 시간이 ‘빠름’ 안에서 기억된다면 지금은 시간의 속도 혹은 주어진 시간에 대해서 크게 인지하려고 하진 않아요. 제가 원하는 어떤 이상적인 모습들, 역할들, 결과들은 결국 어떤 방법으로든 이루어질 거라고 믿거든요. 어떻게 보면 이건 저만 알고, 느낄 수 있는 거겠죠.(미소) 근데 모르겠어요. 그게 100퍼센트 완벽하게 이루어질지는. 다만 제가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는 건 분명하니까요. 지금은 그때처럼 정신없지는 않은 것 같아서 좋아요. 예전엔 시간 안에서 살았다면 지금은 오롯이 내 안에서 좀 더 주체적으로 움직이고 있거든요.

모터레이싱에서 영감을 받은 포뮬러1 워치는 F1 자동차를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과 소재, 디테일을 담았다. 레드 러버 스트랩과 44mm 티타늄 케이스로 구성된 포뮬러1 크로노그래프 7백20만원, 태그호이어.

GQ 앞으로의 시간에 대해서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TY 제가 앞으로 어떤 시간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이건 늘 고민하고 생각해온 건데 막상 말로 정리하려니 어렵네요. (깊이 고민하다가) 제 바람은 이거 하나예요. 가장 저다운 모습으로 가장 아름답게 팬분들 앞에 서는 것. 저는 아티스트로서 ‘일’을 하고 있잖아요? 그 덕분에 그리고 운명처럼 지금까지도 과한 사랑을 받고 있고요. 많은 사랑을 받는 이라면, 다른 무엇보다 이 사랑을 받을 만한 역할을 보여야 마땅한데, 거기에는 ‘진정성’이라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바람이라면 제 노래가 누군가에게 영감으로, 감동으로, 어떤 에너지로 전해질 수 있도록 제 역할을 잘 해내고 싶죠.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전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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