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침침해서 당근을 더 먹고, 블루라이트 차단 필름을 붙였다. 근데 잘 모르겠다. 이런 눈 건강 상식들, 과학적으로 맞는 걸까?

노트북·스마트폰 화면이 작으면 눈에 더 나쁘다? / 크기보다 ‘거리’와 ‘자세’가 더 중요하다
화면이 작다고 무조건 눈에 나쁜 건 아니다. 중요한 건 화면과의 거리, 시선 각도, 조명 환경이다. ‘Optometry and Vision Science’에 따르면, 화면 크기보다 눈에서 화면까지의 거리가 눈 피로와 직결된다고 분석했다.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화면을 보면 모양체 근육의 긴장이 과도하게 유지되어 근시가 생길 수 있다. 화면과 눈 사이 거리는 40~75cm가 좋다. 시선은 화면보다 약간 아래를 향하자. 노트북을 사용할 때는 노트북 받침대나 책으로 높이를 조절해 시선이 아래로 유지되는 게 베스트!
당근을 많이 먹으면 시력이 좋아진다? / 절반은 사실
당근이 눈에 좋다는 건 천안에 계신 90세 할머니도 아는 사실. 당근에 풍부한 베타카로틴은 비타민 A의 전구체로, 야맹증 예방에는 효과가 있다. ‘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서는 비타민 A 결핍이 있는 경우 야맹증 등의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비타민 A를 충분히 섭취하고 있다면 무리하지는 말자. 더 먹는다고 시력이 개선되지는 않는다. 당근, 고구마, 시금치 등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채소를 일주일에 3~4회 이상 먹자. 기름에 살짝 볶거나 드레싱과 함께 먹으면 지용성 흡수율이 높아진다.

노안은 피할 수 없는 노화현상이다? / 생활습관으로 늦출 수 있다
해가 바뀌고 눈이 침침해진 느낌이다. 노안은 보통 40대 이후부터 진행되지만, 반드시 정해진 나이에 시작하는 건 아니다. ‘Investigative Ophthalmology & Visual Science’에 따르면 자외선, 흡연, 혈당 조절 실패 등도 노안 발생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한다. 노화를 늦춰야 한다. 햇빛이 강할 땐 자외선 차단 선글라스를 착용하자. 금연, 규칙적인 혈당 관리, 채소 위주의 식단은 수정체의 탄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안경을 오래 쓰면 눈이 더 나빠진다? / 오해
안경을 쓰는 게 시력을 더 나쁘게 만든다는 속설은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다. ‘British Journal of Ophthalmology’에서는 오히려 근시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망막 박리나 녹내장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경은 정확한 도수로 맞추고, 어지럽거나 시야가 흐릿할 때는 바로 검사를 받자.
스마트폰을 어두운 곳에서 보면 실명 위험이 있다? / 빛 자극보단 피로 누적이 문제
어두운 환경에서 스마트폰을 보면 실명을 한다는 말은 과장이다. 하지만, 눈이 어두운 환경에서 밝은 빛을 반복적으로 받으면 망막에 부담이 가해지고, 두통이나 시야가 흐려질 수 있다.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서는 이와 관련된 사례를 소개하면서, ‘일시적 시력 손실(transient smartphone blindness)’이라는 용어도 사용했다. 자기 전엔 조명을 끄지 말고 스탠드 불을 켜둔 상태에서 스마트폰을 쓰자.

눈은 피곤해도 쉬면 알아서 회복된다? / 눈도 ‘영양과 수면’이 필요하다
눈은 뇌의 일부로서 에너지 소모가 매우 많은 조직이다. ‘Journal of Neuroscience’에 따르면 눈과 시각 피질은 매우 높은 대사율을 가지며, 특히 수면 중 회복이 중요하다고 했다. 수면 부족은 안구건조증, 시야 흐림, 충혈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매일 7~8시간 충분히 자자. 특히 자정 이전의 수면이 회복에 중요하다.
블루라이트는 실명까지 유발할 수 있다? / 과장된 오해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과 컴퓨터 화면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가 망막을 손상해 실명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는 과장된 주장이다. 미국 안과학회(AAO)는 블루라이트가 눈 피로와 수면의 질에는 영향을 줄 수 있으나, 망막 손상이나 실명을 유발한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2018년 ‘Ophthalmic and Physiological Optics’에 실린 논문에서도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이 눈 건강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는 과학적 근거는 불충분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