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 없음.

그리고 전화벨은 울리지 않았다. 확인해볼게요, 연락드리겠습니다, 그가 신실하고 다정하게 내일을 기약했는데.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지나도록 돌아오는 것은 얼굴도 모르는 이의 목소리다. “지금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왜, 어디로, 갑자기, 그는 사라진 걸까?
“높은 확률로 거절의 표현일 수 있죠.” 한창훈 대표의 길고 짙은 눈매가 영상 통화 화면 너머 선명하다. 현재 일본에 체류 중인 그는 LG전자 해외 마케팅 담당을 거쳐 올해로 18년째 커뮤니케이션 코치라는 직함과 함께 대표로서 ‘피터의 커뮤니케이션’을 이끌고 있다. 개인과 조직의 커뮤니케이션, 일하는 사람들의 소통 능력 향상을 돕는 일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과의 부드러운 소통을 위해서 한창훈 대표가 “높은 확률”, “거절의 표현일 수 있다”라고 판단한 배경 정보를 짚고 가고자 한다.
앞서 전제한 상황은 이렇다. 일하는 관계에서 비즈니스상 A가 B에게 요청한다. 그 요청은 궁극적으로 “Yes/가능”, “No/불가능”으로 정리되는 사안이다. B는 확인해보겠다고 답한다. 기다림의 시간, 이어지는 무언. 두절. 불통. 회신 없음. 끝내 A의 전화벨은 울리지 않는다.
이 경우 무응답이 응답일까? 그 응답은 예스인가 노인가? 눈치껏 알아들어야 했나? 그 눈치란 뭘까? B가 된다고 하지도 않았지만 안 된다고도 하지 않았는데 A가 물러선다면 지레짐작 아닐까? A에게 이게 최선일까? B에게도 이게 최선인가? 안 되면 안 된다 왜 정리하지 않는 걸까?
쏟아지는 물음표 앞 불가하다, 어렵다 같은 부정적인 피드백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묵묵부답은 분명 거절의 표현일 수 있다. 다만 한창훈 대표가 “높은 확률”이라 덧붙인 연유는 그 너머 살펴봐야 할 다른 확률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일이 너무 많아서 잊은 경우.(그러나 그만큼 해당 일을 중시하지 않았다고도 해석할 수 있기에 이 역시 부정적인 피드백에 수렴한다.) 척하면 척 알 만큼 업무 관계 기간이 길고 상호 신뢰도가 높은 상시적인 경우.(‘뉴 노멀’, ‘언택트’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고, ‘평생 직장’은 사어가 되어가는 사회에서 보기 드물어진 예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무래도 거절이 힘든 경우.
“정보의 홍수, 그러니까 너무 많은 메일, 슬랙 같은 또 다른 업무 매개체들의 등장, 그 속에서 하나하나 답변하려면 그 자체로 번아웃이 올 수도 있어요. 이건 양적인 이슈라면,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질적인 이슈가 있죠. 성향, 기질, 나 자신. ‘나 싫은 소리 못 하는데’, ‘나 거절 못 하는데’. 하물며 거절한다는 것은 갈등 상황에 해당되잖아요. 갈등을 피하고 싶은 성향의 영향일 수 있죠. 실제로 업무 현장에서 무응답을 하는 많은 이유가 그겁니다. 거절하기 어려워서. 책임지기 싫어서.”
“무응답은 회피의 형태라고 볼 수 있어요.” 햇살이 깊숙이 들어오고 공기 청정기 바람 소리가 간간히 들리는 고요한 방 안이 김예슬 선생님의 나직하고 온화한 목소리로 데워진다. 무응답을 둘러싼 많은 가정 중 불편한 상황을 직면하는 대신 답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이자 전문의 김예슬 선생님이 회피라는 화두를 꺼낸다. “왜 피하는지 생각해보면 직접적으로 거절하거나 감정적인 부분의 의사를 표현하는 게 불편한 거죠. 정신건강의학에서 불안이나 스트레스 상황을 마주할 때, 외적 자극이나 심리적으로 느껴지는 내적 자극으로부터 스스로 보호하려는 목적성을 갖고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보이는 행동과 태도를 회피라고 정의할 수 있어요.” 고기한상. 소주. 맥주. 뮤즈 노래방. PT···. 김예슬 선생님을 만나고자 병원 입구를 찾을 때 본 주변의 색색깔 간판들이 문득 스친다. 인간의 충전처 혹은 도피처로 치환해도 통용될 대상들. 우리는 무엇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은 걸까. “회피는 사실 아주 흔한 주제예요. 생각해보면 일상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 불편을 굳이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우리 모두이지 않을까요? 스트레스 상황에 대피하기 위해서, 대처하기 위해서, 누구나 한 번쯤은 회피하는 방법을 썼을 것도 같아요. 다만 그게 이례적인 일인지 혹은 만연한 방법인지, 이건 좀 다른 이슈죠.”
