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도 만드는 패션 브랜드에서 진정한 매뉴팩쳐로 거듭난 브랜드, 루이 비통.
루이 비통의 첫 시계

루이 비통은 손목시계와 테이블 클락을 겸할 수 있는 여행용 시계를 1920년대부터 판매했다. 하지만 1930년대 이후 50년 이상 명맥이 끊겼었기에 현대적인 의미의 첫 손목시계를 발표한 시점은 1988년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골드 케이스의 우아한 클래식 크로노그래프 회중시계에 스트랩을 매치한 것처럼 보였던 시계의 이름은 몬터레이 I(Monterey I). 이탈리아 출신으로 파리 오르세 미술관 재건축을 담당했던 전설적인 디자이너 가에 아울렌티가 디자인하고, IWC가 제작을 맡았다.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했지만, 80년대에는 성공을 거두던 대다수의 시계가 쿼츠였고, 문페이즈, 월드 타임, 날짜 기능을 갖춘 상당한 고기능 모델이었다. 몬터레이는 세라믹 케이스와 알람 기능까지 갖춘 후속작까지 발표됐다.
땅부르의 등장과 라 파브리크 뒤 떵

루이 비통은 2002년 루이 비통 하이 워치메이킹이라는 시계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이때 발표한 시계가 바로 루이 비통 워치 컬렉션의 상징과도 같은 땅부르다. 당시 땅부르는 ETA 또는 제니스가 제작한 무브먼트를 수정해 탑재했지만, 전체적인 디자인은 어떤 브랜드의 시계 컬렉션과도 닮지 않은 독창적인 것이었다. 게다가 여행을 테마로 전개하는 브랜드의 유산을 강조하기 위해 타임 온리 버전이 아닌 GMT 모델로 스타트를 끊은 것에 큰 의미가 있었다.
땅부르의 성공을 통해 루이 비통은 오데마 피게, 파텍 필립, 제랄드 젠타, 프랭크 뮬러 등에서 일했던 워치 메이킹 듀오인 미셸 나바스, 엔리코 바르바시니가 설립한 하이엔드 컨셉트 무브먼트 매뉴팩처 라 파브리크 뒤 떵을 2011년에 인수했다. 2012년에는 다이얼 제조사 레만 카드란을 인수했으며, 2014년에 스위스 제네바 근교에 루이 비통의 워치 매뉴팩처 설립을 완성했다. 여전히 이곳의 이름은 라 파브리크 뒤 떵이다.
루이 비통의 선택과 집중

루이 비통은 2022년, 땅부르 론칭 20주년을 맞아 다양한 하이 컴플리케이션 워치와 제네바 홀마크를 받은 모델들을 선보였다. 이듬해에는 디자인을 대폭 변경한 새 땅부르 베이스 모델을 발표했다. 여기에 탑재된 새로운 인하우스 오토매틱 무브먼트 LFT023은 최상급 하이엔드 메이커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것이었기에 놀라움을 안겨줬다. 이는 루이 비통이 초기에 대량 생산하던 워치 컬렉션의 규모를 축소하고,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에만 집중하겠다라는 선언과도 같았다. 뿐만 아니라 ‘루이 비통 워치 프라이즈’라는 어워드를 주관하며 독립 시계 제작자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면모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 역시 소규모 하이엔드 워치메이킹 분야에 대한 입지를 다지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올해는 골드 소재의 폴리싱 다이얼 덮개 상단부에 적용한 작은 부채꼴 글라스를 통해 비밀스럽게 시간을 알리는 디스크 방식의 땅부르 컨버전스를 발표해 많은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