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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여자가 남자보다 오래 산다, 이유는?

2025.04.01조서형, Emily Laurence

남자와 여자의 기대수명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남자는 왜 갈수록 빨리 죽는 것일까?

은퇴한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여유롭게 둘러보다 보면, 남녀 비율이 심각하게 불균형한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현상은 당분간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아니 오히려 갈수록 심해진다. 하버드 T.H. 챈 공중보건대학과 UC 샌프란시스코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의 기대수명 차이는 지난 10년 이상 꾸준히 벌어지고 있다. 가장 최근의 통계인 2021년 자료에 따르면, 여성이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5.8년 더 오래 산다. 이는 2010년보다 1년 더 증가한 것으로, 남녀 간 기대수명 차이가 1996년 이후 가장 커진 수치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명확히 밝혀냈다. 주요 원인은 심혈관 질환, 암, 오피오이드(Opioid) 사용, 그리고 자살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도 영향을 미쳤다. 최소 6만 5천 명 이상의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이 코로나로 사망했다. 이는 남성이 노숙 상태에 있을 가능성이 높고, 교도소에 수감될 가능성이 더 크며,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높은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누구도 자신의 수명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지만, 조기 사망을 예방하고 오래 건강하게 살기 위한 방법은 충분히 존재한다.

심장을 지켜라

미국에서 사망 원인 1위는 심장병이다. 따라서 남녀 간 기대수명 차이를 줄이려면 심혈관 질환 예방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버드 T.H. 챈 공중보건대학의 연구 공동 저자이자 사회 및 행동 과학 분야의 선임 강사인 앨런 찰스 겔러(Alan Charles Geller, MPH, RN) 는 이렇게 말한다. “남성이 여성보다 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이 80% 더 높다는 사실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겔러는 그 이유 중 하나로 남성이 여성보다 담배를 더 많이 피운다는 점을 꼽았다. 전자담배도 예외가 아니다. 전자담배는 혈관을 좁게 만들고 혈압과 심박수를 증가시키며, 결국 심장에 부담을 줘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 전자담배로 대마초를 피우는 경우도 혈압을 상승시켜 심장병 위험을 증가시킨다.

하지만 흡연만이 문제가 아니다. 남성은 여성보다 비만 가능성이 더 높으며, 이 역시 심장병의 주요 위험 요인이다. 연구에 따르면 남성의 약 3분의 1이 비만으로 간주되는 반면, 여성은 4분의 1 수준이다. 이러한 차이의 원인 중 하나는 남성과 여성이 음식 섭취에 대한 신진대사 반응이 다르기 때문이다. 남성은 식사 후 트리글리세리드, 자유 지방산, 인슐린 수치가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또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체중 감량에 더 적극적이며,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식물성 식단을 유지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

하지만 희망적인 소식도 있다. 세계 심장 연맹(World Heart Federation)에 따르면, 심장마비와 뇌졸중의 80%는 식단과 생활 습관 개선으로 예방 가능하다. 그렇다면 나머지 20%는? 장수 연구 전문가이자 생물학자인 매트 케이버라인(Matt Kaeberlein, PhD) 은 에스트로겐이 심장병과 뇌졸중 예방 효과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또한, 여성은 X 염색체를 두 개 보유하고 있어, 신진대사 및 면역 건강에서 ‘백업’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설도 존재한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면 병원으로

겔러의 연구에서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남성은 여성보다 흑색종, 즉 피부암으로 인해 사망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흑색종은 조기에 발견하면 사망률이 극히 낮은 암입니다. 그런데도 사망자의 3분의 2가 남성이라는 사실이 놀라웠죠.” 이러한 차이는 생물학적 요인보다 ‘행동’ 때문이다. 여성은 자외선 차단제를 더 자주 사용하며, 건강 관리에 더 적극적인 경향이 있다. 또한 수상한 점이나 피부 변화를 더 신속하게 체크하고, 피부과를 방문하는 경우도 많다. 반면, 남성의 3분의 1은 정기 건강검진을 받지 않으며, 55%는 일반적인 건강 검진도 생략한다. 만약 흑색종으로 사망할 위험을 줄이고 싶다면, 자외선 차단제(SPF)를 바르고, 몸의 점과 피부 변화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의심스러운 점이 있으면 즉시 피부과를 방문하라. 단순한 행동이지만,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미궁 속의 정신 건강 

남성이 정신 건강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 것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연구에 따르면, 자살과 오피오이드 중독이 남성의 조기 사망을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미국 자살 예방 재단(American Foundation for Suicide Prevention)의 최고 의료 책임자인 크리스틴 유 무티에(Christine Yu Moutier, MD) 는 생물학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이 결합해 남성의 자살률이 높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한다.

무티에 박사는 남성이 여성보다 충동 조절이 약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많은 사람이 한 번쯤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지만, 실제로 실행하는 것은 충동 조절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정신 건강 및 중독 전문가인 케빈 길릴랜드(Kevin Gilliland, PsyD) 는 젊은 세대 남성들이 정신 건강 문제를 더 많이 이야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충분한 수준은 아니라고 말한다.

남성은 일반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을 더 많이 느끼고, 친구들과 감정을 공유하지 않으며, 여성보다 치료를 덜 받고, 정신 건강 약물 복용 비율도 낮다. 또한 우울증이 남성과 여성에게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 쉽게 간과되기도 한다. 남성의 경우 우울증이 분노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쉽게 화를 내거나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동료나 친구가 있다면, 이는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우울증의 증상일 수 있다. 알코올 중독도 남성의 자살 위험을 높인다. “알코올은 기분과 수면을 방해하는 억제제입니다.” 길라드 박사의 말.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술, 대마초, 폭식, 과도한 운동, 과도한 업무 몰입 등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오래 살고 싶다면?

몸을 관리하고 마음을 관리한다. 그리고 서로 돌본다. 이 간단한 원칙만 지켜도, 남녀 간 기대수명 격차를 줄이고 더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