어쩌다 한 번씩 사용하는 방법인가, 아니면 매번 다른 상황과 다른 관계에서도 반복해서 사용하는 방법인가. 후자의 경우에는 회피성 성격 장애라는 진단명이 존재한다. 그 진단은 온라인에서 정체 없이 부유하는 둔탁한 테스트들로 간단하게 내릴 수 없기에 반드시 전문의와 내밀히 상담해야 한다. 하나 ‘반복’에 방점을 찍어둘 필요는 있다. 이는 한창훈 대표도 깊숙이 짚은 부분이다. “무응답은 비매너다? 무 자르듯이 잘라 말할 수 없습니다. 여러 사정이 있으니까요. 무응답하면 안 된다? 예전에는 그 말이 통했을지도 몰라요. 톱다운, 공통의 룰이 만연했으니까요. 지금 스타트업에 룰이 있을까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제조업이라고 ‘꼰대’일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시대는 변했어요. ‘그러면 안 됩니다’는 구시대 이야기예요. 대신 질문을 던져볼 수 있죠. ‘이게 당신에게 도움이 될까요?’ 그렇게 계속 명확하게 의사를 표현하지 않으면, 피한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대충 넘어가면, 2년 3년 계속 일을 해나간다 할 때 과연 당신에게 도움이 될까요?”
“생각해보면 거절한다는 것은 굉장히 용기가 필요한 일이에요.” 말없는 등들이 품은 무형의 언어가 김예슬 선생님 손에 쓸려 담긴다. “상대와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무응답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그보다 오히려 관계가 파열되는 것을 최소화하려고 피하는 분들도 있어요. 내가 거절하면 상대가 느끼게 될 실망이나 분노, 어떤 감정과 상처가 있을 수 있잖아요. 단기적으로는 그런 상황을 모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죠. 그런데 무응답과 회피는 굉장히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오해가 생길 수 있어요. 관계에서 초래하려고 하지 않은 갈등이 생기거나, 무엇보다 내 감정과 욕구가 표현되지 못하는 것이기에 나 스스로에게도 억압되고 눌리는 부분이 생겨나고 피로감이 누적될 거예요. 그러다 보면 자기 효능감이 낮아진다고 해야 할까요, ‘나는 이런 것을 잘할 수 없는 사람이야’라고 스스로 무력감을 느낄 수 있죠.”
“’그때 바보같이 말도 못 했어.’ 그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에요.” 수화기 너머 흐르는 김혜원 교수의 맑은 목소리에 어쩐지 두툼하게 담금질된 단단한 도검이 떠올랐다. 김혜원 교수가 말하는 “그들”이란 그가 지난 10년 동안 마주한 대상이자 저서 <웅크린 마음이 방 안에 있다>의 주인공들인 “고립되고 은둔한 이들”, 고립·은둔 청년이다.
