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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어디 가서 봄? 등산 애호가들이 추천하는 트레킹 코스 5

2025.04.18.신기호

트레킹을 사랑하는 이들이 남긴 봄날의 발자국.

① 서울·경기도

벚꽃과 튤립이 만발한 숲길.
“안산 자락길부터 인왕산 둘레길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 봄 기운을 만끽할 수 있는 귀한 트레킹 코스다. 안산은 서대문구에 위치한 해발 2백95.9미터의 낮은 산이지만 무려 1백70여 종의 수종과 꽃들이 자생하는 알찬 산이기도 하다. 안산에서 출발하는 코스는 거미줄처럼 여러 갈래로 뻗어 있지만, 봄에는 무엇보다 산허리를 둘러 걷는 안산 자락길을 시작으로 무악재 하늘다리를 건너 인왕산 둘레길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추천한다. 벚꽃으로 시작해 만발한 개나리 숲으로 마무리하는 봄 트레킹의 진수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홍제천 인공폭포’에서 시작해 벚꽃과 튤립이 만발한 ‘연희숲속쉼터’를 지나 시원하게 뻗은 자작나무와 메타세쿼이아길을 걷다 보면, ‘무악재 하늘다리’를 통해 하산하지 않고도 인왕산 둘레길로 바로 건너갈 수 있다. 계절이 피는 4월만큼은 정상을 향하는 도전적인 산행보다 다양한 봄의 변화를 관찰하며 여유 있게 둘레길 연계 산행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하산 코스는 서촌 방향으로 내려와 도심 여행을 이어가도 좋고, 초소책방이나 청운문학도서관에 들러 트레킹의 여운을 더 즐기는 것도 좋은 마무리가 되겠다. 김강은 <클린하이커스> 대표, 여행작가, 화가

추천 코스 안산 자락길~인왕산 둘레길(홍제천 인공폭포 → 메타세쿼이아길 → 안산 자락길 → 무악재 하늘다리 → 인왕산 둘레길, 약 3시간 코스)
난이도 ★★☆☆☆
뷰 포인트 무악재 하늘다리 건너기 전 전망대.(둘레길 곳곳에 전망대가 있다!)
전문가 한 마디 적은 시간 투자로, 점점 사라져가는 계절의 찰나를 만끽해보길!

② 강원도

폭포 사이사이 스민 신선한 봄 기운.
삼악산은 용화봉(6백54미터)과 등선봉(6백32미터), 청운봉(5백46미터) 총 3개의 봉우리가 웅장하면서도 부드럽게 어우러져 ‘삼악(三岳)’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때로는 세 봉우리가 세 마리의 학이 날아가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삼학산’이라고도 한다. 삼악산에는 이름만큼 흥미로운 트레킹 코스가 여럿 있는데, 소양강과 붕어섬 등 춘천을 대표하는 자연경관을 내려다보며 오르는 1코스, 협곡을 따라 크고 작은 폭포가 이어지는 2코스가 대표적이다. 이 중 등선폭포에서 시작하는 2코스가 산뜻한 봄 기운을 만끽하기엔 더 좋겠다. 장엄한 협곡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폭포와 진달래 능선, 개나리 밭을 만날 수 있는 코스로, 특히 폭포가 오랜 시간 부딪치며 깎아낸 기암괴석 사이를 걷는 구간이 인기가 좋다. 곧은 절벽을 타고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의 물줄기를 맞으며 걷다 보면 어느 사이 악명 높다는 3백33개의 계단도 전부 올라 있을 정도. 원점으로 회귀한다면, 왕복 약 7킬로미터, 4시간 정도 소요된다. 또 거리와 체력이 걱정이라면 케이블카의 힘을 빌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춘천 의암호와 삼악산 상부까지 연결된 ‘삼악산 호수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춘천 제일의 관광 명소인 의함호를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며 즐기기 좋고, 의함호 일대의 붕어섬, 호수 공원의 봄 풍경까지 뜻밖의 선물처럼 함께 감상하기 좋다. 케이블카로 이동하면 트레킹을 못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라면 괜찮다. 삼악산 정류장에서부터 ‘스카이워크’를 이용해 약 20분 정도 트레킹을 즐길 수 있으니까. 스카이워크 정상에선 의암호와 붕어섬 일대의 벚꽃 절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박진명 <피치 바이 피치> 기자

추천 코스 삼악산 등선폭포 매표소 → 등선폭포 → 333계단 → 용화봉
난이도 ★★☆☆☆
뷰 포인트 코스 초입부터 입이 떡 벌어지는 거대한 협곡, 스카이워크 정상에서 바라보는 의암호.
전문가 한 마디 입장료 2,000원을 지역 화폐로 교환해주니 하산 후 춘천 닭갈비까지 맛보자! 또 4월, 간절기에 삼악산을 찾는다면 상쾌한 산행을 위해 레이어링에 신경 쓰자! 흡습속건과 보온성이 뛰어난 메리노 울, 면과 같은 천연 소재를 베이스 레이어로 갖춘 다음, 입고 벗기 쉬운 소프트 셸, 그리고 폭포 구간을 지날 때 입을 하드 셸을 순서대로 입으면 좋다.

