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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봄’ 로이킴 “사람들이 많이 찾아주고 불러주는 곡들이 저도 좋아요”

2025.03.25신기호

로이, 다시 봄이네요?

재킷, 팬츠, 모두 발렌티노. 톱, 드리스 반 노튼. 스카프, 발렌티노 가라바니. 슈즈, 돌체앤가바나.

GQ 살이 더 빠졌어요?
RY 다들 그래요. 실제로 보면 더 말랐다고. 안 찌려고 하는 건 있는데 또 엄청 식단을 하거나 그러진 않고, 컴백 앞두고 있어서 관리를 좀 하는 건 있지만 또 열심히는 아니고. 그냥 운동만 꾸준히 하고 있어요.
GQ 아까 모니터 보는데 제가 기억하는 로이랑 다른 거죠. 룩이 달라진 느낌.
RY 그건 나이 들어서 그래요.(웃음)
GQ 주변 반응은 어때요?
RY 사실 군대 다녀오고 나서 이런 얘기를 많이 듣긴 했어요. 아무래도 ‘슈스케’ 때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 거 같아요. 근데 제 팬들이나 저를 오랫동안 팔로우한 분들은 제가 어떤 놈인지 다 알죠 뭐. 그렇게 곱고, 단정하고, 젠틀하진 않다는 거.(웃음) 옷도 편한 거, 빈티지, 찢어진 거 좋아하고요.
GQ 요즘 짤 많이 돌잖아요.
RY 아, “매끼야(해병 몇 기야)?” 많죠. 너무 많아.
GQ 공연마다 묻더라고요. 보고 있으면 남자 팬이 이렇게 많았나 싶고요.
RY 제가 무대 올라갈 때 관객석 어딘가에서는 진짜 이러시는 거 같아요. “할 거야? 진짜 할 거야? 네가 해” 그러다가 무대가 조용해지면 바로 “매끼야!” 나오는 거죠. 이젠 아 이때쯤 나오겠다, 감이 와요. 이런 거 보면 이젠 정말 남성팬이 더 많은 거 같아요.
GQ 이유를 스스로 진단해보면요?
RY 정말 물어본 적 있어요. 근데 장난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섹시해서 좋아한다고. (웃참하는 직원들을 향해) 왜 웃어요? 아니 그런데 이런 분위기 진짜 재밌어요. 남자들이 놀리듯 하는 그런 소통도 웃기고. 제가 데뷔했을 땐 95퍼센트 정도? 거의 다 여성분이셨거든요. 지금은 딱 반반 되는 거 같아요. 연령층도 다양해졌고. 이런 변화가 노래하는 사람은 너무 좋죠. 근데 여성 팬이 많을 때도 좋았어요.(웃음)

재킷, 팬츠, 모두 발렌티노. 셔츠, 레이블리스. 벨트, 발렌티노 가라바니. 안경, 래쉬. 이어커프, 톰우드. 링, 파르테즈. 네크리스, 돌체앤가바나.

GQ 콘서트는 어땠어요? 지금 이 모든 쇼츠가 사실 오프라인 무대에서 생겨난 거니까. 지난해 꽤 많은 공연을 한 셈이잖아요.
RY 보통 몰입할 때 시간이 굉장히 빨리 가잖아요. 콘서트는 정말 총알같이 지나갔어요. 그래서 어쩌면 제 1년은 연말 콘서트를 목적으로 두고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해요. 그 정도로 콘서트 무대에 대한 애정이 커요. ‘콘서트 잘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으로 1년 달리고, 끝나면 1, 2월에 잠깐 겨울잠 좀 자고, 봄 되면 일어나서 다시 1년 달리고. 근데 문득 든 생각인데, 평생 이렇게만 살 수 있다면 진짜 행복할 것 같아요.
GQ 곡 작업만 놓고 보면 그 시간은 꽤 지난하잖아요.
RY 맞아요. 그런 생각들 많이 하시잖아요. 근데 저는 음악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정말 하나도 없어요. 만들고, 부르고, 무대에서 같이 만나고, 이 순간 안에는 행복밖에 없어요.
GQ 그럼 이번 연말 콘서트에서 유독 깊게 남은 기억 혹은 감정에 대해서 더 물으면요? 행복 말고요.
RY 제가 데뷔한 지 벌써 13년 됐거든요.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오래도록 함께 해줘서 고맙다는 감정. 팬분들은 당연하고, 스타일리스트도, 회사 식구들도 다들 오래 함께했거든요. 밴드도 지금 12년 정도 같이하고 있고요. 어쨌든. 이번 콘서트는 핸드볼 경기장에서 했거든요. 말 그대로 입성. 더 큰 곳에서 공연할 수 있게 된 것도 너무 감사하지만, 그곳을 채워준 사람들이 익숙한 이들이어서 더 좋았던 거죠. 시간이 쌓이면서 생긴 장면인데 그게 유독 이번에 소중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셔츠, 돌체앤가바나. 팬츠, 보테가 베네타. 볼 캡, 디스커스 애슬렉틱. 네크리스, 브레이슬릿, 이어커프, 모두 톰우드. 벨트, 발렌티노 가라바니. 첼시 부츠, 와이프로젝트.