사회 비즈니스 관계에서의 무응답과 회피, 홀로 방 안에 웅크린 사람들 사이의 거리가 멀고 가파르게 느껴지는가? 김혜원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연결되죠. 왜냐하면 거창한 것 아니고 가벼운 것들은 ‘한번 생각해볼게요’ 하고 피해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잖아요. 그러다 너무 많이 쌓이면 대인 관계에서 ‘쟤는 매번 저래, 신뢰할 수 없어’ 이렇게 되죠. 고립·은둔 청년들의 경우 주변 사람들, 자신이 속해 있거나 자신과 관계가 있는 사람들한테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거나 받는 것을 너무너무 힘들어해요. 그러니까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순응하려고 한다’가 공통점이에요. 그러다 그것에 지치거든요. ‘뻥 터졌다’, 그렇게들 이야기해요. ‘그때 바보같이 말도 못 하고 살다 뻥 터졌다.’ 뻥 터진 번아웃 상태가 고립·은둔이에요.”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라고 부른다. 일본의 고도 성장기인 1970년대에 등장해 1990년대에 정신과 의사 사이토 다마키가 ‘틀어박히다 ひきこもる’라는 뜻을 차용해 ‘히키코모리 ひきこもり’라 명명하며 하나의 사회 현상이 됐다. 직역해서 폐쇄 은둔족 혹은 은둔형 외톨이라 칭하며 우리와는 먼 이야기라 여기던 한국도 근 10년 사이 고립·은둔 청년이라고 용어를 다듬고 최소 10만 명, 최대 50만~60만 명으로 집계되는 이들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고립·은둔이 대두된 시점은 다를지언정 환경적으로는 일본과 한국에 유사한 점이 많다. 튀면 안 된다, 에둘러 말하는 것이 미덕이다, 민폐나 무례를 멀리하는 동양적 문화들. 김혜원 교수는 특히 한국 사회에서 용납되기 어려운 3가지 ‘시옷’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도, 실수, 실패. “우리나라는 ‘젊을 때 그럴 수도 있지’, 이게 잘 안 돼요. 10대 때는 이걸 해야 하고, 20대 때는 저걸 해야 한다고 대개 정해져 있어서 “너 20대인데 왜 취업 걱정 안 해?”, 30대에 이력서 내면 “그동안 뭐 하셨습니까?” 하죠. 정해진 길대로 그냥 가야 한다는 거죠, 나와 상관없이. 그걸 지키지 않을 때 강한 불안을 유발하죠. 엄청난 압력이에요.” 같은 기압에서 누군가의 고막은 멀쩡하고 누군가는 찢어질 듯 아파하듯 타고난 개인적 기질, 특성, 성향의 차이도 분명 있다. 그러나 환경, 그 ‘압력’을 형성하는 사회 안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대개 20대나 30대 때부터 고립·은둔이 나타나는 추세에 비추어볼 때 한 사람을 형성해온 지난 시간과 세계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나도 분명히 내 고유의 욕구가 있는데, 그런데 순응하며 그걸 죽이고 죽이다 보면 나중에는 내가 뭘 원하고 사는지도 모르게 되어버려요. 누구든. 그래서 ‘나도 그 상황에 있었다면, 그렇게 등에다 벽돌을 계속 쌓았다면 무너졌겠구나’, 이렇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기는 시각이 제일 중요해요. 실제로 그래요. 나는 살살 풀고 살고, 목소리를 내고, 내 주체성을 살렸기에 성인기 삶의 이행기를 잘 지나온 것이겠지만, 그렇지 않고 맞추려고 노력하고, 표현을 두려워하고, 실수와 실패를 하다 보면 누구든 넘어질 수 있어요. 그럴 땐 ‘그럴 수 있지’ 하면 돼요. 그게 사회에서 일어나야 하는 일이에요. 그럴 수 있지. 내가 못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럴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다시 시작해야지. 이게 되는 사회여야 하는 거예요.”
유토피아적인 가이아, 그런 사회가 언제 올지는 모르겠다. 저 멀리서 오고 있을지도, 이미 문 앞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 시도와 실수와 실패에 자유로운 세계로, 그 문을 열고 뛰어들지 말지는 지금껏 김혜원 교수가 고르고 넓게 전한 통찰을 통해 배운 대로, 역시 개인 고유에 맡겨야 할 일이다. 무엇을 선택하든, 그럴 수 있지. 다만 땅에 몸 붙이고 살아가야 하는 인간으로서, 어떠한 환경과 변화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중심을 지켜내기 위해 돌아봐야 할 것이 있다. 나. 나라는 주체다.
“그래서 ‘나다운청년들’이라 이름 붙였어요.” 김혜원 교수가 고립·은둔 청년들을 무료 상담하고, 지원 전문가를 양성하고, 웅크린 청년들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프로그램과 자리를 마련하고자 2015년부터 운영 중인 센터의 이름이 파이PIE나다운청년들이다. 파이 PIE(Professional Institute Of Entrepreneurship)의 앙트십 Entrepreneurship은 기업가 정신이란 의미로, 이를 풀어 뒤에 ‘나다운청년들’을 붙였다. “나다움을 찾자. 그런데 이게 어디서 갑자기 나타나는 게 아니라 이미 나에게는 나다움이 있어요. 아무리 사회가 그렇다 하더라도 스스로 계속 물어봐야 해요. 너 어떻게 살고 싶어? 넌 뭘 좋아해? 넌 이게 하고 싶은 거야, 아니면 마지못해 하고 있는 거야? 누군가 물어봐 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스스로 계속 물어야 해요.”
