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라렌 서울의 리론칭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맥라렌 CCO, 헨릭 빌헬름스마이어의 새 구상들에 대해 들어봤다.

GQ 헨릭 빌헬름스마이어(이하 헨릭)가 바라보는 한국 시장의 모습은 어떨까요? 키워드로 정의해 본다면요.
HW 저는 한국 시장을 ‘소프트 파워 Soft Power’라는 말로 정의하고 싶어요. 10년 전부터 적어도 1년에 두 번씩은 한국을 찾고 있는데 그때마다 들었던 생각입니다. 한국 시장은 역동적인 흐름을 갖고 있지만 한 스텝 정도 떨어져 바라보면 전혀 다른 느낌이 들거든요. 마치 한강처럼 차분하게 흐르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GQ 매력적인 키워드입니다. 말씀하신 ‘소프트 파워’에 대한 설명을 더 들어볼 수 있을까요?
HW 그럼요. 아까 말한 대로 한국 시장은 빠르고 역동적이지만, 그 모습이 파도처럼 요란하거나 뒤섞이는 움직임과는 달라요. 늘 새로움을 더하며 유유히 흐르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죠. 한국이 가진 이 ‘소프트 파워’의 동력이 저는 문화에서 기인한다고 봐요. 한국의 젊은 브랜드들만 봐도 알 수 있죠. 2년 전이었나,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런던에 있는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V&A에서 한국 문화전이 개최된 적이 있어요. 그때도 한국이 가진 힘, 이 ‘소프트 파워’를 느꼈고요. 정확히 말하면 영감을 얻었죠. 이렇게 얻어지는 영감은 때때로 맥라렌의 업무에 실제로 반영되기도 해요.
GQ 흥미롭습니다. 예를 들면요?
HW 이를테면 ‘한국적인’ 개성을 들 수 있어요. 각 나라마다 개성이 존재하는데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개성이 ‘복합적인’ 모습이에요. 보통의 개성은 또렷한데 말이죠. 그런 부분이 매력적이었어요. 어떤 트렌드건 한국은 그걸 ‘한국적’으로 수용하죠. 실제로 반영된 예를 들어본다면, 오늘 세계 최초로 발표한 한국 시장 전용 MSO 컬렉션, ‘이그니션 스피어 Ignition Sphere’ 모델을 들 수 있겠네요.
GQ 맥라렌이 만든 한국 고객만을 위한 에디션이라니, 놀랐습니다.
HW 굉장히 멋진 모델이 탄생했죠. 무엇보다 ‘서울의 고요한 밤’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외장 컬러, ‘미드나잇 한 Midnight Han’의 블루 빛이 특히 매력적입니다. 실내는 ‘볼케이노 레드 Volcano’로 이름 붙인 붉은색 시트를 적용해 한국 왕실을 그대로 들여놓은 듯한 분위기를 완성했고요. 짐작하셨겠지만 이 두 컬러의 조합은 네, 태극기에서 비롯됐습니다. 흥미로운 건, 맥라렌이 태극기에서 영감을 받아 실제로 무엇을 제작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거죠.
GQ 모델이 더 있었나요?
HW 차는 아녜요. 건물입니다.(웃음) 저희 맥라렌 본사의 ‘맥라렌 테크놀로지 센터(설계 : 노먼 포스터 경 Sir Norman Foster)’도 태극 문양을 모티프로 건축했거든요. 맥라렌이 한국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건 이 두 사례만 봐도 알 수 있죠

