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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 다이닝 비기너를 위한 다정한 안내서

2025.03.20전희란

어디에 물어봐야 할지 곤란했다면.

언제 도착하는 게 좋을까?

정시에 도착하는 것은 기본, 10분 전 도착이 골든 타임! 레스토랑은 ‘시간이 정해진 공연 상영관’이다. 고객 맞이와 재료 준비 등, 모든 것이 타이트하게 계획되어 있다. 15분 이상 늦으면 공연의 막이 올라간 뒤 입장하는 관객을 맞기 위해 모두가 계획을 변경하느라 우왕좌왕하게 된다. 옆 테이블에 있는 고객도 또 다른 공연을 즐기고 계시니 말이다. 그렇다고 너무 일찍 도착하면 아직 광고가 나오고 있는 극장처럼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적절한 타이밍에 입장해서 ‘주인공’이 되어주시길. 김성국(조선팰리스 총괄 소믈리에)

다이닝에 늦는 것은 금물이지만, 정확히 정각에 오픈하고 늦으면 받아주지 않는 레스토랑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일본에서 종종 경험했다. 김정아(헝그리 투어리스트 한국 대표)

향수, 핸드크림, 헤어 퍼퓸 사용은 어디까지 허용될까?

다른 테이블까지 풍길 정도로 과도한 향수나 제품 사용은 다른 이들의 경험을 훼손할 수 있으니 가급적 삼가기를 권한다. 송홍윤(윤서울 셰프)

레스토랑 주류 페어링을 따르는 것이 정답일까?

셰프가 요리를 완성하듯, 소믈리에는 음식과 어우러지는 와인을 고민한다. 레스토랑 페어링 프로그램에는 이들의 의도가 담겨 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와인이라면 콜키지를 택하되, 사전에 레스토랑과 협의해서 양해를 구하는 것이 좀 더 다이닝을 잘 즐기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태호(파인 다이닝 애호가, BOB.EAT)

레스토랑 음식을 잘 이해하는 소믈리에가 짜둔 페어링을 하면 식사의 경험이 더 풍부해질 수 있다. 하지만 특별히 원하는 특정 와인을 서비스 받고 싶다면 콜키지도 좋다. 개인적으로 콜키지를 할 때는 소믈리에에게 한잔 권하는 편이다. 테이스팅 이후 최적의 온도나 레스토랑에서 제공하는 어떤 음식과 함께하면 좋을지 물어본다. 송홍윤(윤서울 셰프)

급한 통화, 나가서 받을까 자리에서 빠르게 끝낼까?

다른 좌석과 가깝게 붙어 있어 자리를 비워야 한다면 최대한 빨리 용무를 끝내기를 권한다. 오랫동안 통화를 해야 하는 부득이한 경우라면 미리 서버에게 알려 음식의 속도를 늦춰달라고 하는 게 좋다. 레스토랑에서는 음식 속도와 함께 서비스되는 공간의 환경을 최적화하려고 노력하기에 흐름이 끊기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송홍윤(윤서울 셰프)

예약 캔슬, 언제까지 허용 가능할까?

파인 다이닝에서는 아침 일찍 출근한 요리사들이 오늘 맞이할 고객을 위한 딱 그만큼의 모든 코스 요리 재료를 준비한다. 오늘 쓰지 않는다고 내일 쓸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프리미엄 식자재를 사용하면 할수록 ‘노쇼=순수 손실’이 발생한다. 그래서 24시간 내 취소의 경우 예약금 환불 불가가 글로벌 스탠더드로 통용되고 있다. 김성국(조선 팰리스 총괄 소믈리에)

레스토랑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최소 3일 전에는 캔슬하기를 권한다. 그래야 준비된 재료가 버려지지 않고, 예약하지 못했던 다른 이들에게도 기회를 줄 수 있다. 송홍윤(윤서울 셰프)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사정이 생기기도 하지만 되도록 개인적으로는 최소 일주일 전에 취소하는 편이다.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갑작스럽게 취소해야 한다면, 레스토랑에서 정해놓은 캔슬 피 Fee를 지불 하는 것이 당연하다. 김정아(헝그리 투어리스트 한국 대표)

옷과 짐, 어디에 보관하는 게 좋을까?

