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투 오픈, 타임 투 샴페인.
CHAMPAGNE BESSERAT DE BELLEFON BLEU BRUT

상트로페 범선 대회 공식 샴페인답게 라벨만 봐도 네이비와 화이트로 단정하게 차려입은 마린 보이가 떠오른다. 푸른 라벨 안의 금빛 물결은 문득 바다 위에 떠오른 윤슬처럼 보이기도 한다. 깨끗한 골드 레몬 빛에는 활기찬 기포가 녹아 있다. 라임, 흰 꽃다발, 헤이즐, 브리오슈의 고소한 향이 매력적으로 피어오르고, 미네랄리티가 입안 가득 차오른다. 탠저린류의 새콤달콤 뉘앙스가 마침내 결심했던 다이어트마저 무색하게 만든다. 오늘만은 나를 용서하자. 피노뫼니에 45퍼센트, 샤도네
이 30퍼센트, 피노 누아 25퍼센트. 19만원, 나라셀라.
G.H. MUMM CORDON ROUGE

1904년 프랑스 탐험가가 최초로 남극 항해에 도착했을 때, 샴페인 한 병이 환희처럼 터졌다. 멈. 포뮬러 1 그랑프리 우승자가 터트리는 공식 샴페인으로 온갖 환희의 순간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멈은 흔하지만, 뻔하지 않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붉은 대각선 라벨을 보면 방금 승리한 사람처럼 가슴이 뛴다. 40-50퍼센트 피노 누아, 25-35퍼센트 샤도네이, 20-30퍼센트 므뉘에로 만들고, 최소 22개월 동안 셀러에서 숙성한다. 어떤 날, 어떤 순간에도 잘 어우러진다. 8만4천8백원, 페르노 리카코리아.
LALLIER BLANC DE BLANCS

한국에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랄리에 샴페인은 서머 스포츠 관전의 시작에 놓고 싶다. 상파뉴 지방 아이 AŸ 마을에서 피어난 전통과 혁신을 잘 지키면서도 탐구 정신, 강렬함, 순수함을 아낌 없이 드러내는 새로운 다크 호스. 아이 지역 샤르도네 100퍼센트로 화사한 꽃 향기, 고소한 빵 향기를 아침 8시의 블랑제리처럼 피워내고, 긴장감과 탄력을 지닌 미네랄 피니시가 혀를 긴장시킨다. 사부라주의 순간에 병 안에 구름처럼 피어나는 버블을 감상하는 맛은 덤. 18만원, 캄파리코리아.
PETITE FLEUR DE MIRAVAL ROSÉ CHAMPAGNE

‘누구누구 소유’의 샴페인이라는 수식어는 식상하지만, 그것이 브래드 피트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영화든 와인이든 투자의 대상이라면 감각과 촉을 한껏 세우는 브래드 피트가 소유한 샤토 미라발의 5년에 걸친 비밀 프로젝트로부터 잉태한 로제 샴페인이 바로 이 프티 플뢰르 드 미라발 로제 샴페인이다. 섬세한 미네랄과 짠맛을 지닌 샤도네이 95퍼센트, 존재감있는 아로마와 레드 커런트를 풍기는 피노 누아 5퍼센트의 합이 라벨만큼 은은하고 사랑스럽다. 27만5천원, 신동와인.
MOET & CHANDON PHARRELL WILLIAMS LIMITED EDITION

나폴레옹은 전쟁 전에 늘 모엣 & 샹동을 마셨고, 마지막 전투인 워털루 전투 전에는 마시지 않았는데 결국 패배했다, 라는 ‘카더라’는 유명하다. 진의는 알 수 없으나 나폴레옹이 생전에 모엣 & 샹동을 즐겼다는 일화만큼은 ‘팩트’다. 샴페인에서 안전한 선택은 언제나 좋거나 나쁘거나로 느껴지지만, 모엣 & 샹동 퍼렐 윌리엄스 리미티드 에디션 앞에서만큼은 외치고 말았다. “이건 사야 돼”. 유대와 관대, 기쁨과 반전을 상징하는 보 장식의 에디션 샴페인은 나폴레옹에게 허락한 승리를 나에게도 허락할까? 글쎄, 고민하기 전에 일단 한잔 들이켜. 8만4천원.
CHAMPAGNE PIOLLOT COLAS ROBIN

흔치 않은 샴페인 품종 피노 블랑의 이국적인 뉘앙스와 강렬한 미네랄. 개성이 강한데도 어쩐지 편하게 말 걸고 싶은 사람처럼, 순수하고 깨끗한 샴페인이다. 피올로의 양조자는 밭 관리부터 양조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비오디나미 방식과 자연주의적 접근을 따라 현재 상파뉴 오브 지역에서 가장 주목 받는 생산자 중 한 명이다. 당도와 산도의 탁월한 시소 게임, 과하지 않은 오크 터치, 명료하게 드라이한 샴페인으로 양조자의 철학과 함께 마시면 더 맛있다. 13만원대, 딜레땅뜨.
38-40 BLANC DE BLANC GRAND CRU BY A. BERGÈRE

친구나 가족끼리 오붓한 게임을 즐길 땐 어쩐지 부티크 생산자 샴페인을 오픈하고 싶다. 이왕이면 전통있는 가문의 것으로. 5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온 아 베르제르 가문이 오로지 그랑 크뤼 밭 아비즈에서 재배한 질 좋은 포도로 만든 빈티지 블랑 드 블랑은 샤도네이 100퍼센트로 특유의 찬란함을 뽐낸다. 황금빛에 숨은 미세한 버블은 병을 여는 즉시 핵과일류의 세련미와 견과류의 고소함, 바닐라, 꿀향으로 전이되어 터져나온다. 블랙 벨벳 슈트 같은 라벨에서 풍기는 인상처럼 피니시 또한 벨벳처럼 부드럽다. 33만원, 신동와인.
DEMOISELLE TETE DE CUVEE

벨기에 왕실 공식 샴페인이자 청춘의 표상인 브랑켄은 스포츠의 에너지와 정신을 상기시킨다.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샴페인 하우스 브랑켄 뽀므리 하우스는 벨기에 리에주의 한 청년의 여정에서 비롯되었다. 2차 세계 대전 후 스물아홉 살에 샴페인의 세계에 입문해 공격적인 경영 능력을 뽐내다, 마침내 출시한 프리미엄 라인이 바로 이 ‘드모아젤’ 레인지다. 첫 번째 압착 주스 테트 드 퀴베만 사용해 우아하게 풍성하다. 샤도네이 80퍼센트, 피노 누아 20퍼센트. 풍성하게 핀 하얀 꽃과 복숭아, 시트러스가 힘차게 조화롭다. 14만원, 금양인터내셔날.
- 포토그래퍼
- 김래영
- 사브라주
- 네이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