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이누지마부터 오사카까지 프라다 모드의 열두 번째 여정

2025.06.26.박나나

이누지마섬에서 출발해 오사카 우메키타 공원까지. 프라다 모드의 열두 번째 여정에 역사, 건축, 예술
그리고 일상의 공생을 만났다.

이누지마로부터

서일본 나오시마 근처 세토 내해에 위치한 작은 섬, 이누지마. 채석장과 제련 공장으로 늘 시끌벅적하던 이곳에 언젠가부터 적막이 흐르기 시작했다. 일본 경제가 쇠락하면서 공장의 기계음은 잦아들었고, 사람들은 섬을 떠나 뭍으로 가기 시작했다. 발자국으로 만들어진 좁은 길은 잡초에 덮여 길을 잃었고, 매일 드나들던 배는 더 이상 닻을 내리지 않았다. 2008년, 베네세 아트 사이트 나오시마의 후쿠타케 재단은 작지만 비옥했던 이누지마섬을 되살리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00년 가까이 방치된 제련소에 이누지마 세이렌쇼 미술관을 열고, 일본 유명 건축가인 가즈요 세지마에게 이누지마 프로젝트 협업을 제안했다. 세지마는 텅 빈 주택을 리노베이션해 갤러리를 만들고, 아트피스를 채우기 시작했다. 가든을 정비해 방문객과 현지인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도 만들었다. 더 머물고 싶은 방문객을 위한 숙소와 옹달샘를 자처하는 ‘호피 바’까지 들였다. 섬은 자연과 예술과 건축 그리고 풍경이 더해져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으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진화된 공생 방식은 프라다 모드의 취지와도 일치했다. 예술, 음악, 음식, 엔터테인먼트가 하나의 여정으로 이어지는 프라다 모드 프로젝트의 열두 번째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됐다. 이미 프라다 모드 도쿄 2023의 큐레이터를 맡았던 세지마와의 두 번째 협업이기도 한 프라다 모드 오사카는, 이누지마 라이프 가든 내 세지마가 디자인한 영구 설치물 파빌리온을 기증하고, 오사카에서 이누지마 프로젝트를 전시하는 프라다 모드 오사카로 이어졌다.

오사카까지

이누지마에서 배와 차로 약 3시간의 여정을 거쳐 이번 프로젝트의 절정인 프라다 모드 오사카에 도착했다. 오사카역과 바로 연결되는 우메키타 공원 부지 내 세지마가 설립한 SANAA가 설계한 파빌리온을 배경으로, 이누지마의 변혁 프로젝트 전시가 대중에게 공개되는 방식이었다. 이누지마 프로젝트의 모형과 진행 과정이 담긴 영상, 과거와 현재의 사진 등이 이벤트 공간에 설치됐다. 프리뷰 행사에서는 이누지마의 역사와 함께 지난 17년 동안의 세지마의 작업과 그녀가 그리는 미래의 비전을 설명했다. 세지마는 이누지마와 끈끈한 관계를 가진 도시 오사카에서 열리는 프라다 모드 오사카를 통해, 공생의 개념이 확장되고 구체화되어 모두의 참여 속에 함께 성장해나가는 새로운 풍경이 그려질 것이라 기대했다. 그녀의 선언에 힘을 보탤 다양한 커리큘럼도 진행됐다. 오사카 출신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도시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주제로 진행된 도시 개발 프로젝트, 건축가 류자쿤과 니시자와 류에의 ‘다른 규모의 문화적 배경을 가진, 칭타오와 도쿄 도시 설계’에 대한 대담은 바쁘게 오사카역을 지나던 행인들마저도 잠시 멈춰 경청하게 만들었다. 라이브 뮤직과 댄스 퍼포먼스 그리고 건축 관련 상영회로 눈과 귀를 정화시키고, 일본 전통 패브릭 접기 공예를 체험하고, 시부야 케이이치로가 개발자들과 고안하고 개발한 ‘안드로이드 마리아’ 로봇과 일상적인 대화를 하며 미래의 공생에 대한 의미를 나누기도 했다. 방문객을 위한 소소한 도시락으로 소박한 미식을 함께한 것도 의미 깊었다. 모두가 공생한 프라다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