GQ 그 여전함 사이에서 변화도 발견해보면요?
RY 그런 생각은 해요. 제가 곡을 쓸 땐 ‘잘되는 곡이 뭘까’를 먼저 떠올려요. 동시에 ‘사람들이 좋았다고 했던 곡들 중 공통점이 뭐였지?’ 이런 생각도 하고요. 이 안에서 곡을 만드니까 아무래도 한정적이죠. 왜냐면 잘됐던 정답들이 있으니 그걸 토대로 발전시키려고만 하지,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하진 않거든요. 두려우니까요. 그래서 변화라면 이런 거요. 이런 생각들에 너무 얽매이지말고 조금이라도 다른 걸 해보자는 생각? 공연을 떠올렸을 때 좀 더 다양한 장르나 음악들이 필요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곧 나오는 신곡도 이전의 제 음악들과는 좀 다른 결이긴 하고요.
GQ 밴드 음악이라고 들었어요. 곡 제목이 ‘있는 모습 그대로’ 죠?
RY 맞아요. 음원 성적의 성공 유무를 떠나서 이 곡이 잘 만들어지면 공연도 다채로워지고, 저도 무대 위에서 신날 것 같아요. 딱 이 정도 소망으로 만들었어요.
GQ 큰 변화일 수도, 작은 시도일 수도 있겠어요.
RY 작은 시도 같아요. 왜냐면 엄청난 변화에 대한 갈망, 뭐 이런 건 사라진 지 좀 된 것 같아요. 지금은 안정적인 게 좋아요. 요즘 제 추구미가 ‘안정’이에요.

슬리브리스 셔츠, 투위드. 코트, 베르사체. 데님 팬츠, 레이블리스. 첼시 부츠, 베르사체. 이어커프, 톰우드. 네크리스, 발렌티노 가라바니. 패턴 네크리스, 돌체앤가바나. 패턴 롱 네크리스, 아르튀스베르트랑.