③ 충청도

‘한국 지리’ 학습하며 걷는 금북정맥.
한국의 국토 70퍼센트는 산으로 이뤄졌다. 이에 옛날 우리 조상들은 ‘산 족보’를 만들었다. 동네 뒷산이 어느 산과 연결되어 있는지, 어떤 산으로부터 이어져 온 줄기인지를 따졌다. 이 산 족보의 이름은 ‘산경표’다. 이 산경표에 따르면, 한국의 산들은 대체로 ‘1대간 9정맥’에 속한다. 1대간 9정맥은 지리산에서 백두산까지 이어지는 큰 산줄기 ‘1대간(백두대간)’과 이 대간과 이어진 9개의 능선(9정맥)을 말한다. 지금 한국의 많은 트레킹 마니아들은 이 1대간 9정맥을 완주(종주)하기 위해 주말마다 산행에 나선다. 이 중 충청도 쪽을 통과하는 능선은 9정맥 중 ‘금북정맥’에 해당한다. 금강의 북쪽에 있는 산줄기라는 뜻이다. 금북정맥은 경기도 안성에 있는 칠장산(5백16미터)에서 시작해 충북 진천을 거쳐 충남 태안의 안홍진까지 2백95킬로미터쯤 이어진다. 능선을 이루는 산들의 높이는 4백~5백 미터 정도 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능선을 타는 일은 사실 재미가 덜하다. 경치 좋은 구간이 얼마 없고 때에 따라 수풀을 헤쳐야 하기 때문이다.(이도 매력이라면 매력!) 특히 금북정맥 안성 구간에는 ‘국가생태문화탐방로’가 있다. 이곳에서 금북정맥의 자연 생태계 안에서 서식하는 봄날의 동식물 종을 만나보면 좋겠다. 금광호수의 수려한 경관을 살필 수 있는 하늘전망대와 하늘탐방로도 봄날의 운치를 느끼기에 으뜸이다. 나아가 충북 방향으로 산줄기를 타고 내려가면 자연스럽게 주변 지역에 관한 공부도 할 수 있다. 능선을 중심으로 왼쪽과 오른쪽 지역의 지리적 차이점을 직접 볼 수 있고, 그에 따른 지역 주민들의 성격이나 사는 방식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두 다리로 익히는 지리 공부라고 할 수 있고, 이러한 방식의 공부는 아주 재미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윤성중 <월간 산> 기자

추천 코스 금북정맥 안성 구간. 칠장산에서 옥정재까지 1코스(11.2킬로미터), 옥정재에서 배티고개까지 2코스(9.7킬로미터), 배티고개에서 엽돈재까지 3코스(7.5킬로미터).
난이도 ★★★☆☆ (2백95킬로미터 능선 중 어떤 구간을 탈지는 본인이 직접 정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난이도가 갈릴 수 있다. 대체로 산 높이가 낮기 때문에 당일치기 등산이라면 난이도 ‘중’에 해당한다.)
뷰 포인트 11구간 가야산(충남 예산군 덕산면, 6백78미터) 가야봉.
전문가 한 마디 지루하고 힘든 구간이 많지만 지리 공부에는 딱!

④ 전라도

봄 마중, 남쪽으로 튀어!
봄 하면 전남 강진군 덕룡산에서 출발해 강진군과 해남군 경계의 주작산까지 이어지는 종주 코스가 먼저 떠오른다. 작년과 재작년, 모두 4월 첫째 주에 종주를 연속했기 때문이다. 들머리는 도암면의 덕룡산 소석문이다. 강진 버스터미널에서 도암면까지는 택시로 15분 남짓, 농어촌 버스를 이용한다면 40분 정도 걸린다. 도암면에 하루 먼저 도착해 1박 후, 이튿날 새벽 5시부터 산행을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 이 계절 즈음 일출 시간은 6시 30분이다. 소석문에서 덕룡산까지 약 2.5킬로미터에 이르는 산길은 밧줄을 잡고 두 손 두 발로 올라야 하는 가파른 암릉 구간이기에 시간을 넉넉히 갖추고 출발해야 한다. 낮에는 포근해도 밤공기는 차갑고, 산 위에서 부는 바람은 서늘하기까지 하니, 긴 바지에 바람막이 재킷은 필수다. 능선에 닿을 무렵이면 여명이 밝아오며 대지가 붉은빛으로 물든다. 태양은 능선 동쪽의 강진만 너머로 떠오른다. 그 광명에 얼어붙은 듯 잔잔한 다도해와 연둣빛 바람에 일렁이는 초봄의 숲이 만천하에 드러나는데, 자로 잰 듯 반듯한 구획을 자랑하며 드넓게 펼쳐진 전답도 남도의 봄 풍경을 더하여 완성한다. 무엇보다 비죽비죽 치솟은 공룡의 등뼈에 핀 분홍빛 진달래는 회색빛 바위와 대조를 이루는데, 4월 산행에서만 만날 수 있는 황홀경이다. 덕룡산에서 주작산 능선을 타고 오소재까지는 약 13킬로미터 거리. 하산할 무렵이면 어느덧 해가 중천에 떠 있다. 장보영 작가, 트레일 러너