다이닝의 경우 보통 옷걸이에 옷을 걸어서 보관해준다. 서비스할 때 서버들의 동선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짐을 가지고 있기를 권한다. 공항, 기차역 등에서 트렁크를 가지고 바로 레스토랑에 가야 하는 경우에는 입구에서 짐 보관 서비스를 요청한다. 송홍윤(윤서울 셰프)

다 먹었다는 시그널, 어떻게 주는 게 좋을까?

파인 다이닝 기준으로는, 제대로 된 서비스라면 음식을 다 먹었다는 시그널을 생각할 필요 없을 정도로 물 흐르듯이 서비스를 해줄 것이다. 서버들은 곳곳에서 고객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포크의 방향 같은 것은 크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어떻게 두든, 당신이 해당 코스를 마치면 접시를 가져갈 것이다. 하지만 음식을 남겼다면 서버가 헷갈려 진행이 늦어질 수도 있다. 이때 접시를 살짝 몸에서 먼 쪽으로 밀고,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한쪽으로 포크와 나이프를 정렬해두면 된다. 보통 우측 하단으로 손잡이가 가게 두면 된다고 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그리고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다 먹었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는 것 자체가 시간이 조금 급하거나, 뒤에 다음 일정이 있거나, 3시간 이상 오래 앉아 먹는 것이 힘든 분들이 흔히 하는 고민이다. 본인의 식사 속도가 좀 빠른 편이거나, 아무리 늦어도 2시간 안에는 나가야 한다거나 등 일정이나 선호가 있는 경우, 식사 시작 전에 빠른 속도로 진행해달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정윤(‘다이닝 미디어 아시아’ 디렉터)

소믈리에가 술을 따라줄 때 잔을 잡는다, 놓는다? 한국식 예의가 우선일까, 국제 기준에 맞춰야 할까?

서비스를 받고 있는 중이라면, 잔 아래 동그란 부분을 살짝 터치하는 정도로 당신의 세련미를 유지할 수 있다. 예전 고급 식당에서는 테이블 리넨을 아름답게 유지하기 위해 폭신한 토퍼를 사용했는데, 이 위에서 술을 따를 때 잔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내가 너의 서비스를 원활하게 도와줄게”라는 리스펙트의 표시 정도면 완벽하다. 다만 일행 중 윗사람이 따라주신다면 얼른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받기를. 그 정도 눈치는 있으시죠? 김성국(조선팰리스 총괄 소믈리에)

국제적으로는 ‘잔을 테이블 위에 두는 것’이 기본 매너다. 다만 한국적 예의를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면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하되, 소믈리에와 서버가 편안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리듬을 존중하는 쪽을 권한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양손으로 받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 외국인들도 이를 따르는 경우를 보기도 한다. 이태호(파인 다이닝 애호가, BOB.EAT)

크게 상관없는 것 같다. 잡을 때도 있고 테이블에 둘 때도 있다. 외국 손님과 함께라면 종종 “한국에서는 두 손으로 공손히 받는 것이 문화”라는 이야기를 하며 함께 식사하는 일행 또는 직원과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기도 한다. 김정아(헝그리 투어리스트 한국 대표)

요리에 대한 질문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셰프 입장에서는 오히려 고객이 질문을 많이 하는 게 레스토랑의 노력을 더 알아주는 행동이 아닐까 싶다. 음식을 설명할 때는 식사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요약해 전달하게 되는데, 항상 내용이 너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손님들이 음식 또는 기물에 대한 궁금한 점이 생겨 자세하게 묻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기보다는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디테일한 레시피보다는 어떤 부재료들이 들어가고 어떻게 조리되는지를 물어봐 주신다면 감사히 여기고 답을 해드릴 수 있다. 배경준(본연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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