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아니다. 지나고 보면 별 일 아니다.

남보다 느린 성장
성장은 계단처럼 한칸 한칸 오를 수 있는 게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변화들이 쌓이고 쌓이다가 어느 순간 눈에 띄게 훅 하고 올라간다. 눈에 보이지 않아 남과 비교할 수 없어도 안에서 분명히 자라고 있다. 때가 되면 숨은 성장이 겉으로 드러난다. 생각한 것보다 성장이 느려 조바심이 나도 시간이 지나면 분명 괜찮아질 것이다. 그런 고민을 안고 꾸준히 하는 것이 답이다.
인간관계에서 생긴 서운함
서운함은 보통 기대감이 깨졌을 때 생긴다. 나를 친한 친구로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부탁을 거절했을 때, 기대도 되는 믿음직한 애인이라 생각했는데 필요할 때 내 곁을 지켜주지 않았을 때, 더 큰 리워드를 생각했는데 기대에 못 미쳤을 때 등. 시간이 지나면 기대 자체가 조정된다. 상대도 완벽하지 않고 나 역시 그렇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니까. 마음은 덜 무겁고 서운함은 흐려진다. 1년만 지나도 멀어진 인간관계에서 생긴 상처가 흐릿해졌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창피한 실수
내게는 떠올리기만 해도 이불을 걷어 차고 머리를 쥐어 뜯고 싶은 부끄러운 실수지만, 남들은 별로 기억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 삶에 정신이 팔려 있으니까. 시간이 지나면 나만의 큰 사건이 세상에서는 작은 파동조차 일으키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면 그 실수도 자연스럽게 마음 속에서 사라진다.
이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 분야의 최고는 애인과의 이별이다. 처음에는 폭풍 같은 감정이 휘몰아치면서 냉정하게 볼 수 없다. 머리로 생각하기 전에 눈물이 흘러내리고 늘 곁에 있던 사람이 없는 상실감에 일상 생활 조차 어려워진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감정이 가라앉고 그 자리에 이성이 드러난다. ‘그때 그 사람을 다시 잡았더라도 같은 이유로 헤어졌을 거야.’, ‘어차피 성향이 너무 달라서 더 긴 시간을 함께 보내기엔 부담이 되었을 거야.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고 좋게 헤어질 수 있어 다행이야.’ 한 걸음 떨어져서 관찰자처럼 과거를 볼 수 있게 된다.
잘못을 향한 자책
“왜 그렇게 말했을까?”에서 시작해 왜 더 잘하지 못했을까, 왜 그걸 놓쳤을까, 후회는 끝이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순간은 잊힌다. 당시에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고 시간을 돌려서 그때로 돌아가도 같은 일이 벌어졌을 거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자책보다 연민과 따뜻한 시선이 생긴다.
불안한 마음
불안은 앞이 보이지 않을 때 인다. 당장은 미래의 건강과 직업과 돈, 그리고 건강이 막막하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당시에는 무계획이라 비틀비틀 걷더라도 어떤 길을 만들어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작은 선택과 노력이 결국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는 것을 알면 불안해 하던 시간조차 소중해진다. 지금은 마음이 어렵고 힘들어도 모두 조용히 괜찮아지는 쪽으로 가고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