일찍이 커뮤니케이션 코치 한창훈 대표는 소통을 6단계로 나누었다. 1대 1 소통, 프레젠테이션 같은 1 대 다수의 소통, 설득적 소통, 팀 내 소통, 리더의 소통 등. 국내외 어느 기업이든 그에게 원하는 코칭은 크게 3가지 주제로 좁혀진다. 목표 관리, 시간 관리, 멘털 관리다. 한창훈 대표는 어떤 강의에서든 이 이야기를 가장 먼저 한다고 천천히, 강직하게 발음했다. “소통의 6단계 중 첫 단계이자 목표와 시간, 멘털을 모두 관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에요. 첫 번째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대상, 나와의 소통이에요.”
그의 언어에 김혜원 교수의 대답이 겹쳐진다. 이들이 일하는 필드는 다르지만 하루하루 생을 채워가는 인간이라는 점에서, 인간과 인간을 맞닿게 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기류가 있다. 김혜원 교수가 말을 잇는다. “모든 것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맞추려고만 하고 적응하려고만 산다면 문제가 생겨요. 내가 내 삶의 의미를 계속 묻고 따지면서 가야 하는 거죠. 최소한 나에게 되게 친절한 행위예요, 그건. 나를 돌보면서 살아갈 수 있어요. 하고 있던 것을 내려놓고 멈춰야만 돌보는 게 아니에요. 돌보면서 살아갈 수 있어요. 왜 멈춤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말씀드리냐면, 멈추면 내가 멈춘 것에 대한 불안함이 너무 커요. 도태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도태되기도 쉽고. 그러면 처음에는 나 자신을 돌보려고 멈췄겠지만 주객이 전도되거든요. 그러니까 돌보면서 충분히 살 수 있어요. 다소 이상적으로 보일지라도 나는 지금 충분히 행복한가 물어보면서. 나는 어떤 때 화가 나고 어떤 때 기쁨을 느끼는가. 아주 사소하게는 음식, 옷, 모든 것에 해당할 수 있죠. 넓게는 원하는 삶을 향해 가자는 거예요.”
“상대방한테도 똑같아요.” 인간의 숲을 들여다보는 김예슬 선생님도 마음을 관통하는 기류 속에 함께 서 있다. 회피성이 높다고 느낄 때, 그런데 그 인간이 ‘너’일 때와 ‘나’일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골몰할 때 그가 물음표를 돌려놓는다. “‘저 사람은 왜 답을 안 하지?’ 질문하게 될 텐데, 그 질문을 살짝 바꿔보면 어떨까요. ‘저 사람은 어떤 게 불편한 걸까? 저 사람은 어떤 게 두려운 걸까?’ 하고. 그렇다면 ‘아, 저 사람은 아직 준비되지 않은 마음 상태인 것 같다’라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응.” 그가 잠시 호흡을 고른다. “말이 없는 상대의 맥락이 무엇인지는 우리가 알 수 없어요. 거절일 수도 있고 거절이 아닐 수도 있어요. 그건 당사자가 아니면 누구도 추측하거나 결론 내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에요. 물론 상대가 응답함으로써 조금 더 선을 분명히 하고 의사 표현을 해주면 더 좋겠지만요. 중요한 것은 그 화살을 나에게 돌려 나 때문에,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내가 무언가를 하지 않아서라고 여기면 안 된다는 거예요. 이 경계를 바로 하는 것이 너무 중요해요.” 이것은 아마 무응답이 의아한 A도, 무응답을 한 B도 새겨야 할 지혜이지 않을까. 우리에게는 각자의 마음이 있으니까.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이 불편해하고 있구나, 그 마음을 잘 알아차려 준다. 이걸 먼저 말씀드리고 싶어요. ‘수인한다’라고 하는데,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워요. 내가 이걸 좀 불편해하고 있네? 만약 대답하고 싶지 않아진다고 할 때, ‘내가 이게 불편한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불편할까? 내가 왜 자꾸 답을 미루고 있지?’ 하고 내 감정과 내 마음을 잘 살펴주고 잘 알아차려 주는 것이죠. 어떻게 할까가 ‘해결 방법 1번’이 아니라, 내 마음을 알아차려 주는 것, 그게 1번 같아요. 알아차린다. 받아들인다. 이해해본다.” 옮겨 적어본다. 응답 없는 공백을 향해 당신이, 내가 할 수 있는 일 1번. 수인한다.