추천 코스 소석문 → 덕룡산 동봉 → 덕룡산 서봉 → 주작산 → 작천소령 → 오소재(약 13킬로미터, 7시간 소요)
난이도 ★★★☆☆
뷰 포인트 덕룡산 능선 위에서 마주하는 강진만 너머의 일출, 그리고 덕룡산 → 주작산 공룡 능선 위에 핀 화사한 진달래.
전문가 한 마디 설악산 공룡 능선이 티라노사우루스(속명 폭군 도마뱀)라면, 덕룡산 공룡 능선은 콤프소그나투스(속명 예쁜 턱)! 하지만 둘 다 맵다.

⑤ 제주도

섬 속의 섬, 다시 그 안의 섬에서 만나는 봄.
노란색 물감을 왈칵 쏟아놓은 듯한 유채밭 풍경은 제주의 봄, 하면 가장 먼저 그려지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그런데 호기심 많고 부지런한 여행자라면 이마저도 만족할 순 없을 테다. 누구나 알고 있어서 인파가 북적이는 이름난 유채밭보단 비교적 한적하고 신선한, 그래서 소중한 어딘가를 원할 텐데, 그렇다면 제주도 본섬보단 주변의 부속 도서 쪽으로 이정표를 돌려 세워보는 게 좋겠다. 그중 우도는 제주도의 부속도서 중 가장 면적이 넓은 섬이지만, 그 면적은 6.18제곱킬로미터로, 사실 자전거를 타면 섬 전체를 금방 돌 정도로 실제 크기는 아담하다. 소가 드러누워 머리를 내민 모습을 닮은 이 ‘우도’를 빙 두른 해안도로 코스도 약 17킬로미터 정도로 부담없이 걷기 좋다. 여기에 우도의 가장 높은 곳이 1백32미터로 기록되어 있으니, 대부분의 도로가 완만한 덕분에 그야말로 ‘고생’ 없이 3~4시간 정도면 우도의 멋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우도의 봄은 수묵과 같이 안에서 바깥으로 퍼진다. 그래서 우도의 봄을 만나려면 해안도로에서 트레킹을 시작하기보단 우도의 복판, ‘우도 면사무소’와 ‘우도 초등학교’가 있는 우도면 연평리 마을에서 출발하는 편이 좋다. 우도의 중심에서 동서남북, 마음 가는 방향을 하나 골라 내려오다 보면, 키가 작은 돌담들이 구불구불 이어지며 작은 골목길이 생겨나고 끊어지길 반복하는데, 미로 같은 길을 따라 만나는 귀여운 마을의 정서가 봄의 정취만큼 향기롭다. 연신 사진을 찍는다면 1시간도 더 걸리겠지만, 보통의 걸음으로 30분 남짓 걸어 내려오면 마을 입구에 도착한다. 여기서는 구멍이 숭숭 뚤린 현무암 너머로 보리와 마늘, 쪽파와 땅콩을 심어 둔 삐뚤빼뚤한, (이마저도 귀여운) 밭들을 만날 수 있는데, 제주의 봄은 노란색만 있는 게 아님을, 초록의 새 잎들이 빽빽 소리치듯 뾰족이 솟아 있는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얼음물로 세수라도 한 것처럼, 싱그러움이 차다 못해 울컥울컥 넘쳐난다. 우도의 봄에 취해 반나절 트레킹으로 만족하지 못할 것 같다면, 섬 하나를 더 들어가 보자. 우도에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비양도는 우도면 동쪽에 빼꼼 솟아 있는 아주아주 작은 섬이다. 섬 속의 섬, 그래서 나만 알고 싶은 이 아지트 같은 곳을 부지런한 백패커들은 이미 십여 년 전부터 오갔다. 다녀간 이들의 입소문은 제주의 바람만큼 빨라서, 지금은 아예 ‘연평리 야영지’로 지명 표기가 되어 있을 정도로 백패커들의 성지이자, 풍경 촬영 명소가 됐다. 이곳에서는 노란색 유채꽃도, 초록의 새 잎들도 볼 수 없어서 아쉽지만, 제주에서 가장 먼저 오글대며 일어나는 아기 같은 봄볕을 만날 수 있으니(이 계절의 일출 예정 시간은 06시 45분쯤 된다), 1박 2일 코스라면 꼭 가보길 추천한다. 신기호 <지큐> 피처 디렉터

추천 코스 우도 진입 후 우도면 연평리 우도 면사무소 → 마을 입구 → 해안 길 → 비양도(해안 길 4시간 코스, 비양도까진 1박2일 코스)
난이도 ★★☆☆☆
뷰 포인트 비양도 봉화대에 올라 감상하는 일출
전문가 한마디 이참에 봄날의 백패커가 돼 보는 건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