GQ 올해는 맥라렌이 한국에 진출한 지 꼭 10년이 되는 해죠. 새로운 파트너, 브리타니아오토 Britannia Auto와 함께 리론칭을 했고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HW 변화라면 전략이겠죠.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전략은 고객 만족도를 더 높이는 것입니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려면 고객과의 관계 형성이 중요하겠고요. 우린 그 방법으로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이미 맥라렌 오너들이 활동하는 클럽, 그러니까 커뮤니티가 잘 형성되어 있어요. 굉장히 기쁜 일이죠. 앞으로는 맥라렌 서울도 직접 참여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맥라렌은 제품 그 이상의 경험이 중요한 브랜드니까요. 한국의 오너들과 함께하며 맥라렌에서 출발하는 더 많은 경험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GQ 슈퍼카 브랜드는 정체성이 뚜렷하죠. 정체성이 곧 선택의 이유가 되고요. 한국의 예비 소비자들에게 ‘맥라렌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직접 설명해주신다면요.
HW 조금 전 이야기했던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왜 맥라렌인가’, 여기에 대한 대답은 분명합니다. 저희는 제품 이상의 경험을 전하니까요. 여기에서 아투라, 아투라 스파이더, 750S, 모든 맥라렌 모델의 성능을 이야기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훌륭한 차니까요. 성능, 디자인, 가치 모든 면에서 최고의 인정을 받고 있죠. 더 중요한 건 맥라렌을 소유하면서부터 확장되는 새로운 경험들입니다. 그중 하나는 조금 전 언급한 커뮤니티가 있겠고요. 맥라렌은 슈퍼카지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브랜드입니다. 다른 슈퍼카 브랜드들은 거리감이 있다고 생각해요. 전략적으로 그렇게 운영하고 있죠. 맥라렌은 노선이 다릅니다. 맥라렌을 소유하면 가장 먼저 친밀한 소속감을 느끼게 될 겁니다. 여러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통해 정말 가족 같은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을 거예요. ‘왜 맥라렌인가’에 대한 제 답은 이렇습니다. 차 이상의 경험을 줄 수 있으니까요.
GQ 헨릭은 30년 가까이 자동차 신에서 활약했습니다. 헨릭이 경험한 그간의 데이터들이 맥라렌 서울에 어떻게 적용될 거라 기대해볼 수 있을까요?
HW 흥미로운 질문이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전 여러 브랜드에서 오랫동안 일해왔습니다. 또 세계 각국, 많은 도시에서 근무한 경험도 갖고 있죠. 이런 경험들은 제게 개인적으로는 사고방식부터 업무의 영역에선 의사결정 방식에 이르기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제 커리어에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어떤 브랜드에서 무슨 일을 했는가는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 어디에서 근무했는가가 훨씬 더 많은 가치를 갖는다는 겁니다.
GQ 좀 더 설명해준다면요.
HW 저는 아시아에서도 8년간 살았습니다. 다른 나라, 새로운 도시에 산다는 건 어쩌면 문화적인 이해를 얻는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떤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이 럭셔리 브랜드에서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아까 키워드를 묻는 질문을 하셨는데 바로 그 지점입니다. 현지 문화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건 키워드를 꺼낼 수 있을 정도의 이해와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이고, 공감대를 형성할수록 문화의 정체성은 점점 더 또렷하게 보이거든요.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다 보면 이해하게 되고, 이해는 영감으로 다시 확장됩니다. 럭셔리 브랜드의 제품은 이런 과정과 경험 안에서 만들어집니다. 럭셔리 브랜드의 제품들이 가치가 있는 건 그 안에 스토리와 히스토리가 모두 들어 있기 때문이죠. 맥라렌도 다르지 않고요.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그럼 맥라렌 서울에 그간의 제 경험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물으셨죠? 문화적 이해, 고객과의 공감대 형성, 맞아요. 결론은 늘 같습니다. 오늘 많은 질문을 받았지만 제 대답은 어쩌면 비슷했습니다. 커뮤니티의 중요성에 대해서 거듭
말하고 있죠.
GQ 마지막 질문입니다. 자동차의 메커니즘이 지금처럼 요동쳤던 시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전동화의 흐름이 매섭습니다. 많은 변화의 요구들 가운데서 그럼에도 맥라렌이 지키고자 하는 건 무엇일까요?
HW 맥라렌의 창업자인 브루스 맥라렌 Bruce McLaren을 떠올리게 만드는 질문이네요. 잘 아시겠지만, 그는 레이서이자 엔지니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경영인들과는 좀 다를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브루스 맥라렌이 절대 타협하지 않았던 하나가 있습니다. ‘집착’입니다. 품질에 대한 집착, 기술에 대한 집착, 성능, 디자인, 모든 부분에서 ‘집착’을 강조했죠.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맥라렌이 지키고자 하는 것이라면 그건 당연하게도 이런 브루스 맥라렌의 정신일 겁니다. 이 정신은 맥라렌의 ‘본질’이기도 하고요.
GQ 오늘 인터뷰 주제와는 상관없는 질문입니다만 인터뷰 룸을 나서기 전에 알고 싶은 게 하나 있어서요. 헨릭은 지금 어떤 모델을 타고 있죠?
HW (웃음) 아투라 쿠페요. 이 차를 타는 데는 나름의 재밌는 이유가 있어요. 저는 영국의 시골 마을에 살고 있어요. 그래서 새벽에 가까운, 아주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서죠. 제가 아투라 쿠페를 타는 이유는 이 평화로운 시골 마을의 아침을 깨기 싫어서예요. BOOOOM! 커다란 엔진음으로 이웃들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시골길을 어느 정도 빠져나갈 때까진 아주 조용하게, EV 엔진을 사용하고 그다음엔 뭐, BOOOOM!(미소) 그땐 당연히 내연기관으로 엔진을 바꿔야죠.

INTERVIEW
∙ 헨릭 빌헬름스마이어 CCO
∙ 맥라렌 오토모티브 글로벌 세일즈 및 마케팅 총괄
∙ 롤스로이스 모터카 브랜드에서 세일즈 및 브랜드 총괄 이사 역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