무응답 대신, 거절 잘하는 법
❶ Yes | 상대의 요청을 긍정적인 느낌으로 수용한다. “그러시군요.”, “제안 감사합니다.”, “이런 부분이 불편하셨군요. 곤란하셨겠어요.”
❷ But | 하지만. “하지만 일정상 다소 어렵겠네요” 같이 가능한 한 이유와 함께 거절의 의견을 전한다.
❸ 대안 제시 | 2단계에서 마무리해도 괜찮지만 “이번에는 어렵지만 다음 달에도 필요성이 있으시다면 그때는 가능합니다”, “도움이 될 만한 다른 분을 연결해드리겠습니다”와 같이 대안을 제시해준다면 다음 기회도 도모해볼 수 있다.
❸ Plus | 만약 업무 양이 많아 대답을 자꾸 잊거나 놓치는 경우라면 스스로 허들을 두거나 미리 공지한다. 높은 허들의 예로 칼 뉴포트의 책 <딥 워크>에서는 즉각적으로 답변하지 못할 경우에는아예 연락처를 공개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보다 낮은 허들로는 자동 응답 기능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다. “0일부터 0일까지는 출장으로 응답이 늦습니다” 같이 상대가 회신의 부재를 예상할 수 있도록 미리 공지하는 방법이 있다.
무응답 대비, 마음의 준비하는 법
내가 기준을 정해놓고 부드럽지만 명확하게 제시한다. “일정을 감안했을 때 다음 주 수요일 15일까지는 회신을 주셔야 다음 진행이 가능합니다. 그때까지 회신을 받지 못하면 이번 기회에는 참여하시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그렇게 업무를 진행하겠습니다.” 예시처럼 스스로 업무 일정, 기준을 정해놓고 상대방에게 알려준다. 해당 기준을 넘어서까지 답변이 없다면 즉각적으로 다음 플랜을 실행하면 된다. 상대방이 무응답이어도 내가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둘 것.
나의 회피성은?
한때 밈처럼 쓰인 “내 방어기제는 회피”라는 표현은 의학적으로 틀렸다.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 이론에 따르면 여러 가지 방어기제 중 회피가 공식적으로 명명돼 있지는 않다. 부인, 억압 같은 방어기제의 결과물로서 회피하는 행동이나 태도를 보인다고 표현할 수는 있겠다. 나아가 정신건강의학에서 ‘회피’라는 단어가 이름에 들어가는 진단은 단 하나, ‘회피성 성격 장애’다. 이를 진단하는 7가지 기준 중 4가지만 옮긴다. 절대 단편적인 정보를 통해 판단할 수 없다. 자세한 상담은 반드시 전문의와 나눌 것을 권한다.
진단 기준
❶ 비판이나 거절, 인정받지 못함 등 때문에 의미 있는 대인 접촉이 관련되는 직업적 활동을 회피함.
❷ 자신을 좋아한다는 확신 없이는 사람들과 관계하는 것을 피함.
❸ 사회적 상황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거나 거절되는 것에 집착함.
❹ 당황스러움이 드러날까 염려하여 어떤 새로운 일에 관여하는 것, 혹은 개인적인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드물게 마지못해서 함.
나다움 찾기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 김혜원 교수가 상담을 통해 만나는 많은 청년이 호소한다는 말이다. 나를 알기 위해서는 스스로 계속 물어야 한다고 김혜원 교수는 말한다. 다음 질문은 김혜원 교수가 지난 10년간 고립·은둔 청년들과 나눈 이야기를 담은 저서 <웅크린 마음이 방 안에 있다>를 통해 전한 예다. 발췌한 소수의 예시일 뿐, 나 자신에게 물어볼 질문에 제약과 한계는 없다. 나 자신에게 귀 기울이고 물어볼 것. 나다움은 내 안에 있다.
나를 찾아보는 질문
❶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내가 무심하게 여기는 것은?
❷ 내가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❸ 언젠가 해보고 싶은 것은?
❹ 과거의 나를 돌아보면 드는 생각은? 감정은?
❺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가치는?
❻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나만의 두려움은?
❼ 내가 믿는 나의 능력은?
❽ 내가 생각하는 참다운 친구는?
❾ 무슨 일을 해서라도 잊고 싶은 것은?
❶⓿ 내 성격을 10개의 단어로 묘사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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