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착 가라앉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블로그에 끼적여 놓은 글이 명작인 데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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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표현 욕구가 커진다
기분이 우울하던 날을 떠올려보라. 마음의 동굴은 끝없이 깊어지고 생각은 치열해진다. 평소 감지하지 못한 섬세한 이야기까지 포함되어 글감은 풍성하고 표현은 풍부하다. 이런 때 글을 쓰면 자연스럽게 그 감정들이 쏟아져 나온다. 특히 상실, 외로움, 고통과 슬픔과 같은 감정은 글을 위한 영감으로 연결되기 쉽다.
❷ 내면에 집중한다
평소와 같은 날이라면 친구도 만나고 모임에도 나가고 야외 활동을 하며 활동적으로 지내는 사람도 우울할 땐 실내에서 조용히 머무른다. 시청각 자극에서 벗어나 내면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때 많은 생각을 통해 통찰력 있는 글이 나온다.
❸ 자아 성찰이 깊어진다
우울한 감정은 본능적으로 우리를 더욱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게 한다. 이때 웅크리고 보낸 시간은 생각을 정리하고 복잡한 감정을 단어로 풀어낸다. 우울할 때 쓴 글은 단순한 에피소드를 넘어 진솔함과 깊이를 가진다.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쓴 글은 다른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감성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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❹ 상상력이 풍부해진다
<안네의 일기>를 쓴 안네 프랑크는 고통의 순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기를 썼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지금 여기를 벗어나 어디든 갈 수 있다. 과거나 미래로 떠나 누구든 만날 수 있다. 우리가 아는 많은 작가 역시 우울함 속에서 명작을 남겼다. 감정이 극대화될 때 인간은 더 이상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표현을 하게 된다. 이게 창작으로 이어진다. 다만, 우울한 감정에만 의존해 글을 쓰다 보면 습관이 될 수 있다. 창작을 위해 우울한 감정을 찾게 되지 않도록 기분이 좋은 평소에도 글쓰기 연습을 해보자.
❺ 정리가 잘 된다
사람이 가장 불안할 때는 통제할 수 없을 때, 그리고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을 때다. 우울과 불안으로 고통받는 사람에게 일상의 루틴 만들기를 추천하는 이유도 같다. 글쓰기는 복잡한 마음을 종이 위에 가시적으로 풀어내어 명확하게 정리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생각과 감정이 통제되며 감정의 홍수 속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