GQ 아까 사람들이 좋았다고 했던 곡들의 공통점도 찾아봤다고 했잖아요. 뭐였어요? 스스로 찾아낸 공통점은.
RY 제가 세트리스트를 짜면서도 항상 느끼는데요, 쭉 뽑아놓고 보면 무슨 위로에 중독된 사람 같아요. 근데 제가 막 어떤 친구가 힘들다고 하면 공감하고, 안아주고 이런 스타일은 또 아니거든요? 제가 ENFJ인데 다들 그래요. 너 F아니고 T라고. 그 정도로 공감, 위로와는 거리가 좀 있다는 게 주변 반응인데, 그래서 생각해봤죠.
GQ 생각해봤더니?
RY 제가 스스로를 위로하려고 쓴 곡들인 것 같아요. 왜냐면 제가 힘들다는 얘기를 잘 안 하는 사람이거든요. 진짜 힘든 일이 있어도 어디 터놓질 못 해요. 그래서 보통은 감정 기복이 없는 사람으로 비춰질 때도 있고요. 아무튼. 그런 힘듦이 알게 모르게 작곡할 때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그래서 ‘위로’를 메시지로하는 곡이 많이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GQ 그래서 더 큰 공감이 되기도 하는 것 같고요. 그럼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노래 말고도 곧 발표할 ‘있는 모습 그대로’의 밴드 음악처럼 새롭게 해보고 싶은 음악들은 또 어떤 모습들이 있어요?
RY 뭐든 다 해보고 싶죠. 제가 해보고 싶은 음악들이 100이라면 20~30퍼센트도 못 해본 거 같아요. 13년을 했는데 20~30퍼센트니까 앞으로 13년을 더 해도 60퍼센트. 이거 봐요. 무서울 정도로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니까요.
GQ 그럼 13년 동안 해본 그 20~30퍼센트 중 정말 잘했다 싶은 건요?
RY <봄봄봄> 앨범 낸 거요. 잘된 걸 떠나서 사실 저는 음악을 공부해본 적도, 직접 앨범을 만들어본 적도 없었거든요. 그저 순수하게 좋아만 했지. 그런 제가 1집 앨범을 다 자작곡으로 채우겠다고 한 거. 지금 생각해보면 못 할 결심 같은데, 감히 했어요. 사실 지금 들어봐도 부끄러운 부분이 많아요. 그런데 그렇게 했기 때문에 지금껏 여전히 곡 만들면서 활동하고 있는 것 같아요. 좋은 프로듀서, 작곡가와 함께할 수 있는 기회도 물론 있었지만, 그때 어디서 나온 깡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도 곡을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제 이야기들이 쌓여가는 것도 좋고요.
GQ 그러네요. 첫 앨범에 ‘난 이런 뮤지션이 될 거야!’처럼 용감하게 어떤 목적을 새겨두진 않았을 것 같고요.
RY 그러니까요. 그때나 지금이나 막 대단한 목적을 가지고 온 것 같진 않아요. 다만 매 순간 좋다고 느끼는 거에 몰입해서 열심히 하다 보니 뭐 자연스럽게 잘 성숙해진 것 같긴 해요.

스트라이프 톱, 발렌티노. 이어커프, 톰우드.

GQ ‘열심히’라는 단어를 종종 꺼내 쓰시는 걸 보니 성실하구나 싶은데, 맞아요?
RY 저 완전 게으르죠. 되게 게으른 편이에요.
GQ 곡 작업을 하는데 게으르다. 어불성설 같습니다만.
RY 아니에요. 저는 게으른 반면 운이 좋게도 몇몇 곡이 잘돼서, 정말 감사한 마음을 늘 갖고 살아요. 잘 알려진 곡이 몇백 개 중에서 나온 것도 아니고 몇십 개 중에서 나온 거니까요. 물론 곡을 쓸 때 ‘대중성’을 기준으로 두고 만들어서, 그래서 ‘잘될 것 같지 않다’라는 느낌이 오면 멈추니까 그런 걸 수도 있어요. 그런데 주변에 너무 잘하시는 분이 많거든요. 저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요. 그걸 생각하면 전 게으른 게 맞고, 운이 좋은 것도 맞아요.
GQ 겸손하고 솔직한 답변이네요. 그런데 대중적이지 않을 것 같다 싶으면 곡 작업을 멈추는 편이에요?
RY 그렇죠. 저는 90퍼센트 이상 듣는 이의 입장에서 만들어요. 물론 아까 이야기한 주제나 메시지는 제 안에서 비롯되지만, 곡의 스타일은 많은 분이 좋아해주실 법한 쪽으로 기울 수밖에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했을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반응하는 것을 보고 느낄 때, 거기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발표한 곡들 중 애착이 더 많이 가는 곡이 뭐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늘 히트곡을 꼽아요. 사람들이 많이 찾아주고 불러주는 곡들이 저도 좋아요. 제가 그래서 공연 때마다 히트곡만 부르죠.(웃음)
GQ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다면’도 히트곡이 됐고요.
RY 그저께 친구가 노래방 갔다가 알려줬어요. 지금 톱 10이라고. 너무 좋죠.

포토그래퍼
김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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