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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스캔으로 마주한 자동차 4

2025.04.08신기호

투명하게 보시죠.

로터스 에메야 S

상아처럼 희게 드러난 에메야의 뼈대는 대형 세단이 떠오를 만큼 길고 넓었다. 실제로 확인한 에메야의 차체 역시 바깥에서 가늠하며 상상하던 것보다 압도적이어서, 코앞에서 커다란 존재를 마주했을 때처럼 놀라웠다. 5천1백40밀리미터나 되는 에메야의 전장은 보닛과 트렁크, 1열과 2열을 따로따로 떼어놓고 봐도 어느 하나 협소한 공간이 없을 정도였으니까. 그도 그럴 것이 휠베이스가 3천69밀리미터나 되니, 쾌적한 뒷좌석은 굳이 앉지 않아도 쉽게 짐작되고, 5백9리터의 넉넉한 트렁크 공간은 골프백을 세로든 가로든 방향 구분 없이 실을 수 있을 만큼 충분했다. 타이어를 벗겨내고 만난 21인치 휠과 5조각의 스포크 디자인, 그 뒤로 얼핏 보이는 6피스톤 브레이크 캘리퍼의 존재감도 이렇게 마주하니 더 단단하게 느껴진다. 뒷바퀴 위로 보이는 손바닥만 한 충전 커버 안에는 단 14분이면 10에서 80퍼센트까지 충전되는 요술 램프 같은 존재가 들어 있다는데, 작은 포트 뒤에 숨은 8백 볼트의 전압까진 X선이 포착하지 못했다.

Battery 102kWh
0-100km/h 4.15s
Top Speed 250km/h
Power 612ps(450kW)
Range 486km(Combined)

푸조 5008 GT

헤드램프 바깥쪽에서 아래로 길게 내려오는 주간 주행등은 사자의 송곳니를 형상화한 푸조의 시그니처 디자인이다. 그 끝에서 만나는 범퍼 양쪽의 커다란 사이드 스쿱은 자칫 둔해 보일 수 있는 SUV의 차체를 날렵하게 다듬는데, 덕분에 GT 트림의 스포티한 주행감각을 밖에서 드러내 보이는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프레임을 걷어내 더 간결하고 우아해진 체크무늬 라디에이터 그릴도 전면 디자인을 역동적으로 꾸민 포인트다. 재밌는 요소는 그 아래, 수평으로 뻗은 흡기구에서도 발견된다. 흡기구는 마치 수염처럼 보이는데, 이 모두를 포함해 바라보면 사자를 빼닮은 캐릭터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보닛 아래로 투영된 엔진 룸에는 2.0리터 블루 HDI 엔진이 들어 있다. 1백77마력, 3천7백50알피엠을 실현하고도 엄격한 유로 6D 수준을 충족한 기특한 몸이다. 엔진은 표준과 스포츠, 에코 3가지 스타일로 주행 모드를 변경할 수 있고, 이는 다시 눈과 진흙, 모래까지, 3가지 환경에 맞춰 대응이 가능하다.

Engine 2.0L BLUE HDI
Displacement 1,997cc
Transmission 8 Automatic
Power 177hp
Torque 40.8kg∙m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

X 스캔으로 마주한 그랜드 체로키 4xe의 얼굴에서 단연 돋보이는 건 울버린의 발톱처럼 번뜩이는, 지프의 문장과도 같은 세븐 슬롯 그릴이다. 이 상징적인 그릴을 가운데 두고 위로는 후드가 수평으로 뻗고, 아래로는 돌진하듯 과감하게 돌출된 범퍼가 보이는데, 그 모습이 꼭 검투사의 투구처럼 저돌적이어서 ‘그랜드 체로키’ 하면 떠오르는 위용은 여기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절로 들게 만든다. 후드 아래 엔진 룸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최초로 적용한 그랜드 체로키의 엔진 시스템이 그대로 투영된다. 여기에는 2개의 전기 모터와 4백 볼트의 배터리 팩, 그리고 4기통 3.0리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 화려한 선물 세트처럼 구성돼 있다. 그러니까 순수 전기와 일반 엔진(가솔린) 주행, 그리고 하이브리드까지 총 3가지 구동 모드가 가능한 설계다. 강력하면서도 영리하며, 효율적이기까지 한 그랜드 체로키 4xe의 주법이 궁금했다면 여기, 신비롭게 배치된 엔진 룸에 정답이 들어 있다.

Engine 2.0L I4 DOHC DI Turbo PHEV
Drive Type EV, Gasoline, Hybrid
Engine Power 272ps
Engine Torque 40.8kg∙m
EV Range 33km

포르쉐 타이칸 터보 S

4포인트가 선명한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 넓고 시원한 보닛, 날렵한 리어 램프처럼 타이칸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는 무엇이 보이지 않더라도, 이 차가 타이칸임을 알아차렸다면 그건 실루엣 덕분이다. 사실 타이칸의 근사한 실루엣이야 어떤 방향에서 보더라도 발견되는 것이어서 어디서 건 감상하는 맛이 있지만, ‘스포츠 세단’이 갖는 역동적이면서도 우아한 디자인의 백미는 단연 측면의 캐릭터 라인이다. 4천9백62밀리미터의 긴 전장 중 휠베이스가 2천9백 밀리미터나 될 정도로 타이칸 터보 S의 실내 공간은 넓은데, 그렇다고 해서 트렁크 공간이 작은가 하면 또 아니다. 앞쪽 트렁크 용량이 84리터, 뒤쪽이 3백66리터니까 공간을 영리하게, 효율적으로 배치했다기보다, 애초에 거대한 차체임을 X선을 통해 보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차체만큼 커다란 21인치 휠도 번뜩인다. 단단한 휠과 넓고 두툼한 타이어 위로 에어 서스펜션이 희미하게 보인다. 타지 않아도 절로 매끄러운 주행감이 예상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Battery 105kWh
0-100km/h 2.4s
Top Speed 260km/h
Power 775ps(570kW)
Range 425km(Combined)

포토그래퍼
김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