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남성들에게 외면받았던 부위가 있다면, 바로 엉덩이. 힘과 매력의 상징으로 주목받게 된 엉덩이 덕에 힙쓰러스트 머신은 헬스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리치는 예전부터 엉덩이를 좋아했다—누구의 엉덩이든 말이다. 어릴 적부터 슈퍼히어로 만화를 읽으며 과장된 신체를 스케치하곤 했고, 보기 좋은 엉덩이는 그중 일부였다. “운동을 진지하게 하기 시작했을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긴 목표가 예쁜 엉덩이였어요.” 그가 말한다. “솔직히 말하면, 친한 친구들이 제 엉덩이를 툭 치거나 만질 때 기분이 좋아요. 이상하게도, 그 힘든 노력이—정말 힘든 거거든요—보상받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엉덩이 운동 덕분에 허벅지와 햄스트링이 단단해져 반바지를 입을 때도 더 편해졌다고 한다. 퀴어 남성들은 오랫동안 좋은 엉덩이의 가치를 알아봤고, 종종 남성 미적 트렌드에서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엔 이성애 남성들도 그 흐름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단단하고 예쁜 엉덩이 하나씩, 분위기가 서서히 변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헬스장에서 이두근과 식스팩이 주인공이었다면, 이제는 드디어 엉덩이 근육, 둔근의 시대가 도래했다. 2023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는 400명 이상의 남성이 브라질리언 엉덩이 리프트(BBL)를 받았고, 성형외과 의사들은 남성 엉덩이 시술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전한다. 브랜드들은 엉덩이를 돋보이게 하는 레깅스, 속옷, 치노 바지까지 내놓고 있다. 인기 피트니스 인플루언서들은 남성들을 대상으로 ‘선반 엉덩이(shelf butt)’ 만드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남성들은 엉덩이 힘을 중시하는 필라테스 수업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Pain-Free Performance를 만든 물리치료사이자 트레이너인 존 루신은 “최근 몇 년 동안이 제 커리어 전체 중에서도 가장 트렌디한 시기다. 예전엔 엉덩이 운동을 비웃었는데, 이제는 힙 쓰러스트 머신 쓰려고 줄 서 있다”고 말한다.
이제 남성의 엉덩이는 진정한 ‘성적 매력 포인트’가 되어가고 있다. 인스타그램 친구들을 대상으로 아주 비공식적인 설문을 해본 결과, 남성과 데이트하는 사람 중 81%가 “남자의 엉덩이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나머지 19%는 “상관없다”고 했고, “엉덩이가 납작한 걸 선호한다”는 응답은 0%였다. 응답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런 경향은 더욱 분명해졌다. 어떤 이는 “남자친구가 지나갈 때마다 엉덩이를 때리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고 했고, 또 다른 사람은 “남편의 말도 안 되는 멋진 엉덩이에 대해 몇 시간은 떠들 수 있다”고 했다. 어떤 남성은 한 여성이 “속옷 광고 모델 하면 되겠다”고 칭찬한 말을 아직도 기억한다고 전했다.
남성들 사이에서 ‘엉덩이에 살 붙이기’에 대한 욕구가 커지는 한편, 헬스장 문화는 여전히 수십 년간 하체를 무시해온 분위기다. 그렇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그리고 이 변화는 남성의 몸에 대한 세상의 기대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무엇보다 잘 보여준다.

새다리여, 안녕
여성의 이상적 몸매는 유행에 따라 요동쳐왔지만, 대중문화와 광고, 아이콘들이 뒷받침해온 남성의 ‘이상적’ 몸은 수상할 정도로 변함없었다. 넓은 어깨, 두터운 가슴, 탄탄한 팔, 그리고 크게 상관 없는 다리. 루신은 “넓은 어깨와 V자형 상체는 남성과 여성을 구분 짓는 요소라고 보는 경우가 많다. 많은 남성들이 더 넓은 어깨와 가슴, 팔을 갖는 걸 더 남성적으로 여긴다. 하체는 그냥 잊혀진다”고 말한다. 이건 전형적인 주간 ‘브로 스플릿’ 운동 루틴에서도 드러난다. 하루는 가슴과 삼두, 또 하루는 등과 이두, 다음은 어깨. 다리는? 있다면 겨우 일주일에 한 번 억지로 끼워넣는 수준이다.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유명한 6일 루틴도 하체 운동은 단 이틀뿐이었다. 그 결과는 여름철만 되면 뚜렷하게 보인다. 헐렁한 트레이닝복 뒤에 숨을 수 없게 되니까.
29세 테일러는 말한다. “상체는 멋진데 다리가 이쑤시개처럼 얇은 남자만큼 보기 싫은 건 없어요. 제 남자친구는 정말 선반처럼 튀어나온 엉덩이를 가졌고, 정말 강해 보여요. 스포츠할 때든, 성관계를 할 때든(TMI지만), 힘의 대부분이 하체에서 나오죠.” 33세 케빈은 자신이 가장 많이 칭찬받는 신체 부위가 엉덩이라고 말한다—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제 엉덩이는 커서 베개처럼 쓰인 적도 있어요.” 그는 말한다. 엉덩이를 타깃으로 직접 운동하진 않지만, 종아리에 집중하는 대신 전반적인 루틴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웨이트 트레이닝, 리포머 필라테스, 무에타이, 요가까지. 의도적으로 선반 엉덩이를 만들려고 한 건 아니지만, 연애에서는 효과를 느낀다. “사람들이 알아차려요. 그리고 저도 엉덩이 좋은 남자들 보면 좋아요.”
