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을 내보고 싶으시다고요?

1. 기획안으로 편집자를 매혹시키기 위하여
오연경, 미메시스 편집장
⭕ do 우리가 누군가를 처음 만나 자신을 소개할 때와 마찬가지다. 왜 이 원고를, 여기에, 이때 보내게 되었는지, 기존에 출간되지 않은 분야에 관해 어떤 경험을 지녔는지 솔직하게 설명하면 충분하다. 그러나 투고 행위 자체는 아마추어적일 수 있으나 내용은 프로다워야 한다. 바로 출간할 수 있을 만큼 문장이 완성되어 있어야 출판사도 욕심이 난다. 메일 제목은 분야와 책 가제를 밝혀 한 줄에 의도를 파악할 수 있도록 쓸 것. 예를 들어 “건축 에세이 <젊은 목수가 찾아낸 한국의 옛 대들보> 투고합니다” 같이.
❌don’t 투고하는 출판사가 어떤 책을 내는지 전혀 모르고 원고를 보내는 것, 받는 사람 칸에 수많은 출판사 메일이 같이 있는 것, 기본 인사도 없이 원고만 툭 보내는 것, 같은 메일을 복사해서 책 제목만 다르게 계속 보내는 것. 참고로 최근 거절한 투고 중 요리 시집이 있었는데 모든 시에 요리 과정과 음식이 리듬감 있게 들어 있어 참신했다. 편집자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이야기에 매료된다. 다만 아쉽게도 미메시스는 시집을 내지 않는다.
2. 원고로 편집자를 매혹시키기 위하여
박활성, 워크룸 프레스 편집자
⭕ do 지난 10년간 내가 편집한 책 가운데 생판 모르는 새내기 작가의 투고가 첫 출간으로 이어진 경우는 번역서를 제외하면 단 세 권. 투고 메일 양을 감안하면 아주 희박한 확률이다. 그리고 그 투고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오직 워크룸 프레스에만 보냈다는 점이다. 그러니 당신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당신 원고와 결이 딱 맞는 출판사를 찾아내는 것이다.
❌ don’t 완성되지 않은 원고는 보내지 말라. 이 말은 책 전체를 집필한 후에 보내라는 뜻이 아니다. 원고의 일부만 보내거나, 심지어 서문이나 개요만 보내도 된다. 맞춤법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다.(그에 반해 문체는 중요하다.) 중요한 건 그걸 보고 편집자가 무엇을 상상할 수 있느냐다. 편집자를 매혹하는 것은 눈앞의 원고가 아닌 나중에 나올 근사한 책의 모습이다.
3. 만약 투고에 대한 회신이 오지 않는다면?
김영글, 미술작가·돛과닻 출판사 대표
⭕ do 가장 적합한 출판사를 물색해 투고하고, 그래도 수확이 없을 경우 열린 마음으로 다른 방법에도 눈을 돌려보자. 출판 교육 과정에 등록하거나 POD(Print On Demand) 또는 전자책 출판처럼 재고와 자비 부담이 덜한 방식의 독립출판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다.
❌ don’t 당신의 원고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방침상 투고를 받지 않아서일 수 있다. 의외로 많은 출판사가 외부 투고를 받지 않는다. 무작정 투고하고, 회신이 오지 않는데도 반복해서 보내는 것은 에너지 낭비다.

4. 축하합니다, 출간 계약 진행 시 꼭 짚어야 할 점
정소영, 열림원 편집자
⭕ do 한 권의 책이 독자에게 닿기까지 수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편집과 디자인, 제작과 관리, 마케팅과 판매. 그만큼 각 과정에서 변수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이해하되, 이를 줄이기 위해 자신의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하며 서로를 신뢰하기. 실무적으론 저작권 양도 범위를 명확히 하고, 계약 기간은 너무 길지 않게 설정하는 것이 좋다. 인세율, 지급 방식뿐만 아니라 지급 시기 또한 놓치지 말고 챙길 것.
