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를 끝없는 근무시간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스스로 경계를 설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한 락다운 속에서 재택근무는 ‘새로운 일상’이 되었다. 출퇴근이 없어졌다면,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는 하루 일과가 끝났음을 인지하고 ‘일’과 ‘집’의 경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물론 디지털 시대에 ‘연결을 끊는 일’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모든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항상 켜져 있는 시대에는 곧 당신 자신도 항상 켜져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일은 집에서 끝낸다거나, 퇴근은 직장에서만 하는 식의 구분이 힘들어진다. 하지만 사무실에서 일하는 데 익숙했던 사람들은 그래도 일과 삶의 물리적 경계를 가졌던 셈이다. 매일같이 그 무너진 공간 안에 머물러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신 건강은 이미 위협받고 있으며, 이건 말 그대로 ‘불안 칵테일’이 된다. 그렇기에 ‘꺼지는 것’은 더욱 어렵고,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계의 중요성을 이해하라
경계는 단지 외적인 분리가 아니라, 내적인 방향성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사무실과 집 사이의 물리적 공간을 없앤다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 장벽을 없애는 게 아니라, 개인적 자아와 직업적 자아 사이의 경계 또한 지우는 것이다. 이건 심리적으로 혼란을 줄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의 경영학과장 낸시 로스바드는 말한다. “사람은 다양한 단서를 통해 자신의 태도를 스스로 강화해야 한다.” 그녀는 개인과 업무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싶은 ‘세그멘터(segmenter)’ 유형의 사람이, 자아의 경계가 흐트러져도 괜찮은 ‘인티그레이터(integrator)’ 유형보다 이 상황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말한다. “무엇을 입고 있는가, 어디에 앉아 있는가, 어떻게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가—이 모든 것이 당신이 현재 어떤 자아를 발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서다.”
이런 자아는 왜 중요한가? 당신은 직장에서 무의식적으로 여러 자아를 가지고 일하며, 이 자아는 공간과 같은 물리적 단서에 의해 활성화된다. 심리치료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배리 미첼스는 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개를 훈련시키는 것과 비슷하다. 어떤 일을 하든 창의력은 필요하다. 지쳐도 한 시간 더 일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창의력이다. 그리고 창의력은 의식적인 마음에서 오지 않는다. 무의식에서 나온다.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면, 그건 당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자아의 일부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자아를 끄고 충전시키는 일은, 그것을 켜는 일만큼 중요하다. 다음은 그를 위한 세 가지 아이디어다.

맥락을 바꿔라
제임스 클리어의 책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은 인간 행동의 복잡성과 결함을 통찰한 ‘더 나은 습관 만들기’ 매뉴얼이다. 그가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물리적 공간에는 행동 편향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장소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그 공간에 갈 때마다 같은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과 ‘집’ 사이의 경계를 회복하려면, 물리적인 경계를 다시 설정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클리어는 이를 “하나의 공간, 하나의 용도”라고 부른다. 즉, 집 어디에서나 일하지 말고, 일을 한정된 공간에 ‘가둬야’ 한다.
물론 집이 넓다면 더 수월하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미세 조정은 가능하다. 이메일을 확인할 땐 식탁의 같은 자리에 앉고, 창의적인 일을 할 땐 다른 공간으로 의자를 옮겨 앉는 식이다. 만약 유연한 공간조차 없다면, 다른 방식으로 장벽을 만들 수도 있다. 예컨대 어떤 이는 데스크톱에서는 글을 쓰고, 아이패드에서는 책을 읽으며, 폰은 오로지 커뮤니케이션에만 사용한다고 한다. 미첼스는 시간적 경계를 만들라고 조언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과를 시작하고 마치는 것이다. 로스바드는 커뮤니케이션 매체에 따라 쓰임을 나누는 것도 제안한다. 예컨대 회의는 줌으로, 친구와의 수다는 전화로.
