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은 운동 후 근육통을 진통제로 다스리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에게, 당장 그만두라고 한다.

고된 운동을 마친 직후엔 불사신 검투사처럼 느껴지다가, 이틀 뒤엔 마차에 치인 듯 몸이 부서진 기분이 든다면, 당신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지연성 근육통, DOMS’을 경험한 것이다. 힘든 세트의 마지막 쯤 느끼는 날카로운 근육통과는 다르다. 이는 젖산 축적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이는 근력운동이나 격렬한 운동으로 인해 근육에 생긴 미세한 손상, 즉 미세 찢어짐 때문이다. 이름만 들으면 고통스럽게 들릴 수 있지만, 사실 이는 좋은 신호다. 물론 그렇다고 즐겁진 않다.
피트니스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DOMS를 넘기기 위해 일반 진통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겉보기엔 간단한 해결책처럼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말해, 이런 약들을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건 권하지 않는다”고 콜럼비아대학교 재활 및 재생의학과 스포츠의학 조교수 마니 싱은 말한다. “운동의 본래 목적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라고 굿Rx의 약사 편집자 스테이샤 우드콕은 덧붙인다. “결국은 자신의 몸과 싸우는 꼴이다.” 운동 후 근육통을 자연스럽게 넘기라고 전문가들이 권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진통제는 근육통에 큰 효과가 없다
운동 후 근육통을 완화하려고 일반 진통제를 복용할 경우, 대부분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나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같은 약을 택하게 된다. NSAIDs에는 이부프로펜(Advil), 나프록센(Aleve) 등이 포함되고, 아세트아미노펜은 일반적으로 ‘타이레놀’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NSAIDs는 염증의 근원에서 작용하고, 아세트아미노펜은 그보다 뒤 단계인 통증 신호 전달에서 작용한다. “중추 억제 작용이라 할 수 있다”고 싱 박사는 말한다. “뇌에 통증이 덜하다고 ‘알리는’ 방식이다.”
염증이 수반될 경우에는 NSAIDs가 아세트아미노펜보다 더 강력하다고 평가되지만, 위에 부담을 주고 신장이나 심장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장단점을 제쳐두더라도, 이들 약물은 근육통 완화에 있어서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임상 연구 결과는 정반대다. 항염증제를 복용하면 오히려 근육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우드콕 박사는 말한다. 아세트아미노펜에 대해선 “통증과 열에는 효과가 있지만, 염증에는 거의 효과가 없고, 결국 운동 후 통증 완화에도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주말 운동 후 상처 입은 전사들처럼 이부프로펜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통증이 있을 때 반사적으로 찾는 것이 진통제”라고 우드콕 박사는 말한다.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다. 우리는 약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크다. 전체적으로 보면 사회가 그렇다.”

근육 성장도 방해할 수 있다
근육통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근육이 크는 건 아니지만, 염증은 근육 성장의 필수 요소다. 앞서 언급했듯, 근력운동은 근육 조직에 미세한 찢김을 유발하고, 이는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신체는 해당 부위에 혈액과 영양소를 공급해 근육을 더 크고 강하게 재생시키려 한다. 즉, NSAIDs는 염증을 줄이기 때문에, 근육을 키우거나 운동 후 빠르게 회복하고 싶다면 절대 의존해서는 안 되는 약이다.
“염증은 혈류를 끌어오고, 그와 함께 성장 인자와 필수 영양소가 온다”고 싱 박사는 말한다. “염증을 억제하면 마치 물줄기를 말리는 것과 같다.” 즉, 진통제가 당장의 고통은 약간 줄여줄 수 있지만, 그 대가로 훨씬 큰 이득인 근육 성장과 회복을 희생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싱 박사는 덧붙인다.
일반 진통제가 근육통을 완전히 가릴 정도로 강력하진 않지만, 문제를 ‘은폐’할 만큼은 효과가 있다. 이는 DOMS가 아닌 횡문근융해증 같은 더 위험한 상태를 놓치게 만들 수 있다. “횡문근융해증은 근육이 심하게 손상되어, 그 찌꺼기 물질이 몸 안으로 흡수되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너무 격렬한 운동을 하고, 몸이 그에 적응할 수 없을 때 발생한다”고 싱 박사는 설명한다. 치료하지 않으면 치명적일 수 있으며, 신장계는 물론 심장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횡문근융해증은 흔한 질환은 아니지만, 운동 초보자 사이에서는 간혹 발생한다. 주요 증상은 극심한 근육통과 어두운 색의 소변이다. “DOMS는 보통 운동 48시간 후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반면, 횡문근융해증은 점점 더 악화된다”고 싱 박사는 설명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응급실이나 응급 진료소로 가야 한다. 그런데 진통제를 복용하면 통증이 억제돼 이런 중요한 신호를 놓치게 된다. “증상이 충분히 억제되면, 통증은 느끼지 않으면서도 근육 손상은 계속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진통제의 장기 복용은 위험하다
운동 후 근육통을 진통제로 완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넘기는 것이 최선이다. 다만, 특별한 상황에서 가끔 사용하는 건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운동을 했는데 바로 출근해야 하거나, 통근 시간이 길거나,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진통이 필요한 경우라면, 그땐 복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싱 박사는 말한다. “가끔 한 번씩 복용하는 것은 괜찮지만, 타이레놀이나 NSAIDs는 정기적으로 복용하도록 설계된 약이 아니다”고 우드콕 박사는 강조한다. 장기 복용 시 고혈압, 심장 질환, 심장마비, 위궤양, 소화 장애 등의 위험이 따른다고 설명한다.
“장기적으로 부작용 없는 진통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녀는 말한다. “진통제는 정말 다른 치료가 듣지 않을 정도로 심한 통증에만, 아주 드물게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기간 복용의 또 다른 위험은, 의학계가 아직 이 약물들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아세트아미노펜은 우연히 발견된 성분으로, 지금도 정확한 작용 기전은 불명확하다. “아직 우리가 모르는 것이 많다. 여전히 배워나가는 중이다”라고 싱 박사는 말한다. “이 이야기를 10년 뒤에 다시 한다면, 아마 전혀 다른 내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