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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디저트에도 봄이 왔어요

2025.03.05전희란

차디찬 계절을 지나 마침내 봄이 하고 싶었던 말.

STRONGER THAN EVER

파크 하얏트 서울은 2025년 ‘La Liste Best Pastry Award, Best afternoon tea’, 2023-2024 ‘La Liste World’s Best Pastry Shop Selection’으로 선정됐다. 오는 3월, ‘더 라운지’에서 허브 애프터눈 티 세트, 초콜릿 크림을 곁들인 우엉 아이스크림, 땅콩 수플레 타르트를 맛볼 수 있다.

봄은 외친다. 나는 다만 몰랑몰랑한 파스텔 톤의 계절이 아니라고, 견디고 일어선 끝에 마침내 피어난 힘이자 기운이라고. “긴 겨울의 추위를 이겨내고 생명들이 다시 힘차게 자라나는 시간으로 자연의 강인함과 생동감을 디저트에 담고 싶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봄을 대표하는 뿌리 채소인 우엉을 택했죠. 오랜 시간 땅속에서 자라나는 강인한 채소, 우엉의 향긋하고 진한 풍미로 제가 상상하는 생동감 넘치는 계절 봄을 표현했어요.” 어린 시절 식탁에 올라온 땅콩 우엉조림, 그때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특유의 아삭하고 쓴 맛이 가족을 향한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의 다른 이름이었음을 이제는 아는 파크 하얏트 서울의 이지명 셰프는 어린 시절의 추억과 정성스러운 마음을 담아 봄의 따스함이 스민 깊은 맛을 디저트로 옮겼다. 초콜릿 크림을 곁들인 우엉 아이스크림과 땅콩 수플레 타르트. 땅의 여러 빛깔을 닮은 중중첩첩 갈색 레이어가 땅의 기운을 느끼게 해주는 건 우연일까 작전일까.

TASTE OF SPRING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3월에는 봄이 활짝 핀다. 델리의 유자 브레톤 타르트와 라즈베리 오렌지 초콜릿, 테판 레스토랑의 금귤, 한라봉, 천혜향, 유자, 귤 디저트, 스테이크 하우스의 한라봉과 리코타 치즈로 만든 선데, 카우리의 사쿠라 딸기 케이크, 텐카이의 초콜릿 과일 푸딩까지.

봄은 말한다. 첫인상을 새긴 첫봄의 순수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봄바람이 흩뿌려질 때 남산 소월길을 걸어본 적 있어요? 온통 신비스럽고 살랑살랑 부는 보랏빛 바람이 너무 아름답거든요. 언젠가는 꼭 디저트로 옮겨보고 싶었던 그 감상을 이번 디저트에 녹여봤어요. 봄에 떠오르는 네 가지 파스텔 컬러에서 봄의 시작을 알리는 대지를 의미하는 초록색, 봄의 맑은 하늘을 의미하는 하늘색, 벚꽃을 상징하는 핑크색, 그리고 벚꽃 향이 풍기는 보랏빛 바람까지요.” 하얏트 호텔 페이스트리 팀에서 30년 넘게 근무하며 소월길 벚꽃을 숱하게 눈에 담았을 박남규 페이스트리 셰프는 덧붙인다. “매년 새봄의 디저트를 만들 때마다 제철 식재료가 영감을 줘요. 벚꽃, 쑥, 금귤 등 겨우내 움츠러든 몸을 일으켜 세우듯 밝고 화려한 색감이 특히 그렇죠. 봄이라는 단어가 주는 감상처럼 가볍고 산뜻한 이미지를 그려요. 겨울이 채 지나기 전에 미리 만나는 봄 디저트는 봄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방법이죠.”

SPRING HEART

3월,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화이트데이를 위한 케이크와 초콜릿을 선보인다. 발로나 초콜릿으로 만든 화이트 가나슈를 바른초콜릿 케이크에 그랑 마니에 가나슈로 만든 크고 작은 하트 초콜릿 장식을 더해 사랑스러운 감성을 담았다. 민트의 상쾌함 풍미를 머금은 케이크도 커밍 순.

봄은 싱그럽게 흥얼거린다. “제가 떠올리는 봄은 활기차고 신선한 계절이에요.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고, 지난 날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출발할 수 있는 시간. 마침 3월에는 사랑으로 가득한 화이트데이도 있잖아요. 사랑, 푸릇푸릇한 생동감을 디저트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웨스틴 조선 호텔, 조선 팰리스 호텔을 거친 JW 메리어트 서울의 페이스트리 셰프 양영주에게는 어린 시절 어린이대공원에서 본 개나리의 밝고 싱그러운 색감이 여전히 기억에서 마르지 않는다. “개나리가 지닌 노란색을 너무 좋아해서 봄이 되면 어린이대공원을 가자고 매년 엄마를 졸랐어요. 제게 봄은 노란 개나리의 계절이죠. 파티시에가 된 뒤에는 신선한 민트에도 담뿍 매력을 느꼈어요. 개나리의 따뜻한 노랑, 민트의 싱그러운 푸르름을 디저트에 담아내고 싶었죠.” 봄이 꽃을 피우고, 꽃은 어린 아이의 마음에 설렘을 피우고, 그 설렘은 또다시 테이블 위에 달 콤함으로 피어난다. 봄이 피울 꽃의 끝은 어디일까?

STRAWBERRY AFTERNOON

호텔 나루 서울 – 엠갤러리에서는 3월까지도 싱싱한 딸기의 향연이 펼쳐지는 스트로베리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다. 그 밖에도 소금빵, 크루아상, 얼그레이 시폰 등 스테디셀러 아이템과 함께 전국 각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메뉴 또한 속속 탄생한다.

봄은 억울하다. 딸기를 겨울에게 빼앗긴 것이. “언제부터인지 딸기가 겨울 과일로 인식되었지만 딸기는 원래 봄이 제철이에요. 4월까지 훌륭한 단맛을 품고 있답니다.” 호텔 나루 서울 – 엠갤러리의 이강훈 총괄 페이스트리 셰프는 가슴에 다섯 개 별을 단 다수의 호텔에서 근무하면서 디저트 내공을 쌓았다. “봄은 시작. 따뜻해진 바람과 온도, 푸릇푸릇 얼굴을 내미는 새싹이 오감을 일깨우는 계절이죠. 봄이 되면 달라지는 색감과 온도에서 영감을 얻어요. 봄의 색, 부드러운 질감, 풍미까지도 디저트에 담아보려고 노력해요.” 새콤달콤한 딸기와 여러 가지 식감의 프로마주 블랑 치즈, 마스카포네 치즈, 초콜릿 등을 매치해 다채로운 맛, 향, 질감을 확보했다. 한강의 밤섬 풍경을 차경 삼아 호텔 안으로 불러올 수 있는 호텔 나루 서울에서 계절의 촘촘한 변화를 눈으로 읽으며, 딸기 애프터눈 티와 함께 맞이하는 봄. “이제 시작이야”라고 기분 좋은 탄성을 내뱉게 하는 계절.

*화보를 위해 재구성한 것으로, 실제 판매하는 디저트와는 모양이 다릅니다.

포토그래퍼
홍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