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2일 ‘GQ SALON’에서 베일이 벗겨진다.

아웃사이더, 언더독, 이단아, 고집쟁이. 누가 뭐라든, 멋대로 마음대로. 지금은 <흑백요리사>의 ‘나폴리맛피아‘로 더 유명한 비아 톨레도 파스타바의 권성준 셰프, 한남동의 스페인 레스토랑 레에스티우의 이새봄 셰프가 합심해서 무언가를 하고 싶다기에 둘을 나란히 놓고 떠오르는 단어를 메모장에 툭 뱉어냈다.
“권성준 셰프님과는 꽤 전부터 팝업 이야기를 나눠왔어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왠지 성향이 비슷한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저는 말을 많이 하거나 사람을 두루 만나지 않아요. 누군가를 귀찮게 하는 것도 싫어해요. 권성준 셰프님도 그런 사람인 것 같았어요. 저희는 길게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어요. ‘팝업해보실래요?’, ‘네, 하시죠’ 이렇게 단순 명료하게 뭉쳐봤습니다.” 권성준 셰프가 이어받는다. “레에스티우와 저희는 단골이 많이 겹쳐요. 이곳에 와보기 전부터 단골들로부터 레에스티우가 맛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단골이 비슷하다는 건 둘의 결이 맞다고 볼 수밖에 없어요. 입맛, 결국 추구하는 바도 비슷할 테고요. 그래서 저는 이미 느끼고 있었어요. 레에스티우와 잘 맞을 거라고.” 한번 간 식당은 좀처럼 다시 방문하지 않는다는 권성준 셰프는 최근 안성재 셰프의 유튜브 채널 <셰프 안성재>에서 자신의 단골 레스토랑으로 레에스티우를 소개했다.

올해 5주년을 맞는 레에스티우, 4주년을 맞는 비아 톨레도 파스타바가 만나서 무언가를 하는 것도, 둘이 누군가와 팝업하는 것도 처음이다. “저는 개업일을 챙겨본 적이 없어요. 제 생일도, 결혼기념일도 안 챙기는걸요. 그보다는 손님의 기념일을 챙기는 게 제 일이었죠. 200년 넘은 식당이 수두룩한 이탈리아나 스페인과 달리 한국에서는 많은 다이닝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해요. 한국에서 4, 5년을 버틴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에요. 그래서 올해는 레에스티우의 생일을 챙겨볼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랑도 하고 싶었고요. ‘한국에서 머나먼 지중해 요리로 5년 동안 살아남았습니다’라고요.”, “저 역시 비슷한 마음이에요. 레에스티우나 저희 비아 톨레도 파스타바처럼 현지 음식을 한국화된 형태가 아닌 현지 그대로 구현하려고 하는 레스토랑은 한국에 드물어요. 쉽지 않은 길이고, 이건 모든 사람이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것을 ‘미움받을 용기’라고 부르고 싶어요. 모두가 좋아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지만,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욕을 먹을 걸 알지만 그럼에도 고집을 갖고 나아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팝업은 저희가 하는 방식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주고 좋아해주시는 단골들을 위한 자리가 되었으면 해요. 그동안 응원해주신 분들께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프랑스는 내륙을 중심으로 음식 문화가 발달했다면, 항해를 하던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지중해 해안선을 따라 음식 문화가 발달했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같은 본토 재료, 아시아 식문화와 향신료, 토마토나 감자 등 남아메리카 식재료를 모두 편견 없이 받아들여 잘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유럽 국가다. 스페인은 마늘, 파프리카, 고추, 큐민 등 향채를 다채롭게 쓰는 반면 이탈리아는 향신료를 덜고 깔끔한 맛을 낸다. 이 두 미식 세계의 만남은 어쩌면 여정과 대담한 항해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저희는 둘 다 말이 아닌 요리로 소통하려 노력하는 것 같아요. 현지에서 경험했던 느낌과 생각을 마음에 품고 요리로 풀어내려 노력하기 때문에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도 보기 드문 컬래버레이션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조화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지중해 컬처를 모국인 한국에서 지중해 전통 방식으로 코스를 재해석한다는 거예요.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최고의 재료와 유럽 재료를 한데 섞어 경계 없이, 터부 없이 요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1년에 한 번씩 반드시 이탈리아에 가요. 가서 물이라도, 커피라도 마셔야 현지 바이브를 제 피부로스미게 할 수 있거든요. 현지에 가서 하루에 한 번은 꼭 미쉐린 레스토랑에 가고, 나머지는 로컬, 캐주얼 식당에 가요. 제 여행은 쉬러 가는 게 아니에요.
출장이고, 답사죠. 제가 극도의 ‘효율충’이라서요. 현지에서 영감을 잔뜩 받고 돌아와서 두세 달 동안은 제가 직접 해보면서 제 것으로 만드는 시간을 가지곤 해요.” 문득 비행기 티켓처럼 디자인한 비아 톨레도 파스타바의 메뉴판, 이야기 보따리 같은 레에스티우의 메뉴판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두 셰프의 접시 위에는 숱한 여행의 풍경이 담겨 있다. 협업을 위해 새롭게 생성한 두 셰프의 채팅방에서 테트리스처럼 텍스트가 쌓여 올라가고, 이 모습이 마치 손을 포개어 기합을 넣는 시합 직전 선수들의 모습처럼 보인다. 미움도 두렵지 않다는 권성준 셰프에게 별안간 무엇이 무서운지 묻고 싶었다. “잘 못하는 거요. 무슨 일이 제게 주어졌을 때 잘 못하는 것, 그것 말곤 무서운 거 없어요.”

이들의 발칙하고 유쾌한 협업 다이닝은 7월 12일, 13일 레에스티우에서 열린다. 단순한 한번의 식사가 아니라, 항해사의 마음으로 지중해를 내달리는 듯한 이국의 여정이 될 자리. “저희는 각자 시그니처 요리의 퍼즐 맞추기가 아닌, 컬래버레이션 플레이트를 만들어내고 있어요. 되도록 새로 창조한 요리로 구성할 예정이고, 와인 페어링도 마찬가지.
서로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페인과 이탈리아 요리의 각기 다른 장점을 파악하고 받아들이기에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스페인에서 이탈리아까지 지중해 거리는 무려 1천7백 킬로미터 이상이에요. 멈추지 않고 차로 달리면 19시간이 걸리지만, 저희가 그리는 길로 가신다면 절대 19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할 겁니다. 그 여정 가운데에는, 맛있는 것이 너무나 많거든요.” 이들은 미움받을 용기로 무장했다지만, 누가 이들을 미워할 수 있지?
- 포토그래퍼
- 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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