엉덩이 힘
엉덩이는 단지 보기 좋기만 한 게 아니라, 신체 능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단거리 육상 선수, 축구 선수, 미식축구 스타처럼 폭발적인 하체를 가진 선수들은 절대 엉덩이 운동을 건너뛰지 않는다. 그들의 힘과 민첩성, 회복력은 모두 허리 아래에서 나온다. 루신은 말한다. “엉덩이는 신체 전체의 동력원이에요. 엉덩이는 고관절 뒤쪽에 위치하는데, 이 부위는 신체에서 두 번째로 가동 범위가 넓은 관절이고, 거의 모든 움직임에서 활약하죠.”
그는 하체 운동 세션마다 반드시 엉덩이 운동을 넣는다. 힙 힌지, 싱글 레그 운동, 활성화 드릴 등이다. “우리는 다양한 각도와 다양한 움직임 면에서 운동해요.” 강한 엉덩이는 움직임의 질도 높여준다. 무릎을 보호하고, 고관절을 지지하며, 허리 통증을 줄이고, 들어올리고, 달리고, 점프하는 모든 동작을 더 효율적으로 만든다. 루신은 “남자든 여자든, 엉덩이를 안 키울 이유는 없다”고 덧붙인다.
미적으로 시작했던 리치도 이제는 스쿼트 랙에서 훨씬 강한 느낌을 받고, 그 자신감이 다른 리프팅에도 이어진다고 말한다. “더 무거운 중량을 다룰 수 있게 됐고, 예전처럼 주저하지 않게 됐어요.” 기능적 근력 강화와 스포츠 특화 동작을 강조하는 F45, Onnit 6 같은 트레이닝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남성들의 엉덩이에 대한 인식도 진지해지고 있다.
F45 본사의 수석 운동 교육자인 저디 퍼거슨은 말한다. “남성들의 엉덩이 트레이닝 접근 방식이 눈에 띄게 진화했고, 기능적인 엉덩이 힘에 집중하는 흐름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우리는 싱글 레그 RDL, 스플릿 스쿼트 같은 단측 운동뿐 아니라 썰매 밀기나 힙 중심 스텝업도 더 많이 도입하고 있죠. 특히 F45에서 하이록스 대회를 준비하는 운동 선수들에게 인기가 많아요.”
엉덩이 운동, 자신있게 하자
외형적, 건강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남성들이 다리 운동을 꺼리는 주된 이유는?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한 레딧 유저는 ‘왜 남자들이 하체 운동을 싫어하나’에 대한 글에 이렇게 썼다. “진짜 다리가 너무 아파요. 일주일에 두 번 하긴 하는데, 정말 끔찍해요. 하체 운동 끝까지 버티는 게 상체 운동보다 훨씬 정신적으로 힘들어요.”
그나마 하체 운동을 하더라도, 여전히 많은 남성들이 엉덩이 운동은 피한다고 루신은 말한다. 바벨 스쿼트 몇 세트는 해도, 힙 쓰러스트나 케이블 킥백을 시키면 어깨를 으쓱이거나 노골적인 거부 반응을 보인다. 어떤 남성 피트니스 인플루언서들은 아예 SNS에서 엉덩이 운동을 비하하기도 한다. 호주의 보디빌더 제프 미스는 틱톡 영상에서 “남자가 힙 쓰러스트를 한다면 화가 나야 해요. 왜냐면 나한텐 너무 불쾌하니까요”라고까지 말했다.
이런 회피 심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반 남성들에게도 쉽게 전염된다. 36세 알렉스는 말한다. “운동이나 스포츠에 엉덩이가 그렇게 중요한 줄 몰랐을 땐, 저도 아마 훈련을 망설였을 거예요.” 루신은 일부 운동이 ‘남성적’ 혹은 ‘여성적’이라는 인식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남자들은 등에 바벨 짊어지고 스쿼트하는 게 온 인류를 구하는 것처럼 행동하길 좋아해요. 엉덩이 운동은 인스타그램 상에서 여성스럽게 보일까 봐 기피하죠.”
하지만 39세 레이는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엉덩이 운동을 하는 남성이 있다면 그게 바로 매력 포인트라고 말한다. “그들이 힙 쓰러스트 같은 엉덩이 운동을 한다는 건, 건강에 대한 열망이 남성성에 대한 고정관념보다 크다는 거예요. 그건 생물학적인 본능일 수도 있죠. 그들은 더 건강해 보여요. 건강한 남자는 자기관리를 해요. 전 뇌 어딘가에 그게 ‘이 사람은 나중에 잔소리 안 해도 스스로 건강 챙기겠구나’라는 느낌으로 연결돼 있어요. 그리고 그냥, 더 섹시해요. 무조건.”
내가 다니는 헬스장에서도, 점점 더 많은 남성들이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엉덩이 브리지나 킥백 머신을 쓰기 시작했다. 서서히, 단지 운동뿐 아니라 남자가 파워, 장기적인 건강, 그리고 약간의 볼륨을 추구해도 남성성이 위협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변화는 해방감이 있다. 한때 외면받던 신체 부위를 주체적으로 가꿀 수 있게 된 것이다. 알렉스의 말처럼, “진심으로 말하자면, 엉덩이에 살이 붙으면 진짜 힘이 생긴 느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