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유독 여름이면 커플들의 결별 소식이 자주 들리는 걸까? “에어컨 바람처럼 마음도 식었다”, “휴가를 같이 갔다 오더니 헤어졌어” 같은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단순한 우연일까, 아니면 여름엔 정말 이별 바이러스라도 도는 걸까?

봄과 여름은 이별의 계절?
진짜 데이터가 있다. 영국의 통계학자 데이비드 맥켄들리스(David McCandless)는 페이스북에 올라온 수천만 건의 상태 메시지를 분석해 연애 상태 변화 시기를 시각화했다. 결과는 놀랍게도 3월과 6월에 이별이 가장 많았고, 연말에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즉, 여름 시작 즈음인 6월은 실제로 이별이 폭증하는 시기인 셈이다. 날씨 때문인지, 휴가 때문인지, 옆사람보다 새로운 사람을 찾고 싶은 심리 때문인지… 이유는 다양하지만, 여름이 이별 시즌이라는 건 통계적으로도 사실이다.
기온이 올라가면 감정도 흔들린다?
기온이 올라가면 우리 뇌의 세로토닌 농도가 변화하면서 감정 기복이 더 심해진다고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는 사람의 인내심이 낮아지고 공격성이 증가한다는 결과도 있다. 더운 날씨에 괜히 짜증이 나고, 연인의 작은 말 한마디에 유독 민감해지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이런 기분 변화는 연애에도 영향을 준다. 별일 아닌 갈등이 크게 느껴지고, 피곤한 몸에 감정싸움까지 얹히면… “그만하자”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리 이상하지 않다.

여름은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은 계절
영화 ‘500일의 썸머’에서 여주인공 썸머는 연애에 대한 로망보다는 자기 삶에 집중하고 싶어했다. 극 중에서 썸머가 주인공 톰과 이별을 결심한 것도 여름, 이름처럼 뜨거운 계절이었다. 실제로 여름은 여행, 캠핑, 바다, 음악 페스티벌 등 혼자만의 혹은 친구와의 즐거움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다. 그만큼 “연애가 발목을 잡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고개를 들기 쉽다.
‘여름휴가’는 커플의 시험대
낭만적인 여행이 오히려 이별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아이러니하지만, 실제로 커플 여행 후 이별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대의 단점이 뚜렷이 보이고, 평소엔 참던 사소한 습관들이 크게 다가온다. 여행지에서 티격태격 다투고 돌아오는 순간, ‘이 사람과 평생은 무리일지도’라는 생각이 스쳐 간다. 그렇게 되면 휴가의 낭만도 무용지물이다.
여름이 끝나면 사랑도 다시 시작될까?
희망적인 뉴스도 있다. 앞서 언급한 맥켄들리스의 연구에 따르면 가을은 연애가 다시 시작되는 계절이다. 날씨가 선선해지고 감성이 예민해지는 시기, 새로운 만남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처럼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찾아오는 연애도 많지만, 대부분은 여름이 지나고, 한층 차분해진 가을에 사랑을 다시 시작한다고 한다.