이게 일의 구조를 만드는 데 도움은 될지 몰라도, 어떻게 끄는 데 도움이 되느냐고? 중요한 것은, 일을 마치고 나면 당신이 ‘일의 공간’에서 물러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뇌에 새로운 전환 신호를 보내줄 수 있다. 로스바드는 이를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신호: 지금은 다른 시간이다. 끝없는 업무의 연장이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종료 의식’을 만들어라
물리적 맥락을 바꾸는 것이 스스로에게 주는 강력한 신호가 될 수 있지만, 그 효과를 극대화하고 싶다면 종료 의식, 셧다운 리추얼을 만들어야 한다. 이 개념은 책 ‘딥 워크’의 저자 칼 뉴포트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그는 집에서 깊은 집중 상태로 일하면서, 이 상태에서 스스로 빠져나오는 법을 잘 알고 있다. 그의 종료 의식은 다음 날을 계획하는 것(에너지가 남아 있다면), “열린 고리 닫기”(긴급 메일 확인, 다음 날 일정 확인),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케줄 셧다운 확인”이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외치는 것이다. 약간 농담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그는 이를 통해 마음이 안심하고 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에너지를 바꿔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에너지는 이상한 영적인 개념이 아니다.” 스탠퍼드의 조직심리학자 로버트 서튼은 “지금 같은 불확실하고 힘든 시기에는, 의식이 삶에 구조를 제공해준다”고 말한다. 그의 종료 의식은 아내와 함께 개를 산책시키고, 자쿠지에 몸을 담그고, 마티니를 마시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출퇴근’이라는 내장된 종료 의식을 대체하고 시뮬레이션할 무언가를 하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저녁을 먹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산책을 하고, 옷을 갈아입는 것도 좋다.
미첼스는 말한다. “의식이란 일련의 행동이며, 때로는 특별한 물건을 포함해,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의 전환을 상징한다.” 결혼식이나 식사 전 기도처럼,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건 없더라도 중요한 전환이 일어났음을 알리는 것이다. 이는 무의식에 신호를 보낸다. ‘지금은 멈추고,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나를 필요로 할 수도,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는 새로운 활동으로 넘어간다.’ 이건 스스로에게 ‘이제 쉬어도 된다’고 허락을 주는 행위다.

에너지를 바꿔라
재택근무는 전환이 훨씬 더 갑작스럽다. 점심 프레젠테이션 직전에 아이가 샌드위치 가장자리를 잘라달라며 소리 지르고, 긴 줌 회의 직후에는 파트너와 함께 장 볼 목록을 짜야 한다. 어느 쪽이든, 당신은 덜 몰입되어 있고, 다음 업무에 100%의 두뇌를 쓰기 어려워진다. 로스바드는 말한다. “회의 중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음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 부정적인 감정을 조절해야 하는데, 그 자체가 방해 요소다.” 그래서 세 번째 단계가 필요하다. 물리적 맥락을 바꾸고, 종료 의식을 마친 다음엔, 바로 다음 행동으로 달려가지 말고, 부드럽게 전환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줘야 한다.
클리어는 말한다. “일을 네 시간쯤 하다가 피곤해질 때 사람들은 종종 피자를 시키거나 온라인 쇼핑에 빠진다.” 지금처럼 불안한 시기엔 위안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요지는 ‘의도성’에 있다. 정신적으로 지쳤을 때, 무의식적으로 후회할 행동을 하게 되는 습관은 피해야 한다. 그는 피자가 너무 먹고 싶었던 어느 날, 대신 팔굽혀펴기를 한 세트 해보았다. 결과적으로 세 세트를 했고, 얼굴에 찬물까지 끼얹은 뒤엔 피자를 원하지 않게 됐다고 한다. “결국 내가 진짜 원했던 건 ‘다른 기분’이었다. 새로 시작하고 싶었던 거다.”
에너지를 바꾸는 것은 피자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일하기 위한 방법이다. 모든 일에는 효율이 떨어지는 지점이 있다. 적절한 시점에 꺼져야, 다음에 다시 켰을 때 더 효율적일 수 있다. 그사이 뇌는 자연스럽게 문제를 곱씹고, 해결책은 오히려 쉬는 중에 떠오를 수 있다. 샤워 중, 설거지 중, 운동 중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경험이 있다면,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알 것이다. 또한 더 나은 수면에도 도움이 된다. 수면은 면역 체계와 정신 건강을 모두 지켜준다. 로스바드는 말한다. “잠자기 전에 무엇을 하느냐가 수면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다음 날의 집중력과 몰입도에도 말이다.” TV 시청이나 책 읽기 같은 수동적인 여가 활동은, 이메일 확인 같은 능동적 업무보다 훨씬 좋은 영향을 준다. “잠들기 직전까지 이메일을 확인하면, 그 내용이 잠자리에 들 때까지 머릿속을 맴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기에, 우리가 잠 속까지 이메일을 끌고 갈 필요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