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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남자들이 아침 루틴에 집착하는 이유

2025.04.24.조서형, Josiah Gogarty

의지가 점점 사라지는 세상에서 새벽 4시에 일어나는 일은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행동이다.

오전 3시 30분이다. 일부 야간 근무자, 불면증 환자, 클럽에서 나온 사람들을 제외하면 세상은 아직 잠들어 있다. 하지만 마크 월버그는 다르다. 그의 알람이 방금 울렸고, 그는 긴 아침을 시작한다. 식사하고, 기도하고, 운동하고, 냉동 회복 캡슐에 앉는 일정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는 애플 CEO 팀 쿡이 3시 45분에 눈을 뜬다. 그는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받은 고객 피드백 이메일 수백 통을 처리하려 한다. 그리고 정확히 3시 52분, 최근 과하게 화제가 된, 패트릭 베이트먼 스타일의 아침 루틴으로 유명한 피트니스 코치 겸 인플루언서 애쉬튼 홀은 일어나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몇 시간 동안 운동하고, 사라토가 광천수에 얼굴을 담그고, 그 얼굴에 바나나 껍질을 문지른다.

이제 오전 4시. 성공적이고 생산적인 사람들의 행렬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5AM 클럽’의 저자이자 자기계발 구루인 로빈 샤르마는 “이제 4시가 새로운 5시”라고 GQ에 말한 바 있다. 그는 명상, 시각화, 기도의 ‘승리의 시간’을 위해 일어난다. 디즈니 CEO 밥 아이거는 아침 운동을 시작할 준비를 마쳤고, 5시가 되면 스냅챗 CEO 에반 스피겔은 45분간 명상을 하며 중심을 잡는다. JP모건 CEO 제이미 다이먼은 다섯 개 신문 중 첫 번째를 펼치고, 기술 기업가이자 장수에 집착하는 브라이언 존슨은 “건강상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내이(內耳) 온도를 측정한다.

비교를 위해 말하자면, 필자는 평일에 보통 오전 8시쯤에 일어난다. 그 시점이면 홀은 수영장에서 나오는 중이다. 주말에는 9시쯤 일어나도 제법 자랑스럽다. 그 시간, 홀은 화상 회의 중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서 말인데, 브로, 적어도 만 개는 찍고 가야 해.” 만 개의 무엇을? 여전히 애매하다. 다만, 오리지널 루틴 영상이 터진 후 새롭게 올린 영상에서 그는 그 밈을 의식한 듯한 멘트를 삽입한다. “첫 만 개 달성했구나, 축하해. 이제 최소 이만 개는 가야지, 브로.” 이 말은 그가 자신을 향한 조롱과 패러디들을 최소한 어느 정도는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패러디는 오전 11시 32분에 일어난 남자가 레드불 캔 바닥에 남은 것을 가글하는 영상이다.

하지만 이처럼 테크 리더들이 보여주는 과도하게 이른 기상 습관은 단순한 농담 이상이다. 온라인 인플루언서들의 유행과 함께, 사람들은 이를 생산성과 자기계발의 핵심 축이라 여긴다. 샤르마는 책에 이렇게 썼다. “아침을 소유하라. 인생이 달라진다.” 또 다른 자기계발 구루 팀 페리스는 “아침을 지배하면 하루를 지배한다”고 말한다. 물론 이 흐름에 동참하는 여성들도 있다. 미셸 오바마는 오전 4시 30분에, 제니퍼 로페즈는 4시 45분에 일어난다. 하지만 이 루틴들의 조기성과 정교함은 분명히 남성적인 색을 띤다. 더 일찍 일어나라. 더 많이 기록하라. 더 무거운 것을 들어 올려라. 끝없는 경쟁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남성 성공의 지표는 정오 전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여유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아이러니하다. 매력적인 귀족이나 플레이보이는 새벽 시간에 헬스장이 아니라 카지노에 있는 경우가 더 많았다. ‘스프레차투라(sprezzatura)’라는 이탈리아어는 16세기에 만들어진 개념으로, 아무렇지 않게 우아함을 풍기는 태도를 뜻한다. 그 개념은 이후 오랜 세월 동안 남성의 이상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런데 왜 이런 ‘무노력의 우아함’이라는 남성상은 ‘끊임없는 허슬(hustle) 문화’라는 또 다른 남성상에 밀려나게 되었을까?

Runners head through there city centre in early morning light as they complete the ING Hartford Marathon, Bushnell Park, Hartford. Connecticut. USA. Hartford, Connecticut, USA. 12th October 2013. Photo Tim Clayton (Photo by Tim Clayton/Corbis via Getty Images)

한 단어로 말하자면, 불안 때문이다. 이 모든 아침 루틴 영상의 배경에는 불안이 깔려 있다. 초정확한 시간 표시, 불안하게 편집된 장면들만 봐도 기본적인 긴장감이 느껴진다. 오늘날 남성 불안은 남성 성공이 예전보다 훨씬 희귀한 일이 되었기 때문에 생긴다. 물론 모든 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보편적인 요소도 있다. 불안정한 고용, 불확실한 경제가 그것이다. 하지만 특히 백인 남성은 기존에 누리던 진입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예상치 못한 경쟁에 직면하게 되었다. 2022년, 영국에서는 여성 세 명이 대학에 진학할 때 남성은 두 명에 불과했고, 21~26세 여성은 동 연령대 남성보다 평균 소득이 약간 더 높았다.

퇴근 후 맥주 한 잔은 사라지고, 퇴근 후 운동이 자리 잡았다. 직장이 불안정하고 물가가 지정학적 사건에 따라 요동칠 때,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건 스쿼트 루틴 혹은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다. 의식과 루틴이 좋은 삶에 중요하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작은 전통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나는 토요일 아침마다 식물에 물을 주고 방에 룸 스프레이를 뿌리는 걸 좋아한다. 작은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홀과 같은 기행 수준의 루틴은 삶 전체를 잠식한다. 심지어 존재론적 위기의식마저 실어 팔리고 있다. 마치 잠시라도 이 루틴에서 벗어나면 곧장 평범함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처럼 느끼게 한다.

오늘날 남성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는 시대, 그리고 남성성을 설명한다며 결국 시들한 남성우월주의만 들이미는 이들이 많은 시대에, 새벽 4시 푸시업에 자신을 몰입하는 건 그리 놀랍지 않은 선택이다. 홀의 인스타그램 소개 글은 이렇게 말한다. “1년 안에 인생 전체를 새롭게 만들 수 있다.” 이 문장은 낙관적인 의지를 표현하고자 하는 문구일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 안에는 미세한 불안의 속삭임이 함께 들어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