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er men

“수틀리면 빠꾸” 사회인 5인의, 평생 힘이 되는 부모님의 말

2025.04.08조서형

오래 가슴에 새기고 기억하게 되는 어른들의 말이 있다. 사람을 살게 하는, 믿음과 사랑의 말 한마디. 

넷플릭스 폭삭 속았수다 스틸컷

가서 구경만 해도 충분한 경험이다

원하는 대학에 떨어져서 난감해하고 있던 스무 살. 사실 특별한 꿈도 반드시 가고 싶던 생각한 대학도 없어 더욱 고민스러웠다. 그때 아버지가 고민의 시간을 1년 더 벌어주셨다. “서울에 노량진이라는 동네에 가면 학원이 많다더라. 원하는 바를 이루면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일단 가 봐라. 가서 그 동네 사람들은 어찌 사는지 보고 느껴봐. 그것만으로 충분한 경험이다.” 툭 던져준 아버지의 말씀이 뭐든 시작할 힘이 되었다. 나의 두 딸도 어떤 일이든 겁부터 먹지 말고, 씩씩하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길 바라며 이 얘기를 전한다. (김현진, 회사원)

마니또가 되어줄게

내 인생의 비빌 언덕. 내게 무슨 일이 생겨도 도움을 요청할 미더운 대상이 있다는 것을 느낀 순간. “살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꼭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 엄마가 한 번은 마니또 해줄게.” 그 귀중한 찬스로 나는 대학원에 갔다. (지중보, 건축가)

쓴소리가 널 강하게 만든단다

나는 칭찬 듣는 걸 좋아하는데 엄마는 늘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좋은 얘기만 들으면 발전이 없어. 안 좋은 소리도 들을 줄 알아야 사람이 나아지는 거야. 사탕 발린 달콤한 얘기보다 쓴소리가 널 강하게 만든다.” 주입식에 가깝게 반복해서 얘기해줬다. 살아보니 정말 그랬다. 칭찬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조언은 날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해주는 것이었다. (공다연, 축구선수)

우리 공주

엄마랑 나는 자주 언쟁을 벌인다. 한때는 끝장을 볼 때까지 온갖 과거 이야기를 들춰가며 화를 냈지만, 지금은 다르다. 내가 30대 중반이 되고 엄마는 중년의 여자가 되면서 엄마가 날 꼼짝 못 하게 한다. 왜 동생만 예뻐하냐는 유치한 질문에도, 언제까지 심부름시킬 거냐는 투정에도, 어릴 때 왜 일기를 매일 쓰게 시켰냐는 한탄에도 “우리 공주가~”로 시작되는 문장으로 날 누그러뜨린다. 어디 가서 공주 노릇하고 사는 내가 아니기에 엄마가 부르는 공주 호칭은 소중하다. 엄마도 나도 건강하게 오래 살아서 앞으로도 쭉 그녀의 공주이고 싶다. (김소형, 라디오 작가)

함께 슬픔에 빠져줄게

고등학교 시절 사춘기를 심하게 겪었다. 모든 선생님이 날 싫어할 정도였다. 당연히 학교에 다니는 일이 힘들었다. 단 한 선생님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밥도 먹어줬다. 밖에서 따로 티 타임도 가졌다. 입시 스트레스까지 겹쳐 우울하던 어느 날, 선생님께 다 망할 것 같다고 마음을 털어놨다. “네가 진흙탕에 빠져도 내가 구해줄 수는 없어. 대신 함께 빠져서 안아줄게.” 내 얘기를 들은 선생님은 이렇게 답해줬다. 좋은 어른이 내 편이라는 생각에 어려운 시기를 무탈히 지나올 수 있었다. (송지현,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