❌ don’t 성급하게 결정하지 않기. 계약서에 대한 질문이나 의견 제시를 주저하지 않기. 계약서의 언어는 딱딱하고 낯설기 마련이지만, 결국 계약의 본질은 서로의 기준을 합의하고 약속하는 과정이다. 보통 출판사에서 사용하는 표준 출판 계약서는 말 그대로 ‘표준’일 뿐, 무조건 따라야만 하는 건 아니다. 계약서 초안에서 궁금한 점은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조정하고 싶은 부분은 명확하게 한다. 이건 작가의 권리이자 출판사의 의무다.
5. 이것만은 편집자를 신뢰하셔야 합니다
심세중, 수류산방 대표 & 박상일, 수류산방 방장
⭕ do 저자가 처음 원고를 탈고할 때 상상한 만큼 딱 기쁘게 책이 완성되었다면…, 미안하지만 편집자에게서 아무것도 못 얻었다는 뜻이다! 편집자는 저자의 글을 다양한 독자의 눈높이와 취향에 빙의되어 읽으면서 원고의 강점과 약점을 찾아낸다. 출판사를 정할 때는 편집자의 성향과 가능성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일단 함께하기로 하면 전폭적 신뢰를 권한다. 편집자가 어렵게 쓴소리를 꺼내면 그건 정말 위험해서일 것이다. 저자인 당신이 완성한 것은 원고이지 책이 아니다.
❌ don’t 거짓말하는 것. 책을 내는 일이 어느 정도 자기 과시욕이 있어야 가능하고 모든 글은 상호 참조적이겠지만, 그럼에도 집필하면서 남이 써놓은 생각이나 글을 자기 것인 양 슬쩍 가져오는 것은 혼자 죽는 게 아니라 당신을 믿고 시간과 돈을 투자해주는 편집자와 출판사까지 같이 익사시키는 일이다. 문체는 다듬을 수 있지만 거짓말은 탄로가 난다.
6. 드디어 첫 책을 출간했다면
김효단, 웨일북 편집자
⭕ do 책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면, 출판사와 같이 책을 알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홍보에 참여하는 것, 특히 여러 매체에 얼굴을 드러내는 것을 힘들어하시기도 하는데 조금 더 용기를 내주신다면 더 많은 독자에게 작가님의 책을 소개할 수 있을 거예요.
❌ don’t 홍보 활동 진행이나 재쇄를 찍는 과정에서도 할 일이 많다. 간혹 책을 내고 작가님이 휴가를 떠나 일이 지연되기도 한다. 출판사와 소통을 위해 출간 후 두 달 정도는 개인 일정을 뒤로 미뤄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7. 하지만, 출간을 원하는 당신에게 지금껏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을 비밀
서효인, 안온북스 편집장
⭕ do 야망을 갖자. 아무런 야망이 없는 원고는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원고에는 무언가를 전달하려는 야망이 있어야 합니다. 그 야망은 구체적일수록 좋습니다. 돈을 벌자, 즐겁게 살고 싶다, 기가 막힌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 내면을 잘 다스리고 싶다···. 뭐든 안 될 게 무엇이겠어요? 가끔은 “나도 책 한 권 내고 싶다” 정도의 욕망만 보이는 원고도 있습니다. 아, 최악이죠. 야망을 구체화합시다. 당신의 이야기가 책이 되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그럴듯하나 허망한 꿈이 아닌 진짜 이유 말이에요. 그 이유의 구체적 형상이 바로 당신이 이뤄야 할 야망과 다름없습니다.
❌ don’t 야망을 버리자. 책 한 권으로 인생이 바뀌리라 생각하는 분이 있나요? 100명이 책을 내면 거의 100명이 그전에 살던 인생 그대로를 살 것입니다. 책을 내자마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고 SNS에 서평이 넘쳐나고 여기저기에서 강연 요청이 오리라는 기대감을 품는다면 대체로 실패할 것입니다. 좋은 책을 쓰고자 하는 야망은 좋은 책을 만들지만, 책으로 성공하고자 하는 야망은 울화를 만들기 일쑤예요. 어쩌다 운이 좋으면 책이 당신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겠지만, 좋은 책은 작가의 인생보다는 독자의 일상에 관심이 많은 법입니다. 독자의 일상에 좋은 감각 한 스푼만 얹을 수 있다면, 책에 대한 야망은 거의 다 실현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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