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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국 매출 1위 편의점이 있는 스키 애호가들의 성지, 홋카이도 니세코 여행

2025.03.11전희란

홋카이도 니세코로의 피정.

방 안으로 스미는 요테이산의 풍경.

두 시간 반 남짓. 홋카이도 신치토세 공항에 당도해 서울에서 온 시간만큼을 차로 더 달려야 말로만 듣던 설국, 니세코에 당도한다. 연간 10미터 이상의 적설량이 빚는 하얀 품 안에서 ‘파우더 스노’를 제 발로 감각하기 위해 전 세계 스키 애호가들은 굳이 이 깊숙한 야생까지 찾아온다. 일본 전국 매출 1위 편의점, 레드불 회장의 별장, 알리바바 CEO의 별장도 바로 니세코에 있다. 리조트에서 마중 나온 밴에 올라타(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아키라 코세무라의 ‘VI’를 플레이하고, 창틀을 프레임 삼아 스쳐가는 설국의 풍경을 가만히 바라본다. 바로 전까지만 해도 나를 어지럽히던 많은 것이 조금씩 하얗게, 하얗게 바랜다.

무와 니세코는 니세코 중에서도 쉼과 편의를 고루 누리기 좋은 히라후 HIRAFU 지역 중심부에 2023년 12월 문을 열었다. 프랑스어로 ‘나 자신’, 머무는 공간이 곧 나를 표현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는 의미의 ‘MUWA’에 머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이곳이 나를 담는 그릇이라면, 나 역시 그에 걸맞은 멋진 재료가 되고 싶다. 내가 그림으로 순간을 담는 화가라면, 무구한 멋을 품은 요테이산의 풍경을 방 안으로 불러오는 이곳에서 유작을 완성하는 꿈을 꾸었을 것 같다. 니세코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자리한 인피니티 온센에서 바라본 요테이산은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니세코는 드물게 3월까지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곳이지만, 스키와 친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즐거움은 마르지 않는다. 이를테면 미각의 향연. 다이칸야마에 본점을 둔 ‘히토 바이 타쿠보 HITO by TACUBO’에서는 코스 내내 홋카이도산 양질의 제철 해산물, 채소, 과일, 유제품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얼마 전 도쿄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에서도, 홍콩의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에서도 “홋카이도산 해산물이에요”라는 셰프의 자신만만한 멘트를 들은 터라 최상의 선도를 지녔음이 당연한 홋카이도 출신들에 감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가 하면 100년 전통 ‘스키야키 히야마 SUKIYAKI HIYAMA’의 코스에는 홋카이도 생선, 아오모리 혼마구로, 삿포로 호타테가 곁들여지니 원래 알던 스키야키 코스도 완전히 새로운 경험처럼 느껴진다. 두 레스토랑 모두에서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 화제인 홋카이도 와인을 경험할 수 있다.

방 안으로 스미는 요테이산의 풍경.

‘일본에서 가장 자연 상태로 남은 마지막 야생’이라는 별명을 지닌 니세코를 몸으로, 마음으로 새기기에 무와 니세코는 더할 나위 없는 목적지다. 한 스푼 비워낸 내면에 동그랗게 머무는 그리움. 비워야 채울 수 있음을, 나는 이 먼 곳까지 와서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